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리만치 나의 불면증은 영악하다
최소 생체리듬을 유지할만큼 딱 고만큼만 내게 잠을 허락한다
잠이드려는 그 여리여리한 순간이 제일 스릴있다
아직 완전히 넋을 놓아 잠에 입문하지 못한
그렇다고 그전의 깨어있는 상태와는 분리된
램수면이라고 우길수도 없는
그 섬세한 속살같은 순간 와락 머리가 맑아져버리면
쌩뚱맞은 짓을 하다 들킨때처럼 황당해진다..
경우에 따라 고 얄미운 순간 냉큼 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만
그건 예외라고 할 정도로 손꼽는 경우다
몹시 안타까워 하며 잠으로 어찌해보든 기어들어가려할수록
그럴수록 이미 잠자기는 그른것인이란걸 다시 한 번 확인할뿐....
맛있는 과자를 입에 넣으려다 뺏긴 아이마음이 이보다 더 억울할까
이쯤되면 대충 포기하고 머리를 둘둘말아 올리고 일어나 침대끝에 허허롭게 앉아버린다
허탈함과 약오름으로 .....
나의 잠을 향한 앙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머리눕히는 위치가 기를 막는다는 이론에 의거하여
방의 네귀퉁이마다 침대 머릿장을 옮겨 보기도 부지기수,
반신욕이 좋다기에 땀을 삐질 흘려대며 30분을 버팅겨보기도 하고
(사실 나에게 반신욕의 부동자세?는 그닥 행복하지 못한 행위다..;;)
약간의 알콜에 힘을 빌어 어찌 비벼보고 자려고
와인을 사다 쟁여두고 마셔보기두 하고
(간해독이 뛰어난 유전자를 타고난 죄로 효과를 못봤으니....후후)
운동도 해보고, 신선한 야채도 먹어보고.......
잠을 자는 이유는 낮에 써버린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하여
뇌가 적절한 균형유지를 위해 또는 정신적 갈등해소를 위해...
참으로 필요한 존재가 잠이란다
고문중 가장 지독한 고문이 잠을 안재우는것이라는데......
나에게 잠이란 의미는 조금 색다르다
인간도 동물에서 진화한 존재이고
또 대략 20만년전만 해도 굴속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살던 존재의 유전자가 계승됐으므로
공격성이 강한 인간은 서로에게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먹을때와 잠잘때조차.....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법과 질서 예절을 습득당한후에는
상대를 믿고 강한 적의 공격심을 무장해제하는 순간이 먹을 때와 잘 때인듯하다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서로를 믿고 잠들수 있을때..
먹는것을 공유한다는것은 생명을 이어나갈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므로 대단한 믿음이요,
그 순간만큼은 서로 모든 촉수를 접고,
사이좋게 머리를 맞댈수 있을만한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는것이다
자는순간, 공격을 받을수 있는 그 위험한 순간, 같이 잠을 잔다는것도
대단히 용기있는 믿음이자, 생명체 사이의 일종의 무언의 휴전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 식사를 하고 여행을 하면 한결 가까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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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떠한가
무엇을 믿지 못해서 불침번이 되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