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대륙이 품은 웅장한 대자연과 야생의 멋

▲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엘크 무리.
인디언의 땅 콜로라도의 숨겨진 비경과 대자연의 신비를 맛볼 수 있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으로 떠나보자. 다양한 코스에서 사계절 내내 하이킹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직접 만나게 되는 행운도 가질 수 있다.
로키산맥은 알래스카에서 북미 대륙 남부에 이르는 약 4,500km의 장대한 길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로키(Rocky)라는 명칭을 지닌 국립공원은 캐나다 서부의 캐나다로키 국립공원과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에 위치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단 두 곳이다.
3,000m대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이 국립공원은 빙하, 계곡, 삼림, 호수, 다양한 동식물 등으로 이루어진 대자연의 보물창고로, 1915년 휴양지 목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공원 서쪽의 그랜드 레이크(Grand Lake)와 동쪽의 에스테스 파크(Estes Park)라는 곳이다. 여행자들은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Denver)에서 북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에스테스 파크를 통해 공원으로 들어간다. 
▲ 베어 레이크 주변. 호수 주변에는 높이가 약 20m나 되는 로지폴 소나무
(lodgepole pine tree)가 울창하게 펼쳐져 있다.
이 국립공원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덴버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로키마운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뿐 아니라 적당한 인구와 쾌적한 도시환경이 오늘날 이곳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다. 또한 덴버는 지리적으로 미국 중서부에 위치하여 서부와 동부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3월 ‘파우와우 인디언 댄싱 페스티발’ 등 다양한 인디언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덴버에 머무는 동안 이곳 유학생 친구들과 이 국립공원을 방문할 기회를 두 차례 갖게 됐다. 우리는 차량을 준비해 덴버를 출발, 콜로라도 주립대학 캠퍼스 시티로 유명한 볼더(Boulder)를 지나 에스테스 파크에 도착했다. 인구 3,000명의 에스테스 파크의 거리에는 주말 관광객들로 붐볐다.
에스테스 파크 중심가를 둘러보니 전형적인 미국의 관광촌임을 첫눈에 알 수 있었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를 갖춘 로컬 레스토랑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플라이 낚시, 말 타기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 작은 관목들이 빽빽히 들어선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에스테스 파크를 떠나 국립공원의 동편 입구인 폴 리버 비지터센터(Fall River Visitor Center·해발 2,511m)에서 입장료(5달러)를 지불하고 드라이브 코스가 담긴 지도를 받았다. 얼마 못 가서 작은 계곡을 발견했다.
계곡 주변에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제 막 말을 타고 출발하려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발 2,500m 주변의 저지대에는 공원 내 고지대보다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들이 성행한다. 특히 가벼운 사이클링이나 말 타기, 계곡이나 호수에서의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말 타기를 하기 위해서는 글레이셔 베이진(Glacier Basin) 주변이나 모레인 공원 박물관(Moraine Park Museum) 주변의 스테이블(Stable)이라는 팻말이 적힌 곳에서 말을 빌리면 된다.
가이드와 함께 말을 타며 공원을 둘러보는 투어 코스가 있는데, 1~2시간짜리서부터 하룻밤을 공원에서 지내는 패키지 코스 등이 있다.
낚시는 이 국립공원에서 성행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중 하나로, 계곡에 서서 릴을 던져 흐르는 물에서 건져 올리는 낚시의 묘미는 보는 이들도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이 국립공원은 송어(cutthroat trout)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따라서 송어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광들이 많이 모인다. 이 송어는 다른 송어와는 달리 아가미 밑부분에 빨간 색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안에 서식하고 있는 엘크 무리.
공원 내 156개 호수 중에서 42군데는 겨울철 추위로 인한 결빙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로 인해 물고기의 번식이 제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낚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파크 비지터센터에서 공원 내 낚시 규정이나 낚시가 가능한 호수, 물고기를 잡은 뒤 놓아주어야 하는 지역(catch-and-release area) 등에 대해 명시한 안내문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몇몇 희귀종에 대한 낚시를 엄격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종자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에스테스 파크에서 줄곧 달린 34번 국도는 공원 내에서는 폴 리버 로드(Fall River Road)와 트레일 리지 로드(Trail Ridge Road)의 두 갈래 길로 나뉘어 있었다. 우리는 먼저 폴 리버 로드로 들어가서 트레일 리지 로드를 타고 나오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트레일 리지 로드에 비해 일찍 개발된 폴 리버 로드는 폴 강(Fall River)을 따라 삼림으로 울창한 경사면에 낸 도로다. 울창한 삼림 때문에 시야가 가려 전망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툰드라 지대

▲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드러나 있는
툰드라 지대.
