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동방신기가 4집으로 한국에 돌아오다.
얼마 전에 입추가 지났고 말복도 지났다.
덥고 습하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을 무척 좋아하는 내게,
여름이 가버려도 아쉽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그들의 앨범을 고대하는 마음이 푹푹 찌는 여름 날씨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음에 있을 것이다.
이미 팬들의 마음은 so hot! hot! 이니까,
이 리뷰는 4집을 조금 더 겸허하고 객관적인 상태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냉수 마찰 정도라고 생각해두자.
일본에서 발표한 수 많은 앨범들은 일단 고이 접어 두고...
오늘 다룰 것은 수 백번 수 천번 듣다 못해 CD가 튕겨져 나가 버릴 것만 같은
한국의 정규 앨범들이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SM의 아이돌 가수에 지나지 않는,
그러나 그 어떤 뮤지션보다 많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던,
동방신기의 앨범 3장에 대해서 지금 부터 열심히 궁리해보자.
1집 Tri-Angle
믿어요
Whatever they say
# 모순적 아카펠라에 대한 고찰
이 앨범이 나왔을 때 쯔음 나는
'동방신기는 아카펠라 댄스 그룹 이다.'
라는 명제에 대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난 분명히 동방신기의 팬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해박한 한 명의 안티였기 때문이다.
1집이 나오기 이전의 나는
이따금씩 앨범에 수록 된- 'accapella' 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무반주곡들의 존재를,
기획사에서 예쁜 말로 다듬어 놓은 소개 문구를
허울 좋게 포장하려는 행위로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 곡들은 리얼 그룹의 정통 아카펠라 같은 완성도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으며
(명색이 아카펠라를 표방하고 나온 가수인데... 베이스가 둠바 둠바 거린다고 해서 다 아카펠라는 아니지 않는가...)
아카펠라라기 보다는 그냥 그저 그런 화음 덩어리들의 나열... 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Whatever they say - 믿어요
로 이어지는 라인은, 뭔가 내 안에 조각 조각 부서져 있던 생각들을
하나로 이어 놓기 시작했다.
두 곡의 공통점을 굳이 말로 설명하자면
처음 딱 들었을 때, 사비에 매우 거대한 화음 조직이 쌓여있어서- 멜로디를 확실히 분간할 수 없다는 것?
말로 딱히 정의내리기 힘든 이 느낌은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 노래를 부를라치면, 사비 부분에서,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알아서' 화음이 성립되는 것이다. (허허...)
그러니까 동방신기는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아카펠라를 가끔 하는 척 하는 댄스 그룹' 이 아니라
아카펠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들을 댄스와 팝 발라드 따위에 적용시키는
어떤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Whatever they say' 와 '믿어요' 는
단순히 코러스가 강한 곡과는 분명한 차별을 둘 수 있다.
일부러 여러 파트를 듣고 또 돌려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귀에 쏙쏙 박히는 무언가가 있고
이것은 본래 아카펠라가 가지고 있는
미적 아름다움의 원리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적. 그러나 조화적. 비로소 빛을 발하는 카타르시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있어 동방신기의 음악이 가지는 특징인 것이다.
동방신기의 음색이 다른 그룹 보컬팀에 비해서 매우 개성적이고 통일감이 떨어지지만
그 어떤 보컬 그룹 보다 조화로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집 Rising Sun
Tonight
Beautiful Life
One
Love Is...
Rising Sun
Dangerous Mind
Free your Mind
# 다양한 장르 & 궁극의 SMP 시리즈
CD를 재생시키자 마자 몸은 벌써 콘서트장 안에 와 있는 것만 같고,
귀는 일찍이 화려한 보컬에 압도 당해버린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규 앨범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정규 2집은
귀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심지어 따라 부르는 입 모양도 즐겁다.
Rising Sun 은 극적이고 다이나믹하다는 평을 받으며
타이틀곡으로서의 임무를 완벽히 완수했고
다른 곡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장르를 넘나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Tonight 과 Beautiful Life 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Rising Sun' 이라는 곡에 대한 의의를 두자면
수 많은 SMP 곡들 중에서도 가장 SMP 에 충실한 곡이면서 동시에 독보적인 대중성 또한 함께 입었다는 것이다.
