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박스 요리대회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흔히 블랙박스라고 하면 비행기에
있는 인터뷰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블랙박스인데 블랙박스 요리대회라니.. 눈앞에 떠오
르는 것이 없을 것이다. 블랙박스 요리대회는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며 32세의 젊은 요리사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까다로운 요리대회이다.
대회당일 말그대로 식재료를 공개하며 그 재료를 이용해 24시간안에 네가지 코스의 요리
를 만들어 내는 대회다. 식재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창의성과 요리사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대회이다.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하게되면 세계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매년 개최
되는 이 요리대회에서 올해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조리팀이 1등을 차지 하였는데,
올해 두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그랜드 파이널 블랙박스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는 상을 받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조리팀의 기쁨과 동시에 한국 요리사의
위상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준 사건이 아닌가 생각든다.
이러한 뛰어난 조리사들의 음식을 맛볼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바로 오늘 방문할
Table34 이다. 인터컨티넨탈 34층에 위치한 이곳. 맛과 실력 모든 부분이 검증된 이곳에서
펼쳐진 젊은 요리사들의 뛰어난 솜씨를 체크해 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 Table 34-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삼성역 코엑스 주변으로 많은 빌딩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업무차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 항상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able 34 레스토랑의 입구에는 블랙박스 요리대회 그랜드 파이널대회에서 받은 상이
놓여져 있다. 은은한 분위기에 화사한 조명 한줄기가 비춰져서 상당히 운치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를 기준으로 가운데는 바(bar)로 운영하고 있다. 전망좋은 분위기에서
가벼운 칵테일부터 무거운 주류까지 구비되어있는데 상당히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34층에 위치한 Table34로 올라가보면 일단 탁트인 전경에 시원함을 느낄 수있다. 서울
시내가 모두 내려다 보이는 유리창을 통해 빌딩숲 사이에서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멀리 보이는 한강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면서 식사를 즐기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식사를 마치게 된다. 좋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식공간 연출" 이라
는 부분이 필수적으로 반영되게 되는데, 이곳 Table34는 '탁트인 시야' 라는 아주 기본적
인 부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분위기로 연출해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부합하듯이 테이블의 인테리어는 모두 화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얀 테이블
보와 하얀 그릇을 이용하여서 고풍스러운 가구와 대비를 잘 이루어 내었다. 한켠에는
다양한 와인들이 보관되어 있는 와인셀러가 있는데, 투명한 유리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였다.

Roasted sea scallops in the shell, stem on artichokes, Barigoule, veal jus
구운 가리비, 아티초크와 빌 소스
아기자기한 가리비 요리가 제공되었다. 음식을 처음 받고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멸치
데코레이션 이였다. 구운 가리비 위에 아티초크를 얹고 멸치로 데코레이션을 주었다.
가리비 하나를 접시로 사용한 듯한 스타일은 참으로 신선하였으며, 가리비와 멸치의
대조적인 맛의 차이를 대비시킨 것 또한 좋은 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리비 위에 얹은
아티초크(artichoke)는 국화류의 일종에 속하는 지중해 원산의 채소인데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의 무 만큼 흔하게 사용된다. 살짝 데치거나 볶아서 사용하는데 무보다는 약간
더 씹히는 맛이 있으며 야간 사각사각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가리비의 결로
쪼개지는 맛과 아티초크의 무너지는 맛에 바삭바삭한 멸치의 맛이 하나로 어우러져 환상
의 애피타이저를 이루어 낸다. 곁들인 빌 소스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끝맡이 씁쓸한데
전체적인 맛을 하나로 잡아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Asparagus cream soup, prawn ravioli, coriander emuision
새우 라비올리와 아스파라거스 스프
스타일과 맛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 인터컨티넨탈 조리팀의 첫작품을 통해 두번째로
제공되는 스프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새우 라비올리와 아스파라거스 스프
였는데 처음에는 새우 라비올리와 야채, 그리고 코리엔터 폼만 얹은채 제공된다. 그 뒤
아스파라거스 스프를를 부어 주는데 하얀 코리엔더 거품이 은은한 녹색의 아스파라거스
스프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낭만적이다.
