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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rk Kight, 2008 : Bat man

김현수 |2008.08.10 18:38
조회 27 |추천 0

 

(* 스포일러 약간 있음)

 

어릴 적,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AFKN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틀어줬다. 한국에 있는 미군 및 미국 관리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대략 10시~10시 반쯤되면, 박스바니와 미키마우스와 같은 명랑한 애들과, 한달에 한번 정도 틀어주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끝나고 나면. 11시 넘기며 아주 우울한 색채의 만화가 시작되었다.

배트맨이었다.

난 그 만화가 우울해서 좋았다.

 

 

The Dark Kight, 2008 : Bat man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게는 '메멘토'를 보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배트맨 팬 블로거는 그의 배트맨 전작인 배트맨 비긴즈를 매우 혹독히 평하기도 하다만, 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다크나이트처럼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주인공도 살고 악당도 잡히고 희생도 최소한으로 선방한 히어로 오락영화가 이토록 우울할 수 있음에 나는 환호한다.

우울한 이유 역시 누가 죽어서가 아니라. 철저히 惡에 농락당한 善에 대한 잠시의 조롱, 긴 연민, 반복적인 회의라는 것에 환호한다.

(감독은 여자의 죽음을 의외로 중요치 않게 배치한다. 어찌보면 하비던트-아론 에크하트-의 변화 요인 이상으로서는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매우 유치한 수퍼히어로의 엔딩을 '우울한 팝콘 무비'로 만든 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힘만은 아니고.

누가 뭐래도 히스레저의 힘이다.

 

그가 우울증 끝에 자살한 이유엔 이 영화의 출연으로 인한 캐릭터의 심취가 한몫했다던데. 영화 마케팅을 위한 기자들만의 떠벌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의 출연작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영화 중에 가장 현실적이지 못한 시퀀스를 골라내라고 하면, 휴대폰 전파로 영상을 도시(盜視)하는 것도 아니고, 증인을 홍콩에서 납치해오는 것도 아닌.

죄수가 탄 배와 시민들이 탄 배가 서로를 죽이지 않고 버튼을 포기하는 시퀀스를 꼽겠다.

사람들은 배트맨의 말과 감독의 바람과 달리, 그리 선하지 않다. 특히 군중의 모습을 띄고 있을 땐. 모이면 악해지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천상 만화영화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오락영화가 심오한 철학이라도 읊조리는 양 쌩똥폼 잡는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히스레저가 죽어서 더 과장된 품평을 받는다고도 하던데.

 

난 예술영화가 '잘하는거'보다, 오락영화가 잘하는게 더 이뻐보이드라.

 

 

 

Heathcliff Andrew Ledger.

 

1979년 태어나 2008년 죽음.

 

내가 알만한 영화는 브로크백마운틴, 기사 윌리엄, 패트리어트, 그림형제, 아임낫데어 정도에 출연했다.

그 중 내가 본 몇몇 영화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연기가 어땠는지 그다지 기억나지 않았던 그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마지막 연기로 남긴 이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대사 중간중간 날름거리는 혀는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고 낮은 톤으로 갈라지는 목소리는 아주 세련되고 인텔리한 악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는 가벼워도 그의 연기는 가볍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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