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가..몇일 전인가...
룸메이트 때문에 힘들다는 글을 읽었는데요,
전 반대로 룸메이트가 있어서 행복한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100% 실화이고 보탠것 없고 매국노도 아니니...그러니 돌 던지지 마세요. *^.^*
서론이 길지만.. 이야기 시작합니다.
전 미국 거주 교포입니다.
미국에 만으로 4년차, 년수로 5년째 입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 한인타운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대부분 한인들이 그렇듯 한국사람들과 어울려 살았어요.
전 취업비자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회사도 사는 동네도 모두 한국인이었지요.
우체국을 가도, 슈퍼마켓을 가도 다 한국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어쨌건 처음 일년, 전 그렇게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한국사람들과 지낸 일년동안 전 한국사람들한테 완전 질려버렸지요.
처음 미국에 와서 룸메이트로 집을 얻었습니다.
제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주인은 주인집 아이들을 돌보아 주지 않는다며 화를 냈었고 일찍들어와 자기네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입주자가 자신의 아이들의 베이비 시터는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내 생활이 있는데 아이들 숙제 안 도와준다고 잔소리 하고...
결국 한달만에 비오는 밤에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이런게 싫어서 단독 주택이지만 주인과는 현관이 다른 곳에 집을 얻어 한국인 2명과 살았습니다.
같이 사는 거의 1년동안 엄청 싸웠습니다.
집세낼때 (미국은 다 월세입니다) 자긴 몇일 놀러갔다 왔다고 집세 덜 내겠다고 하고-어디 놀러갔다 오면 자기 짐도 전부 같이 가져갑니까?
엄청 많이 어지르면서 쓰레기는 안갖다 버리고,
그래서 집이 더러워 벌레라도 나와 내가 너무 무서워 하면 오버한다고 싫어합니다.
먹은것 치우지도 않습니다.
자기 빨래 게을러 안해놓고 옷 없으면 내 옷좀 빌려 달라고 합니다.
자기 사생활 공간과 자기 사다놓은것 먹으면 막 대놓고 먹으면서 내가 사다놓은것 막 먹고 뭐라고 하면 먹는것 가지고 그런다고 치사하다 그럽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래서 전 미국의 코리아 타운 생활 1년만에 코리아 타운을 떠나 제 이름으로 아파트를 얻고 미국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본론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죠?)
전 미국생활 4년차지만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영어를 공부하고 한국에서는 잘하는 영어라고 했지만 막상 미국에 오니 명함도 못 내밀겠더군요. ㅎㅎ
게다가 미국에 와서 일만 해서 그런가 학교를 다닌적도 없고..
뭐...아무튼..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한 덕에 지금은 보통 일상생활영어는 거의 지장없고 멈블링 거리지 않는 드라마도 거의 이해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 미국사람만 하겠습니까?
이런 내가 한국인들과의 관계를 접고(?) 백인들이나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미계를 친구로 두며 미국생활을 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사람들과 살때처럼 저런 말도 안되는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일도 싸워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는 한국사람이고 나는 미국인이니 서로 문화가 틀리니깐 이해 못하면 물어보고 넘어가자...
저 역시 나는 한국사람이고 제는 미국인이니 이해못하는 상황에 짜증내지 말고 물어보고 조율해 나가자..라는 생각을 했지요.
제가 아무래도 영어가 서툴다 보니 제 말에 인내를 갖고 귀를 귀울여 매번 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거...
내가 하려는 말 많이 틀리면 지적해 주고, 할려고 하는말 이제 미리 알기까지 합니다.
저희 집, 마루바닥 아니고 카펫입니다.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미국인 룸에이트 들에게 전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을것을 요구합니다.
처음 한동안 헷갈려서 집안에 신발 신고 들어오는 족족 본인도 미안해 하고 나도 자꾸 말하기 뭣해 무안해 하기도 하고...
지금은 케이블이나 집에 문제가 생겨 누구 부르면 그 사람들 신발 신고 우리집 들어오는거 제 미국인 친구들이 더 싫어합니다. --;
카펫 더러워 진다구요~ 헐~~~
제가 좀 깔끔 떠는 편이라 쓰레기통도 하루에 한번씩 꼭 비워줘야 하고 설겆이 쌓이고 이런거 못봅니다.
그런데 제 미국인 친구들은 먹고나면 하나같이 설거지를 쌓아둡니다.
제가 한소리 했습니다.
"How come you guys know how to eat but how to clean?" (영어 틀렸음 틀렸다고 태클걸지 마세영)
"너네는 먹을줄만 알고 치울줄은 몰라?"
그 다음부터 설겆이 절대 안 쌓입니다.
