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걷던 길인데
서로 알던 길인데
스쳐지나던 길 가의
나뒹굴어진 피우다만 담배꽁초일지라도
씹다버린 단물빠진 껌 일지라도
길은 인지하지 못했다.
길 가에서 명명히 짓던 미소가
축쳐진 낙화가 되고,
그는 또 그녀는 옛 시간의 소리가
흐물흐물 보이지 않던가.
길 가에서 쓰디쓴 미소를 차곡차곡
쌓다가 이젠 버려버렸다.
아직도 길 가에서 결코 어렴풋하지 않은,
너와 내가 그려놓았던 자취들, 땀냄새들.
모조리 너의 출세한 콧방귀가 쓸어가버리고
나 혼자 마주쳐 버린 나의 회색 눈동자.
낯익은 길위에서 어느화가가 붓질한,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을 품은 그림이
빛 바랜지 오래지만,
노쇠한 늙은 화가는 한숨쉬며 방금 칠한 낡은
그림을, 오고가던 그 길가에서 또 그려본다.
허물어져가던 그림이 생생하게 그와 그녀에게
맑은 미소로 창조될때까지 끊임없이 노쇠한
손으로 혼자서 외로이 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