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 SAY JANG PHOTOGRAPHER YONGGIL AHN
검은 침목, 낙엽, 그리고 푸른 이끼
죽은 나무는 침목이 된다. 숨이 있었을 때에는 낙엽도 흩날렸을 테다.
낙엽 하나가 몸을 숨기듯 침목 사이에 떨어졌다.
침목은 회환에 젖었다.
"그 옛날, 그 언젠가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잎을 날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던 시절."
낙엽은 대꾸했다.
"봄의 간지러움을 참느라, 여름의 비바람을 견디느라 지쳤어요. 얼른 늙어버리가만 바랐어요.
마구 몸부림을 쳤더니 가을이 오기도 전에 이렇게 떨어지네요. 후련해요"
생의 환희를 지루한 연명이라 여기는 낙엽을 보며 침목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네게는 보이지 않니? 저 이끼 말이야. 이끼는 생명이 다했다 믿었던 내게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려줬어. 우린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었어. 삶은 내 의지로 버릴 수 있는게 아니야. 쓸모가 존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쓸모를 만들어야 해."
바람이 불었다. 침목은 몸을 말렸고, 이끼는 바람을 쐬었다.
낙엽은 바람에 밀려 구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