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엉터리 수입위생조건… O-157 감염 미국 쇠고기 들어오나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있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맞춰 생산된 LA갈비 60톤이 10일 부산항에 들어온 데 이어 오는 17일과 18일 140톤이 더 들어올 전망이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우병 위험을 보도했던 MBC PD수첩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과명령을 내렸고 법원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반론 보도할 것을 결정했다.
그런데 8일(현지시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유기농 매장인 홀푸드가 지난 두 달 동안 판매한 분쇄육이 병원성 대장균인 O157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다고 공개하면서 대규모 리콜 계획을 발표됐다. 이와 함께 최소 9명 이상이 이 분쇄육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문제의 분쇄육은 네브라스카주 소재 네브라스카비프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이 회사는 이미 한 달 전에 2400톤 규모 분쇄육을 리콜한 바 있다. 이번 추가 리콜 규모는 540톤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회사 제품과 관련된 감염 사례는 미국 12개 주와 캐나다 등에서 모두 49건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회사가 30개 한국 수출 승인작업장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소 5차례에 걸쳐 광우병위험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조치를 받은 바 있다. 위생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3차례나 작업장 폐쇄조치를 당한 적도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회사다.
만약 이 회사가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할 경우, 다시 말해 우리나라 기업이 이 회사 쇠고기를 수입해서 들여올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검역을 강화하는 것 외에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이 이 회사 작업장에 중단 조치를 내리기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 정부에 구체적인 O157 검출 경위와 관련조치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회신이나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다.
11일 아침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고 있지만 논조는 크게 다르다.
▲ 동아일보 8월11일 14면.
동아일보는 아예 이 쇠고기 회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일부 국내 언론과 야당은 이번에 진행중인 리콜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 상황을 쇠고기 안전에 특별히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논점을 교묘하게 비틀면서 정작 이 쇠고기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 동아일보 8월11일 14면.
동아일보는 재미교포들이 PD수첩을 상대로 소송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이 기사와 나란히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한 교포의 말을 인용, "재미교포들이 자신들이 수십년간 먹어온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PD수첩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미국인들이 이번 광우병 소동을 조롱하는 것에 화가 나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광우병의 위험과 이들이 느끼는 모욕감은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재미교포들 가운데 희생자가 없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의 위험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신문이 간과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본질은 우리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면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위험을 재미교포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는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 신문은 "통상 리콜 조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회신을 보내올 것으로 보인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입위생조건 7조에 통보시한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고 해서 미국 측이 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려했던 것처럼 수입위생조건이 정작 필요할 때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신문은 이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다.
▲ 매일경제 8월11일 9면.
매일경제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신문은 익명의 육류 수출업자의 말을 인용, "호주산 햄버거 패티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산 햄버거 패티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미국산 햄버거 패티가 더 싼 값에 들어올 경우 얼마든지 수입할 용의가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신문은 미국산 쇠고기 위생 조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 애쓰는 인상을 준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수입위생조건에 헛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두둔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서울경제 등이 비교적 중립적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하면서 해당 회사 작업장의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네브라스카비프는 6월 이후 식품안전 컨설턴트를 고용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어디서 오염이 발생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 홍보담당자 같은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해당 사업장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워싱턴포스트를 인용, "(이 회사가) 지난 6년 간 연방 쇠고기 감시당국에 의해 수차례 위생규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폐쇄조치된 전력이 있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유력자들의 배후로비설을 제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