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여자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는
친구들의 등쌀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리고 나온 술자리.
낯가림이 심한 그녀라서
안 그래도 영 안심이 되지 않았는데
불한당 같은 친구놈들!
언제 봤다고, 그녀에게 제수씨~ 제수씨~ 그러면서,
자구 술을 권하더라구요.
가뜩이나 나도 집중 공세를 당하고 있긴 하지만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야야, 내가 대신 마실게!"
잘하지도 못하는 술에
흑기사 노릇까지 하는 바람에
금세 머리가 어질어질..
다 풀린 눈으로 옆을 돌아봤는데,
그녀의 얼굴이 너무 불안해 보이더라구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
"오빠, 취한 거 아니지?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래서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줬어요.
난 아직 괜찮다고.. 멀쩡하다고..
그리고 오늘 괜한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그런 마음을 담아서 손을 꼭 잡았는데
그녀가 다 안다는 듯이
날 보고 웃어 줍니다.
마신 술이 다 깨는 기분이네요.
그 여자
남자 친구는
유난히 주위에 사람이 많아요.
털털한 성격에
사람들 챙기는 데도 워낙 부지런해서
하루 종일 전화벨이 울릴 정도죠.
그런 반면에 난..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하고,
어디서나 그냥, 중간쯤.. 가운데쯤..
그렇게 살려고 애쓰는 편이구요.
하지만 그 사람의 취향도 있고,
친구들 앞에서 체면도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여기에 와 있어요.
그 사람의 친구들이 몇 번이나 그랬다나 봐요.
오늘은 꼭 날 데리고 나오라고..
분위기에 도취된 사람들의 흥분,
시끄러운 음악 소리,
자꾸 술을 권하는 사람들의 취기 어린 목소리..
이런 분위기가 너무 어색한 나는
자꾸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괜히 따라왔나 보다..
내가 이렇게 못나게 굴고 있으면
남자 친구는 얼마나 불편할까?'
점점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
그런데 그 때, 그 사람이 손을 꼭 잡아 줬어요.
그 따뜻한 손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죠.
다 괜찮다고, 내가 여기 있으니 걱정 말라고..
신기하게도, 금세 모든 것이
정말 괜찮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 사람의 눈길 한 번, 그리고 손길 한 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