코리엔더는 한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채소인데 동남아 일대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식재료중 하나이다.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인상적인데 동남아 요리에서
코리엔더가 없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처음 코리엔더를 맛본 사람은 처음에는 대다수
거부감을 나타내기 마련인데 한두번 먹다보면 이 오묘한 맛에 빠져서 항상 곁들여
먹게 된다.
코리엔더로 만든 폼에 아스파라거스와 크림을 곱게 갈아서 만든 스프를 곁들였다.
스프의 중앙에 새우가 들어있는 라비올리가 있는데, 쫄깃하면서도 보드라운 맛의
라비올리와 그린 아스파라거스의 은은한 향이 느껴지는 스프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아스파라거스 스프는 녹색야채를 녹즙으로 만든 맛처럼 진한 맛인데 여기에다 크림을
살짝 섞었기 때문에 부드럽고 진하면서 농후한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스타일면에서도 하얀색과 녹색의 적절한 만남으로 로멘틱한 색깔을 만들어 내었다. 어쩌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녹색을 하얀색 거품을 곁들임으로써 한층더 부드럽
게 표현하였으며, 자칫 닝닝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아스파라거스의 맛에 코리엔더와
라비올리를 첨가함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의 스프로 탄생되었다.

Slow roasted rack of Australian lamb, white dry bean stew
구운 호주산 양갈비, 흰 콩 스튜
메인요리로 양갈비가 제공되었다. 먼저 나온 두가지 스타일의 음식을 보면서 어떠한
스타일의 음식이 제공될지 궁금증이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ricot(살구)과 콩을 잘 볶은
뒤 양고기를 얹어 놓았다. 마무리로 베이컨과 파슬리 chop을 뿌린뒤 살짝 소스로 멋을
내었다.
양고기는 분홍빛이 약간 사그러들 정도의 미듐-레어로 적절히 잘 구워서 나이프로 반을
썰자 육즙이 흥건히 고였다. 오물조물 한입 씹은 뒤 살구와 콩도 곁들여 먹어 본다. 살구
와 콩의 달콤한 맛과 베이컨과 파슬리의 짭조름한 맛이 적절히 대비된다. 그리고 좀 더
맛을 음미 하노라면 파슬리의 쓴 맛도 느낄수 있는데 단순한 고기의 맛에 다양한 맛이
곁들여져서 흥미진진한 맛이 연출되었다.
살구와 콩을 곁들였다는 것이 참으로 신선하였는데 살구의 감미로우면서 달짝지근한
맛에 콩의 진한 고소함이 맛을 더욱 증폭시킨다. 양고기만 먹고 있었으면 조금은 심심해
졌을지도 모를 메인 요리에 적적한 곁들임을 넣음으로써 효율적인 감초 역할을 하였다.
스타일로는 조금은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 세련된 코디를 하였다.
접시중앙을 기준으로 콩을 깔아준 뒤 램을 겹쳐서 올리는 것은 클래식한 스타일이지만,
재료를 기준으로 중후한듯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멋을 만들어 내었다.
모든 식사를 마친뒤 Exec. Sous chef 인 Eric Pellen 과 대화를 나누면서 평소 궁금한
점을 물어 본다.
" 프랑스 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프랑스 음식이 역사와
기술적인 부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나라의 좋은 면만을 받아들여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현재 Table34 에서 추구하는것도 프랑스 음식문화와 한국의 음식문화의 좋은 부분만
살려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맞춰나가는 것입니다. 그나라의 식재료를 이용하여 그나라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음식문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Eric chef 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식재료와 다양한
요리기술을 우리의 입맛으로 바꾸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
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table34는 세계요리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실력만큼 조리사들
의 열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였다.
위치 :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34층
연락처 : 02) 559 - 7608
가격 : 구운 가리비, 아티초크와 빌 소스 24000원
새우 라비올리와 아스파라거스 스프 18000원
구운 호주산 양갈비, 흰 콩 스튜 43000원 (tax 10% 미포함)
지 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