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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개월 앞두고 환승 당했습니다.

상자 |2026.03.30 21:54
조회 169,305 |추천 851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을 전제로 약 2년 가까이 교제했고, 양가 상견례까지 마친 상태에서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저는 그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진중하고 책임감 있게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있던 중 전남자친구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화면에 떠있던 그 번호를 저장해봤고, 프로필 사진 속 여자가 들고있는 핸드폰 케이스가 전남자친구가 사용중인 케이스와 동일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쉽게 넘기기 어려운 찝찝함이 들더군요.


케이스가 동일한게 확률상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저는 실례가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걸려온 그 여자에게 카톡을 보냈고 돌아온 답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전화도 잘못 건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전남자친구에게 다시 물었을 때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었고 내가 괜히 의심하면서 오버했구나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러고 별다른 큰 이슈 없이 올해초까지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몇 달 앞둔 시점, 전남친은 갑자기 고백할게 있다면서 무겁게 입을 뗐습니다.


본인이 대출을 끌어다가 투자를 잘못해서 1억 이상의 빚이 생겼다는겁니다. 저한텐 너무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액수도 액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건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는 그 모든 과정이 저와 단 한 차례의 상의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억이라는 빚보다 쌓아왔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땐 결혼이 3개월 남은 시점이었고 저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이 사실을 양가에 알렸을 땐 당연히 양쪽 모두 발칵 뒤집혔구요.


저희 아버지, 당연히 너무 놀래셨습니다.
그치만 놀란마음을 뒤로하고 저한테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를 할 수 있는거라고 잘해보려다가
그런거 아니겠냐며 큰 수업료 치렀다고 생각하고 이번일은 용기있게 한번쯤 너가 선택한 그 사람 곁에 같이 서주는게 어떻겠냐고 오히려 저를 설득했습니다.
살면서는 정말 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저한테도 예상치 못하게 사기를 당한다든지 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럴 때는 같이 가는게 부부라는 말씀을 하시며 저를 한 차례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아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빚을 고백한 다음날 저는 두려웠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딱 한번 믿어보고자 용기내서 같이 일어나보자고 말했습니다. 걔는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고마워했구요.


근데 그렇게 같이 용기내보자라고 결심했던 그 다음 날 전남친은 갑작스레 결정을 번복했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없다구요. 본인이 이 관계를 여기까지 하는게 자기의 책임같다면서요.


그 후로 붙잡지도, 매달리지도 않았고 그냥 놓아주었어요. 너무 큰 현실앞에서 이 사람이 지금 많이 망가졌구나, 지금은 여자친구라는 존재가 오히려 부담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당장 몇개월 뒤면 결혼이 예정되어있었던 저한테는 놓는 것도 너무 큰 용기였지만 보내줬어요.
마음이 찢기 듯 힘들었지만, 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그 선택까지 존중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별사유가 잘못된 투자로 인해 빚이 생겨버린 정말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근데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정말 우연히 그 여자의 인스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저에게 미안하다며 관계를 정리했던 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보니, 제가 관계를 정리하고 힘들어하던 그 시간과 겹쳐 있었습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어떤건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죽도록 힘든 와중에도 그 사람의 상황과 선택을 이해해보려 애쓰고, 혹여나 그 사람이 무너지진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들을 힘들게 전하며 정리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큰 빚이 생겨서 이제 돈을 어떻게 갚아나가야할지 막막하다던 그 사람은 여행도 같이 다녀왔더라구요. 저한테 빚 고백후 바로 다음날에요.


이 두 사람의 부적절한 사이가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으나 여행이 예정되어있던거면 이미 저를 만나면서도 그전에 오고가는 관계가 있었겠거니 추측합니다.
또한, 폰케이스의 진위여부는 확실하진 않으나 이미 작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였고 그걸 제가 추궁했을 땐 서로 모르는 사이인척 숨겼다는 사실이에요.


정말 극소수의 확률로 작년에는 모르는 사이가 맞았고 케이스도 똑같은걸 쓰는 와중에 잘못 전화를 걸어서 둘이서 그 이후에 운명처럼 이어졌을 수도 있겠죠. ㅎ


그게 아니라면 둘은 작정하고 절 속인게 맞고요.


이 글에 뒷받침이 될 증거는 이미 너무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 풀 수도 있고 뿌릴 수도 있지만 이미 글로도 충분히 설명이 됐을 것 같아 생략하려구요. 결혼 앞둔 남자 건드린 개념이 없는 년은 찔렸는지 계정을 바로 비공개로 돌렸네요.


혹자는 이런류의 폭로가 제 얼굴에 먹칠하는거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배신감에 치가 떨려 도저히 참을 수 가 없어서 글로 씁니다.


사람은 가끔 살면서 설명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곤 해요. 마치 제가 갑자기 어떠한 촉이 발동되어 번호를 저장했다든가 인스타가 갑자기 보였다든가. 그런 일들이요.


빚이 생겼다는것 그 말 또한 헤어짐을 위한 명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긴 하나, 결론적으로는 저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은 시기에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나간게 확실하고 지금도 만나는 사이인걸 알게되서 팩트체크는 굳이 안해도 될 듯 합니다.


참 마음이 많이 힘듭니다.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치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이에요.
제가 애정을 쏟던, 먼 미래까지 함께 하려고 했었던 사람이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걸 지금이라도 알게됐으니까요.
모르고 결혼했으면 결과는 아마 더 최악이었겠죠.


화이팅 해볼게요.

추천수851
반대수21
베플|2026.03.31 01:57
결혼 3개월 전에 헤어졌으면 뭐 예약해놓은 거 위약금 발생한 거 없어요? 그 정도면 예식장이든 스튜디오든 신행이든 다 예약했을텐데. 집이나 혼수 등으로 지출하거나 손해본 것도 있으면 해당되고. 그거 혼인빙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요. 그런 쓰레기한테 미련 남아서가 아니라 사람 우습게 안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나같으면 손해배상 청구함.
베플솔이|2026.03.31 01:49
빚 생겼다는 거 개뻥 ㅋㅋ 요즘 이별방법으로 많이 쓰는 방법이죠 몇 천 빌려달라고 하거나 억대빚이 생겼다고 하면 십중팔구 떨어져나가기때문. 쓰니가 같이 이겨내보자 했을 때 눈물연기하며 속으로 식겁했을 듯. 그냥 사겼던 기억조차 잊어버리고 잘 살면 그게 최대 복수예요.
베플ㅇㅇ|2026.03.31 02:25
파혼으로 인해 생긴 위약금 관련해서 고소해서 받아내셈. 딱 봐도 빚 생겼다 그러면서 위약금은 쓰니가 다 물게 했을 텐데 그거 사기당한 거잖슴?
베플ㅇㅇ|2026.03.31 00:47
쓰레기 ㅅㄲ를 쓰레기 ㄴ 에게 처분하신거 축하드립니다. 그정도 인간은 결혼후에 안그랬겠습니까?? 신의 라는거 의리라는거 모르는 미물과도 같은 ㅅㄲ 입니다. 이럴때 우리는 조상이 도왔다 란 말을 쓰는겁니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 남자 뺐는 부도덕한 여자를 얻기위해, 큰 흠도 함께 지고가겠다는 여자를 버렸으니, 그 ㅅㄲ는 선택의 결과를 받게 될꺼에요
베플ㅇㅇ|2026.03.30 22:47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하루에도 수십번 분노로 가득하고 지난 함께한 시간이 무엇이었을지 너무 기막혀서 원통하시겠지만 앞으로 더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하시고 좋은 시간 보내면서 극복하시길 바라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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