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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에 관한 불편한 진실들..

장홍석 |2008.08.06 19:25
조회 801 |추천 2

 

낙태. 말 그대로 뱃속에 있는 태아를 강제적으로 사산시키는 것이다. 임신중절이라고 하기도 하고 흔하게는 애를 지웠다 라고도 표현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비혼, 기혼 여성들이 갖은 이유로 낙태를 하고 있고 그 비용은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약 50만 원 선이다. 낙태 시술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취를 하고 20분 정도면 끝이 난다. 마취가 풀리고 영양주사를 맞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정도. 길게 잡아야 2시간 정도면 뱃속의 태아는 ‘영원히’ 사라진다. 낙태 후 약을 좀 먹다가 3일 정도 지났을 때 한 번 더 병원에 가서 ‘완전한’ 시술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면 모든 과정은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자궁경부암 검사 등을 하라고 권하는데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 혹은 찜찜함 때문에 이 검사는 대부분 하지 않는다. 현재 낙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가임 여성의 약 40% 이상이 낙태를 경험했으며 이는 교통사고율, 교통사고 사망률, 성형수술, 등등과 함께 세계 1위이다.

 

솔직하게 말을 하자면 나는 아직 낙태의 경험이 없다. 이는 이런 글을 쓰지만 나는야 조신녀 같은 개소리를 하기 위한 방어막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섹스를 할 때 마다 매번 100%의 완벽하게 안전한 피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임신을 하지 않은 건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낙태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낙태를 하는 친구를 따라 병원에 간 것이 다섯 번. 위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낙태가 불가능할 만큼 자란 태아 때문에 낙태 주사를 맞고 밤새도록 신음한 끝에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가서 사산한 아이를 출산하는 방법으로 낙태한 것을 지켜본 것이 한번이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도는 아니겠지만 누구 못지않게 낙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다만 마취주사를 맞고 직접 수술대위에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나는 여기서 낙태를 해야 하는지 혹은 말아야 하는지를 말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내가 낙태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그녀들이 아닌 그들에 관해서이다.

동정녀 마리아가 아닌 이상. 자기 혼자 임신을 하고 또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 그들이 있다. 그들을 가해자라 부르건 씨앗을 뿌린 사람이라 부르건 혹은 애인이나 남자친구, 남편 등등으로 부르건 간에 말이다. 내가 경험했던 다섯 번의 낙태 수술 동행은 세 곳의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그때 내 지인이 아닌 낙태를 하러 온 다른 여성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봤었다. 낙태를 주로 하는 병원들은 일반진료도 함께 보긴 하지만 거의 환자들이 다 낙태시술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거기서 내가 일반 환자들을 낙태시술로 착각한 경우는 제로에 가깝다. (수납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낙태시술은 거의 현금지급을 해야 하며 금액도 금방 표가 난다.) 거기서 가장 많이 본 광경은 친구인지 언니인지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자와 여자가 낙태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수술을 받기 위해, 또 한 사람은 보호자 자격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소위 낙태를 하도록 한 절반의 책임을 진 남자가 동행하는 꼬락서니는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 해 보자. 언니나 친구나 동생이 임신을 하게 만든 것도 아닐 텐데 왜 여자들은 같은 여자의 손을 잡고 낙태를 하러 갈 수 밖에는 없을까? 답은 그들이 동행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같이 가기 싫다고 뻔뻔하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갖은 핑계를 대며 가지 못할 필연적인 사연들을 나열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낙태시술은 단지 수술로써의 측면으로 보자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에 속한다. 하지만 낙태술은 생명을 구한다는 의료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한 생명을 없애야 하는 시술이므로 드러내놓고 발전을 하지 못했다. 의사들은 순전히 감으로 수술을 하며 수술 도구 또한 지난 몇 십 년간 아무런 기술적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시술은 비록 간단히 끝나기는 하지만 의사의 실수나 기타 수술 기구 등의 문제로 자궁천공 (자궁에 구멍이 뚫리는 것) 사산된 태아의 일부가 자궁에 남아 자궁에 염증을 일으키는 등 수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이 간단한 수술을 받다가 다시는 임신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남자와 섹스 후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들은 심적 고통 이외에도 이런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위험까지도 함께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자. 이때에 당신들은 감히 그녀와 함께 병원에 가기가 창피하고 쪽팔리고 무섭고 바쁘고 어쩌고의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인가? 누군가는 당신과 함께 한 일의 결과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모든 전신마취 수술은 최악의 경우 사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내가 동행한 다섯 번의 임신 중절 수술은 당연하지만 모두 남자친구 혹은 애인이라는 작자들이 함께 가지 않았다. 그녀들 중 거의 대부분은 낙태 후 남자와 헤어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침대에서는 같이 즐겼으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잔인할 만큼 무책임했던 그들의 태도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가 낙태를 하는데 보였던 최악의 케이스는 연락두절이었다. 심지어 내가 그의 핸드폰으로 지금 [니 여자 친구가 수술하고 있다 인간이면 빨리 연락해라] 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여자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잠수를 탔고, 정말 치사스럽게 병원비마저도 여자의 몫으로 짐 지웠다. 그때 난 개새끼가 사람새끼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인간에게는 짐승을 빗대어 욕하는 것 마저 너무 과분하니까.