하지만 이 도로를 가는 동안에도 작은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캐즘 폭포(Chasm Falls)를 만나 시원한 물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기도 하였고, 드라이빙 도중에 엘크 무리를 만나 넋을 잃고 신기하듯 쳐다보기도 했다.
엘크나 큰뿔산양(bighorn sheep), 무스(moose) 등 덩치 큰 포유류들을 뜻하지 않게 만났을 때 다소 놀라는 면도 없지 않지만, 야생에서 만났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덩치 큰 야생동물들을 만났을 때 차에서 내려 이들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특히 9~11월에는 수컷들의 발정기이므로 동물들이 사나워져 공격할 수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우를 만났다. 앞서가던 차 몇 대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모두 차에서 내려 도로 앞을 태연히 지나가는 여우 한 마리를 주시했다. 반갑고도 신기했다.
폴 리버 로드와 트레일 리지 로드가 만나는 알파인 비지터센터(해발 3,595m)는 양 방향의 방문객들이 한 곳에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주변 풍광을 즐기며 스낵바에 앉아 점심을 먹기도 하며 알파인 리지 트레일을 따라 툰드라 지대의 땅을 밟아 보기도 한다.
▲ 로키마운틴의 노송.
우리는 이 비지터센터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뒤 덴버로 돌아가기 위해 이번에는 폴 리버 로드와 평행하게 달리는 트레일 리지 로드를 반대편으로 신나게 달렸다. 이 도로는 시원하게 시야가 뚫려 있는 포장도로로, 스팩터클한 전경이 펼쳐지는 알파인 툰드라 지역을 관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빙만으로는 대자연의 세세한 면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종종 차를 도로 옆에 세워두고 좀 더 낭만적인 길을 택하기 위해 번잡한 도로 주변에서 벗어나 좁은 산길을 잠시 활보하기도 했다. 엘크 무리를 만나면 무리 주변으로 다가가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트레일 리지 로드는 34번 국도와 이어진 도로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드라이빙 투어의 중심 도로다. 연간 3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대부분 차량을 가지고 와서 이 도로를 오가며 광대한 자연을 둘러본다고 한다. 이 도로는 동편의 에스테스 파크에서 서쪽 관문인 그랜드 파크를 연결하며 공원을 관통한다.
▲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에스테스 파크의 중심가.
단 하루만의 일정으로 전체적으로 둘러보기 원한다면 차를 몰고 이 도로를 따라 에스테스 파크에서 그랜드 레이크까지 약 75km의 거리를 달리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중간 중간에 툰드라 네이처 트레일(Tundra Nature Trail), 크레이터 트레일(Crater Trail), 알파인 비지터센터 등지의 전망 포인트에서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는 것을 고려해 약 3~4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맑고 청명한 푸른 빛이 눈부신 베어 레이크
▲ 말 타기 투어 참가자들.몇 주 후 우리는 다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에스테스 파크를 지나 모레인 파크 뮤지엄과 글레이셔 베이진을 거쳐 베어 레이크(Bear Lake)를 방문했다.
지난번과는 완전히 다른 루트였지만, 베어 레이크 역시 공원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에스테스 파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16km 정도 떨어진 이 호수의 물은 차디찰 정도로 맑고 청명하게 빛났다.
호수 주변에는 저산지대와 아고산(亞高山·sub-alpine)지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미루나무와 높이가 20m나 되는 로지폴 소나무(lodgepole pine tree)가 울창하게 펼쳐져 있어 호수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호수 주변에는 가벼운 하이킹 코스들이 여러 가닥 나 있어 등산과 같은 무거운 발걸음보다 가벼운 하이킹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가장 이상적인 하이킹 코스는 베어 레이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님프(Nymph) 레이크, 드림(Dream) 레이크를 지나 에메랄드(Emerald) 레이크까지 가는 코스다.
우리는 베어 레이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가벼운 하이킹을 즐겼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숲속에서 파랑새를 발견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몸길이가 30cm인 다람쥐처럼 생긴 마모트(marmot)란 작은 동물을 바위틈에서 만나 과자 부스러기를 주며 갉아 먹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도 이곳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 중 하나였다.
글·사진 김후영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