각종 상들을 휩쓸며, Rising Sun 은 제목 그대로 눈부시게 떠올랐다.
일명 '마인드 시리즈'로 불리우는 'Dangerous Mind' 와 'Free your Mind' 는
1집의 Tri-Angle 과 라인업한 느낌을 은근히 풍기면서 궁극의 SMP를 이룬다.
멤버들이 골고루 샤우팅도 해보고 랩도 해보는 등-
가창적인 부분에서도 용기 어린 시도가 있었고,
SMP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을 받았다.
3집 O-正.反.合.
O-正.反.合.
Hey! Girl
Get Me Some
풍선 (Balloons)
# 닭이 먼전가, 달걀이 먼전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공론으로도 그렇고
3집 앨범은 후한 점수를 주기에 게름칙한 점이 너무나 많다.
회사 측에서는 팬들의 기대와 기다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 바빴고
멤버들은 국가를 넘나드는 바쁜 일정 속에서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여전히 다양한 시도들이 돋보이기는 했으나, 새로운 감성을 입은 것이 아니라 살짝 걸친 것 같은 느낌에 그쳤다고 할까...
'O-正.反.合.' 을 앞세운 컴백으로, 동방신기는
애초에 동방신기가 다른 SM의 가수들과 차별화 될 수 있었던 '그들만의 음악' 과
SM식 퍼포먼스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발표 초에 BoA의 Girls on Top 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나름대로의 유니크한 퍼포먼스, 그리고 그것보다 강력한 팬들의 힘으로 다시 한 번 고지를 점령하고 화려하게 컴백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닭도 중요하고 달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닭이 달걀을 품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정반합은 멋있었다.
특히 영웅재중의 코디네이션은 환상이었다.
그러나 1집의 그 새로움에 대한 포부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런 생각에 괜시리 씁쓸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Hey! Girl' 과 'Get Me Some' 의 무대는 훈훈한 감동이 있었다.
좋은 퍼포먼스에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라이브가 적절히 공존했던 무대로 평가하고싶다.
3집에서 동방신기가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다섯 손가락의 '풍선' 의 리메이크가 굉장히 히트를 쳤다는 점이다.
풍선의 어레인징은 지금 들어도 정말 환상인 것 같다.
적당히 우아하면서 적당히 발랄한- 새로 태어난 동방신기의 풍선이,
그들 특유의 러블리한 컨셉, 그리고 안무와 시너지 효과를 뿜어내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3집의 매력은 곱씹어 들을 수 있음에 있는 것 같다.
들으면 들을 수록 감동이 밀려오는 그런 곡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종전과는 다른- 보다 깊은 매력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제... 기대해마지 않는 동방신기의 4집.
동방신기가 현재 일본에서 하고 있는 스타일의 음악을 원하는 팬들도 있고
강력한 SMP를 원하는 팬들도 있고,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정말이지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것 같다.
4집 앨범이 어떤 컨셉을 갖고 어떤 음악을 선사하든, 어쨌든 간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꿀맛같은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거. ^^
요즘 음원 유출이다 뭐다 하는 아쉬운 소문도 들리고 있고
타이틀곡이 '포커 페이스 (Poker Face)' 라는 제목의 강한 댄스곡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중에-
나는...
비록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음악이,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음악적인 초심을 다시 한 번 묻고 싶은 바이다.
그들의 팬으로서, 동방신기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기다리고 있고
그들이 뮤지션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가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4집이 한국 팬에 대한 '예의' 어린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아름다운 색채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믿어요 - 동방신기
Whatever They Say - 동방신기
Beautiful Life - 동방신기
Dangerous Mind - 동방신기
Free Your Mind - 동방신기
Hey! Girl - 동방신기
Get Me Some - 동방신기
// '동방신기 한국 정규 앨범, 다시 들여다보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