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을 유지시키는 것은 기다림이다
그 남자의 수면시간은 밤 열 두 시에서 새벽 여섯 시 반까지이다.
그 시간은 남자가 휴대폰을 꺼놓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완벽하고 깊은 수면을 몹시 좋아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소문에는, 그가 조금 변했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그 남자는 한 여자를 알게되었고,
그녀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주었다.
어느 늦은 밤, 남자가 휴대폰의 전원을 끄려는 순간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깐...나와줄 수 있어요?"
그것은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10년 가까이 된 남자의 습관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 날부터 남자는, 잠을 잘 때도 꼭 휴대폰을 켜두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 그 남자에겐 애인이 생겼다.
몇 년 전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 자기를 불러냈던 그녀는 아니었지만,
남자는 애인을 몹시 아꼈다.
하지만, 그녀가 커플요금제를 운운하며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제안했을 때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바뀐 새 번호를 알려줄 수 없는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번호 이동성 제도라는 것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두 남녀는,
서로 다른 사랑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으면서도 10년 전에 했던 약속을 기다리면서 산다.
그들이 서로를 잊지 못했던 것은 그 기다림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