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창녕 우포늪 옆을 비껴갈 일이 있었다.
마침, 해가 질 때가 되었는데 구름도 적당하고 해서 우포늪을 배경으로
노을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가던 길에서 잠시 외도를 했다.
자연의 시간이란 것이 늘 그렇듯
내가 멈추고 싶을 땐 더욱 빨리 가는 것이다.
해가 조금만 더 늦게 지었으면 좋겠다고 빌어도 왜 그리 빨리 도망을 가는지...
어느새 저만치 도망가 숨고 말았다.
- 시간마저 써레질하는 우포/ 이승현
시간의 기억이란 채워지는가, 지워지는가
목마른 공룡 한 마리 그 갈피 더듬고 있다
얼마나
더 짚고 짚어야
뼈의 흔적 찾을까
무심한 바람 한 줄기 행간을 훒고 간다
그렇 때마다 울컥이는 큰 몸집 저 가벼움
백짓장
하늘 한켠은
또 다시 그걸 훔쳐내고...
점점 희미해지는 점자체 가시연꽃
제 살 찢는 아픔이 먼 기억 토해내도
구름은
우포 늪물을
써레질, 써레질한다
켜켜이 노을지는 연잎들의 시간은 궤도를 뛰쳐나온 별똥별 꼬리처럼
붉은빛
징소리 울림으로
이 땅을 태우고있다
시간은 기억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인가
시간은 기억의 흔적을 삭제하는 것인가
우리는 그 엄숙한 몸짓 우포에서 봐야한다.
우포는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 새겨놓은
문신의 짙은 핏물을 하혈로 쏟고 있다.
고목도 못내 서러서 몸 저리 썩지 않는가
잠시 우포의 늪물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상념에 빠졌다.
앞에 보이는 가시연꽃의 울음소리가 적막한 늪 너머로 처연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아!
나의 시간도 이렇게 채워질 것인가, 지워질 것인가
한순간이었다.
해가 지는 시간은
눈 깜짝할 한순간이었다.
촬영을 위해 달리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뿐만아니라 노을까지
순식간에 가버렸다.
이렇게 잠시,
아주 짧은 시간에 마주한 우포늪 노을
짧은 시간
마주한 것이었지만은
나의 머릿속은 수억년을 돌아 돌아 다녀왔다.
상상의 세계는
늘 나와 함께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내가 사는 세상이
이 현실의 세계뿐이라고
누가 감히 내게 말할 것인가
사람이 위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실 속에 있으되 현실이 아닌 세계 속을 거닐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
그래서 우리는 기쁘게 시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매순간, 순간마다...
짧고 아쉬운 시간의
기억은 이렇게 또
우포의 갈피 속에
채워지고
또 그렇게 지워질 것이다.
(이 날 기다리던 사람은 왜 이리 늦었냐고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