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후유증 … 수입상담 깨져 손해”
손해배상 청구인단 이틀새 1300명 넘어
사업 차질, 가정불화, 식품 결벽증 호소
해외 바이어 "한국인은 비과학적, 고집센 민족"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국민소송에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6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과 인터넷 카페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에 따르면 홈페이지와 거리 서명을 통해 청구인단을 모집한 결과 130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단체들은 4일 오후부터 모집에 들어갔다. 소송 비용은 한 명당 1만원씩 걷는 모금으로 충당한다. 시변 사무총장인 이헌 변호사는 “1차 모집기한 내에 목표 인원인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 국민은 “잘못된 광우병 보도로 석 달 이상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노데모 카페 운영진 곽민호씨는 6일 “시민들이 광우병보다 무서운 ‘PD수첩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피해 심각”=지난달 목욕용품 수입을 위해 필리핀을 찾았던 무역업자 박모(55)씨는 예상치 못한 낭패를 겪었다. 가격 협상에 들어가자 현지 바이어가 갑자기 한국의 촛불시위 얘기를 꺼냈다. “한국인은 비과학적이고 고집 센 민족”이라고 비아냥 섞인 농담을 던졌다. “북한도 남한도 생떼만 부리느냐. 한국도 북한처럼 고집불통”이라며 웃기도 했다.
그는 6월 중국에서도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우산 수입을 위해 중국 업체 3~4곳을 찾았으나 매번 “한국은 국가 간의 협상 뒤에도 괜한 트집을 한다.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답이 들려왔다. 협상 역시 틀어졌다. 박씨는 “거래상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경제성장·민주화·한류 등을 두고 부러워하던 외국인들이 이젠 우리를 아집에 사로잡힌 미개 민족 취급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5일 노노데모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소송에 참여했다.
청구인단엔 박씨처럼 크고 작은 영업상·직업상의 불이익을 호소하는 이가 많았다. 서울광장 주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윤모(49)씨는 인터넷 신청서에서 ‘촛불시위대로 인한 영업상의 피해’를 호소했다. 석 달 가까이 시위대가 서울광장에 몰리는 바람에 손님의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박모(51)씨는“불법 도로 점거로 입은 생업의 지장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PD수첩 때문에 가정 불화”=‘광우병 공포’로 예민해진 식구들의 입맛은 가정 불화로도 이어졌다. 주부 조모(48)씨는 PD수첩 방영 이후 아침저녁으로 가족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반찬 하나하나를 꼽으며 “정말 안전하냐”고 되묻는 대학생 아들딸 때문이다. 조씨는 “‘100%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어야 먹겠다’는 자식들 때문에 속상했다. 밥상을 차릴 때마다 겪는 스트레스로 머리까지 빠졌다”고 호소했다.
‘광우병 괴담’에 피해를 본 학교 직원도 나섰다. 중학교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전모(36)씨는 “급식에 고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교사들을 붙잡고 ‘먹어도 되는 거냐. 죽는 거 아니냐’며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전교조 교사가 PD수첩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며 ‘괴담’을 부추겼다. PD수첩은 석 달간의 혼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 전문의인 김모(40)씨도 청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지난 석 달 동안 광우병에 대해 물어오는 환자들로 골치를 앓았다. 김씨는 “잘못 알려진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환자들과 수없이 논쟁해야 했다. 정확한 설명을 하느라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간호사 김모(29·여)씨는 “PD수첩을 굳게 믿은 남자 친구와 의견 충돌이 잦아져 그만 헤어졌다.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PD수첩이 조장한 ‘광우병 공포’는 모든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나 건강염려증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인 강모(62)씨는 “젊었을 때 먹었던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려 있지 않나, 혹은 손자들에게 광우병을 옮긴 건 아닌가 남몰래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회사원 전모(42)씨는 “PD수첩 방영 뒤 외부 인사에게 쇠고기를 대접했다가 ‘한국인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세계 최고’ ‘광우병에 걸리면 책임질 수 있느냐’며 핀잔을 들었다. 억울하게 당한 모욕에 분이 풀리지 않아 소송에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스트레스도 호소했다. 회사원 조모(58)씨는 “시위 관련 뉴스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