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요.
나 혼자 오버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말 할 때 맞장구도 잘 쳐 주고, 잘 웃고...그래서
난 그녀가 나한테 호감이 있는 줄 알았어요.
복도에세 마주칠 때마다
"커피 한 잔 할래요?" 하고 물으면
그 때마다 "네, 고마워요.." 하고 덥석 받아 마시고,
아침에 회사 앞 편의점에서 마주치면
"오늘도 딸기 우유죠? 제가 하나 사 드릴게요.."하며
내 손에 네모난 딸기 우유를 쥐어주고...
그러니 어떻게 착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며칠 전 점심시간엔 단 둘이 밥도 먹었어요.
내가 "같이 점심 할래요?" 했더니,
잠시 튕기는 기색도 없이
"맛있는 거 사 주실 거예요? 그럼 같이 먹구요.." ..그러잖아요,
그래서 아, 이제 내가 정식으로 사귀자고 프러포즈하는 일만 남았구나..했죠.
밥 먹으면서도 얼마나 얘길 재밌게 했는데요,
내가 초등학교 때 소풍만 가면
수건돌리기 술래는 맡아 놓고 했다고 하니까,
자기도 그랬다며..신기하다고..우린 비슷한 게 많다고..
자기도 딸기 우유만 먹는다고..그러면서..얼마나 많이 웃었는데요..
그러면서 곧 자기 생일이라는 말까지 슬쩍 흘리고..
그래서 생일 선물로 우산까지 선물했어요.
내 생전 그렇게 비싼 우산을 사 본 것 처음이었어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이 프린트 되어있는 삼단 우산...
그런데 어제 그 우산을 안 쓰고 왔더라구요.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 우산을 쓰고 오면, 고백하려고 했어요.
내 마음을 받아주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까지 다 생각해 놨었어요.
그녀가 우산 속을 걷고 있으면, 그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산의 우산이 되어주겠다고...
좀 유치하긴 하지만, 진심을 담아 이런 멘트까지 준비했는데..
그녀는 접히지 않는 긴 우산을 들고 출근했더라구요.
오늘도 그녀는 날 보고 자꾸 웃는데,
난 그녀와 눈도 못 마주치겠습니다.
거울 보며 프러포즈 연습하는 장면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혼자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게,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당분간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빨리 포기해버리는 게 무슨 사랑이냐고,
그렇게 서둘러 물러서는 게 무슨 사랑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