인간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신랄하게 깨닫기까지는 그리 어렵지않다는 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이라고 믿었던 우리자신의 생각과 본성과의 정면대조는 정말 섬뜩하기까지하다.
나도 과연 저럴 수 있을까?
차라리 나도 그들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
전염병처럼 갑자기 눈먼 사람들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으로,
눈이 보이는 사람이 되어버린 이의 눈에 비친 모습...
그것은 자신의 이름에 목숨을 걸던 사람들도, 남에게 보여지는 자기모습이 두려운 사람들도 아니었
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본능뿐이었다. 먹고 자고 싸고..그리고 성적본능을 포함한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기에,그리고 남들도 자기를 보지못하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무지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사악함말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 때에 인간은 인간이기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을 뱃속을 채우려는 일명 깡패들이란
일종의 인간기생충의 무리도 보게 된다.
인간은 곧 "눈" , 본다는 감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지해서 산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말 그대로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서로 못알아보는 것이 분명한데...
오직 나 자신, 가족도 자기 앞가림도 못할 것이고 나도 도와줄 수 없다.
그러니 이제 가족이던 시대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곧 가족도 생존의 경쟁상대이자 모르는 "남"이 되어버린 것으로 간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작은 연대감이 형성이 되어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에 형성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또 다른 불쌍한 모습이기도 할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가질 수 있는 희망이란 것도
여기서 볼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거기에 의지하면 나는 살 수 있겠다!-가 아니라, 아직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다,그리고 머지않아 나도 보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인간으로써 가지는 막연한 희망말이다.
너무나 막연하고 불투명한 희망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지를 인식해간다. 서로의 이름, 모습은 모를지라도 말이다.
이 모습은 눈뜨고도 서로의 모습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눈이라는 독단적인 감각을 닫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본질을 이해하게 만든다.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사람은 눈먼 사람들속에서 자신의 역활을 묵묵히 해낸다.
세상의 짐을 혼자서 떠 안았다는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자신이 미친것이 틀림없다고 믿고 싶어할 만
큼 자신만의 고독을 뼈져리게 느끼면서도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눈이 차라리 멀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책임감을 절대 놓지않는다.
그것은 다른 이들이 보게 될 것이란 막연한 희망때문이 아니라,
거기 그 자리에 자신이 있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눈이 보인다고 해서..남들보다 나을 건 없다. 단지 남들의 일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사람에겐 의지하는 무리가 있다. 그건 곧 새로운 의미에서의 가족을 의미하
는 것이고 그들에겐 그만한 끈끈한 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족,
그리고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슬슬 눈먼 세상에 적응해간다.
유일하게 보이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궤도 안에 진입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
다. 안정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가닥을 잡고 어떻게든 헤쳐나아갈 마음의 준비들이 되었는지도 모른
다.
그 때였다..
유일하게 보이는 이의 눈에 보이는 최고의 공포의 순간은...
주제 사라마구...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철학적 인문학적 요소를 아주 맛있게 가미한 이 작품은 솔직히 읽는데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쉬운 책이라서가 아니라 논스톱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데에 재주가 있다.
( 책의 두깨는 장편소설이다..^^;;)
왜 있지 않은가,...그래서?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라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글들.
이 책을 구매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눈뜬 자들의 도시"라는 책을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산건 "눈먼 자들의 도시"와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였다.
아....지금 누군가 내게 "눈뜬 자들의 도시"책을 한국에서 던져줬으면 좋겠다...T-T;;
눈에 의지해서 산다는 것..
그것은 결국 눈을 뜨고 있기에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좇고...
물질적 소유,
그 소유를 위해 인간성 조차 쉽게 말살하는 우리네에게..
그것이 진정으로 눈먼 이들의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작가는
감히 말한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본문 중에서
* 추천도 : 




*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저/ 정영목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