반대로 내가 보았던 최고의 케이스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막 군대를 제대한 그는 군 생활 중 이미 헤어진 여자 친구로부터 임신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가난한데다 군에 묶인 몸이라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그는 아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빌려서 겨우 수술비를 마련해서 여자 친구에게 건넸다. 그리고 휴가 날짜가 맞지 않아서 여자가 수술 받는 날은 함께 가주지 못했다. 그 얘기를 그는 정말 펑펑 울면서 했다. 아직도 그 여자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면서. 나중에 제대 후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그녀는 너무 힘든 일을 겪은 뒤라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고 그만 잊으라고 말해줬다. 그는 이미 충분하게 미안해했고 자기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여자 친구를 도왔으니까.

 

여자들은 임신을 하면 우선 낳아야 하는가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를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이때 그 고민의 해답은 남자가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녀에게나 아이에게나 너무 힘든 일이다. 따라서 아이를 낳으려면 우선 남자친구의 동의 및 결혼약속이라는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만약 본인 스스로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이미 내린 후라고 하더라도 남자로부터 애를 지우자는 식의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게 된다. 말이나마 낳자고, 혹은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잠시라도 고민하는 정도의 성의라도 보이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 막말로 처녀가 임신을 한 게 자랑은 아니다. 그런 일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아마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게 지 몸 간수 하나 알아서 하지 못한 여자만의 잘못인건가? 그래서 울며 친구에게 혹은 지인에게 고백하고 같이 병원에 가 달라는 말을 하며 차가운 수술대위에 누워야 마땅한 것인가? 생명을 없애는 주제에 참 말도 많다라고 하는 당신. 당신은 여자인가? 남자인가?

 

처음부터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우리 제발 같이 좀 책임을 지자. 아이를 낳는 것이건 낙태건 간에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수술은 어차피 여자 혼자 받아야 되고 낙태는 나쁜 일이니까 남성인 당신은 쏙 빠져도 정말 좋은 일인가? 당신의 여자가 낙태수술을 받는 동안 당신은 뭘 했는가. 술을 퍼 마시며 인생이 좆같다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다 잊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서 대가리에 총알이 박힌 듯 신나게 놀았는가.

 

나와 섹스를 했고, 그 결과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자. 그리고 세상에 빛도 못 보고 사라져야 할 조그마한 생명체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다. 이유 불문하고 같이 가줘라. 그리고 그 아픔도, 아픔의 극복도 함께 해라. 쪽팔린다고? 그걸 외면하는 당신의 쪽은 쪽도 아니니 이제 정신들 좀 차리시길 바란다. 분명한 건 당신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당신들이 그 엄연한 진실을 외면해왔을 뿐이다.

 

 

PS. 법적으로 낙태가능 기한이 있다..

 

하지만 그 기한 안에 `처리`했다고 해서 그 태아가 생명이 아니니 없애도 좋다고 단정지으며 떳떳이 살아가도 괜찮을까?

 

혹시 `태아령`이라고 들어봤는지?

 

임신중절 이후 자신을 버린 부모의 곁을 떠나지 않고 돌아다니는 불쌍한 영혼들..

 

그들을 위해 주어진 묘비나 흔한 납골당도 없다..

 

한순간의 쾌락 혹은 실수로 인해 사라지는 생명들..

 

우리나라 산부인과 병원들이 임신중절시술을 통해 벌어들이는 액수를 따져보면 의도적인 방조와 조장에 의한 최대의 수혜자가 바로 의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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