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새차냄새가 나는 버스 안 털이 보송보송한 시트에 앉아 운전기사의 머리 위에 달린 빨간 색 글씨로 씌여진 숫자를 읽는다.
19:19
달리던 버스는 이내 주차장처럼 되버린 런던의 외각에서 꼼짝을 못하고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자꾸만 입안이 쓰고 등줄기가 시리다. 손은 땀으로 흥건하다. 3박 4일 간의 런던여행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매점에서 산 가장 싼 음료 1파인트 우유를 바라본다. 물보다 싸고 콜라보다 싼 우유다. 우유를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마시면서 런던여행을 떠올려본다.
런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관광은 싫증난지 오래고 남은 것은 약간의 호기심과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삼류적 마인드로 심드렁해진 나를 런던의 길거리로 몰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부지럼대신 더블린 여행에서의 여독이 남은 상태에서의 런던관광은 수월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영국의 날씨가 짜증나게 했었고 흥은 없고 내 두다리의 끈기로만 나를 이끌어나갔다.
하지만 런던한인민박에서의 밤은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웃어댔다. 오랜만에 만난 몰타에서 온 누님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2개월동안 하지 못한 한국말을 끊임없이 내뱉어댔다.
나를 나 스스로 보건대, 간신히 꿈꿀만큼 메마른 감성을 가지고 약간의 대인 기피증과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없음과 내 구강구조에는 back space키가 없음을 한탄하는 대화불안증, '우르르' 무리 거부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20c와 21c에 살아봤고 살고있는 나. 어떻게 시간을 채워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스물다섯즈음의 때늦은 질풍노도. 멍하게 빈둥거리는<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1" height="1" src="http://emjay.kr/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 wmode="transparent" invokeurls="false" autostart="false" id="bootstrapperemjaykr280678" allowscriptaccess="never" enablecontextmenu="false" flashvars="&callbackId=emjaykr280678&host=http://emjay.kr&embedCodeSrc=http%3A%2F%2Femjay.kr%2Fplugin%2FCallBack_bootstrapper%3F%26src%3Dhttp%3A%2F%2Fcfs.tistory.com%2Fblog%2Fplugins%2FCallBack%2Fcallback%26id%3D280%26callbackId%3Demjaykr280678%26destDocId%3Dcallbacknestemjaykr280678%26host%3Dhttp%3A%2F%2Femjay.kr%26float%3Dleft" swliveconnect="true"> 것을 좋아하고, 심하게 소심하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 보일 수도 있는, 나. 내 청춘.
19:48
버스는 이제서야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위험수위를 넘겨 술을 마셨다. 오늘 하루종일 술을 처음 마신 마호메트 마냥 겔겔거리고 비틀거렸다.
나는 혼자 피어났다 어느새 꺽어지는 형편없는 식물과 같다. 좋아! 올해 슬로건은 '변화 그리고 평화'로 정했고 나름 노력을 한 결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 라고 파우스트를 통해 말한 괴테의 가르침을 배웠다. 노력으로 혼자 피어난 다음, 이게 아닌가 하고 꺽어진다. 형편없다.
내 머리 속에는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것을 해내는 행위 자체이다.
20:13
요즈음에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게 된다면 마음속에서 '어차피 잘되게 되어있어'라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타락했다. 나와같이 타락한 도시 런던은 바쁘다. 영국인과 이주민, 그리고 관광객들이 범벅이 된 이 도시에서 무엇을 봐야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수집에 대한 광기와 욕심으로 뭉친 박물관과 미술관을 보았고 그냥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분명히 런던은 좋은 곳이다. 이들은 무엇이든지 쉽게 전달, 제공해준다.
버스가 본머스로 들어왔다. 조금있으면 도착이다.
어떠한 사소한 일을 벌이고 왔는데 선택권은 나를 떠나 내 운명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정직하게 말하자면 제발 잘되었으면 한다. 실패한다면 잊으려 하기보단, 기억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아무 것도 몰라서, 싸구려 물건 같아서,
그래서,
하지만,
그러므로, 아름다운 내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