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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 <먼 바다> 중에서..

정희찬 |2008.08.13 09:54
조회 28 |추천 0

 

월훈(月暈)


    - 박용래


  첩첩 산중(山中)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뚝, 그 너머 강(江)기슭에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목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老人)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우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老人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이 작품을 읽고 돌아가신 일산(一山) 외할버지가 생각이 났다. 지금의 일산은 신도시로 변해서 어린 시절의 시골스런 풍경이 사라지고 없지만, 나의 추억 속에는 여전히 실개천이 흐르고, 오양간에서 볏단 냄새가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시인은 을 통해 점점 사라지는 우리의 옛 시골의 모습을 영상처럼 재현해 놓고 있다. 시인의 섬세한 관찰과 표현에 다시금 감탄을 금할 길 없다. 한국은 참으로 훌륭한 시인들이 많다. 그러나 시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 시인들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다.

 

                 http://www.cyworld.com/1004s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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