제 룸메이트, 특히 두명인데 두명중 한명은 태어나저 동양사람이랑 애기한게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이 살고 있기까지 합니다. --;
이 두명 다 음식 가리는게 없어서 한국 음식 아주 잘 먹고 김치에 비린내 나는 오징어 젓갈도 먹을줄 압니다. --; (뭐..제가 먹였지만요.. 호호)
두명중 한명은 룸메이트가 한국인이니 한국에 대해 알아야 겠다며 제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한글을 독학했고 그 다음날로 보는족족이 읽어대며 저에게 확인합니다.
한국 음식은 모르는게 없습니다. 하도 읽어대고 외워대서요~
또 두명다 제가 한국인 이라고 한국을 다녀왔는데 최근 다녀온 친구가 엄마랑 여행하면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데, 김치를 주길래 원래 먹어보던 음식이니깐 잘 먹었나 봅니다.
그런데 룸메들 메운거 잘은 먹어도 한국 사람처럼은 못먹어서 김치사면 속 다 털어내고 주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아니잖아요.
내 룸메이트 그 메운 김치속까지 다 먹었는데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너무 이쁜 백인 아가씨가 이 매운걸 얼꿀 빨개지며 잘 먹는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내 룸메이트 저한테 배워간 한국말 한마디 했답니다."마.시.써.요~" 그랬더니 그 식당 아주머니 감격해서 한접시 더 가져다 주셨다는...--;
내 룸메이트 온 몸에 열이나면서 까지 그거 다 먹고 식당 나와서 너무 매워서 울었다고 합니다. 헐헐~
얼마전엔 한국에서 종료된 "이 죽일놈의 사랑"이란 드라마를 케이블 티비에서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고 외출했다가도 요 드라마 시간만 되면 칼같이 집에 옵니다.
거기에 가수 "비"가 나와서 마침 콘서트 하러 온다고도 해서 말했더니 자기네들 서로 가겠다고 난리입니다. (좀 된 이야기임)
내가 황당해서 왜? 가고 싶냐고 했더니 자가네가 저 가수를 알고있는 몇 안되는 미국인일꺼라고 하면서 꼭 가서 연기도 잘한다고 말하면서 "안.녕.하.세.요~"를 해야한다는 겁니다. --;
그래서 내가 뉴욕 메트로 폴리탄에서 공연하는데 이미 표 다 솔드 아웃 되었다고 말했답니다. 무지 아쉬워 했지만 난 내 룸메들이 그렇게 말할줄 정말 몰랐거든요.
올해 초 위에 바이러스가 들어가 토하거 먹지도 못하고 회사에 3일동안 결근하면서 엄청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혼자 살면서 아플때가 제일 서럽다고 정말 서럽더군요.
그날도 내 룸메이트 한인타운까지 가서 죽을 사오고 룸메중 한명이 병원 내과에서 일하는데 집에서 아파 누워있는 저를 점심시간에 데리러 와서 자기 일하는 병원에 데리고 가서 무료로 진찰받게 해 주고 약까지 줍니다.
그리고 내가 아프다고 병원 닥터한테 말하고 조퇴해서 하루종일 옆에서 간호해 주었습니다.
그날 하루종일 타향살이가 이렇게 서러운것만은 아니구나... 울면서 잠든 하루였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제가 야근하고 늦게 들어온다고 했어요.
집에 들어오니 10신가?
제 룸메이트 둘이 저 오면 밥 같이 먹으려고 자기네가 요리도 다 하고 테이블에 한가득 음식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회사에서 야근해도 저녁은 주잖아요...
그래도 그날 배 터지게 남은 음식들 끝까지 다 먹었답니다. ㅎㅎ
이제 제 친구들, 특히 제 룸메이트들은 자기네는 half-Korean(반은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좋은 얘기만 썼지만 살면서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웠습니다.
아무리 이해 하려고 해도 정 안되서 지금 살고있는 룸메이트 저랑 살면서 잠시 다른집으로 갔다가..
어차피 얼굴 계속 볼껀데 서로 잘못한거 시인하고 고치겠다고 말하고 화해하고 그랬습니다.
싸운 얘기로만 해도 책 반권을 될꺼에요. ㅎㅎ
어느 나라 사람과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서로 이해를 하고 조율해 나가고 내가 조금만 참는다면 된다는걸 우리 서로 배웠습니다.
한국사람들과도 살때 너무 내 주장만을 강요하는게 아니라 대화를 해서 조율해 나갔다면 그 친구들과도 지금 이 친구들처럼 잘 지낼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하죠.
처음 말씀드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다. 이해 못하면 대화로 풀고 내가 더 이해하자...그런거요
암튼...
이제 우린 그냥 룸메이트가 아니라 시스터 입니다.
물론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이 큰 언니랍니다. *^.^*
자기네 가족 경조사에 다 축하해 주고 제 친구들 가족 파티에도 늘 초대되서 연말이면 어김없이 살이 너무 많이 찐답니다. --;
얘기가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글솜씨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주변 분들과 좋은 인연 만드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