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외로움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을까.
그래서 언제부터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가까이하고
내 이름을 헐뜯는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그러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조차마저도 시간의 위력으로
나를 점점 소홀하게 할 때 그 사람을 지우는 법은 언제 또 배웠을까.
그것이 상처임을 알고 내 일부분의 삶으로 받아들인 때는.
그런 아픈 기억의 시기는 언제부터였을까.
지우고만 싶다.
상처의 굴레.
이렇게하면 상처를 입고 저렇게하면 상처를 입지 않을 거라는
약은 방법으로 나 자신을 슬슬 이기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버린
그 시간의 과거를 지울수만 있다면 영영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싶다.
아픈 시간의 과거.
그 시간들은 너무도 많은 것들을 돌려놓았음을 알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내 삶의 주정까지고
뒤틀어 놓았음을.
특히 내가 받고 싶어하고 갖고 싶어하던 유년시절 사랑의 기억.
한 사람을 좋아하면 결혼하는 줄 알았고 사랑이 시작되면
영원히 세상이 멈출 때까지 함께하는 줄 알았던 그런 낭만적이고
순수한 동경의 내 사랑의 세계. 그러나 이미 그것들은 깨어져버리고
성인이 되어서 불청객처럼 부딪는 사랑은 크나큰 흉터, 문신보다 더 심한 자욱을 남겨놓았다.
사랑, 사랑 불신자.
내게. 내게도 사랑이 있을까.
어느새 이미 사랑은 사랑이 아닌 외로움을 팔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에 그치지 않음을 종종 두렵게 느끼고 있다.
사랑, 내 가슴에도 사랑이 있을까.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사랑이란 감정이 대체 뭔지를 느낄 기력이 없다.
나는 나에게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또 혼자만 숨어들고 싶다. 숨을대로 숨어선 옹송그리고 앉아 초라한 나 자신과 대면하면서, 사랑? 사랑?을 되물으며 지난 나의 과거와 지금 내 자신의 가슴에게 묻고싶다.
내게 사랑이, 내 삶속에도 사랑이 있었느냐고.
아무 메아리 없는 곳에서 나는 결국 사람이 상처였다는, 거기에 내가 살아있음이 상처였다는 이유로 나는 끝끝내 그 흔한 사랑따위는 못하는 인간으로 남아 누구에게 따듯한 사랑 한 번 받아본적 없는
누군가를 사랑했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내가 준 사랑의 크기만큼 받아본 적 없는. 아주 형편없는 인간이라 생각하면서 다시 또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내 자신에 대한 사랑을 불신할 것이다.
그래...
사람. 그것이 상처였고
사랑. 그것은 흉터였다.
사랑은 주어도 되돌아오지 않으며 내가 준 사랑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