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잊는
몰두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 속에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이 깔려 있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 속에 나를 비춰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師表)도 뚜렷한 지향도 없어
스산하기 짝이 없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 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약용 '두 아들에게 주는 훈계 (又示二子家誡)' _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귀한 것은 성실함이다.
어떤 것도 속여서는 안 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다.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거나,
농사꾼이 이웃을 속이거나,
장사꾼이 동료를 속이는 것 모두
죄에 빠지는 것이다.
한 가지만은 속여도 괜찮으니,
바로 자기 입이다.
모름지기 거친 음식으로 잠시 지나가는 것,
이것이 좋은 방법이다.
올 여름에 내가 다산에 있을 때이다.
상추에 밥을 싸서 움켜쥐고 이를 삼켰다.
손님이 내게 물었지.
"쌈 싸 먹는 것이 절여 먹는 것과 다를까요?"
내가 말했다.
"이는 내가 입을 속이는 방법일세그려."
매번 밥 한 끼를 먹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갖도록 해라.
정력과 지혜를 쥐어짜 더러운 뒷간을 위해 충성을 바칠 것 없다.
이런 생각은 당장 눈앞에서 가난함에 대처하는 방편만은 아니다.
비록 부귀가 하늘에 닿을 정도라 해도
사군자가 집안을 거느리고 몸을 다스리는 방법에
근면과 검소를 버리고는 손댈 만한 곳이 없을 것이니라.
너희들은 꼭 명심하도록 해라.
경오년(1810) 9월 다산 동암에서 쓰노라.
박지원의 짧은 편지 '돈 좀 꿔주게' _
진채(陣蔡) 땅에서 곤액이 심하니,
도를 행하느라 그런 것은 아닐세.
망령되이 누추한 골목에서
무슨 일로 즐거워하느냐고 묻던 일에
견주어본다네.
이 무릎을 굽히지 않은 지 오래되고 보니,
어떤 벼슬도 나만은 못할 것일세.
내 급히 절하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이.
여기 또호리병을 보내니
가득 담아 보내줌이 어떠하실까?
_
열흘 장맛비에 밥 싸들고 찾아가는 벗이 못 됨을 부끄러워합니다.
공방(孔方) 2백을 편지 전하는 하인 편에 보냅니다.
호리병 속의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양주(楊州)의 학은 없는 법이지요.
달라는 것과 주는 것 중 어느 것이 싫겠습니까?
그야 달라는 것이 싫지요. 주는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진실로 달라는 사람이 남이 주지 않는 것을 싫어하듯 하게 하여,
이제 내가 구하지 않았는데도 넉넉하게 내려주심을 입게 되니
그대가 주는 것을 즐거워함을 믿겠구려.
_
"문전에는 빚쟁이가 기러기 떼처럼 섰는데,
집안에는 취한 사람 고기 꿰미처럼 자고 있네."
이는 당나라 때의 대호걸이요 사내라 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추운 집에서 홀로 지내니 담담하기
입정에 든 중과 같군요.
다만 문앞에 기러기처럼 서 있는 자들은
두 눈빛이 가증스럽습니다.
매번 말을 비굴하게 할 때마다 도리어
등설(縢薛)의 대부를 떠올리곤 합니다.
_
교묘하기도 하구나!
이 인연이 하나로 모임은.
누가 그 기미를 알겠는가?
그대는 나보다 먼저 나지 않고,
나 또한 그대처럼 뒤에 나지 않아
나란히 한 세상에 살고 있고,
그대는 흉노처럼 얼굴 껍징을 벗기지 않고
나도 남쪽 오랑캐같이 이마에 문신하지 않으며
함께 한 나라에 살고 있소.
그대는 남쪽에 살지 않고 나는 북쪽에 살지 않아
더불어 한 마을에 집이 있고, 그대는 무()에 종사치 않고
나는 농사일을 배우지 않으며 같이 유학에 힘을 쏟으니,
이것이야말로 큰 인연이요 큰 기회라 하겠소.
비록 그러나 말이 진실로 같고 일이 진실로 합당하다면,
차라리 천고를 벗삼고 벡세의 뒤를 의혹하지 않음이
나을 것 같구려.
_
웃고 받아주시게
꽃병에 11송이 꽃을 꽂아 팔아 동전 스무 닢을 얻었소.
형수님께 열 닢을 드리고, 아내에게 세 닢,
작은 딸에게 한 닢, 형님방에 땔나무 값으로 두 닢,
내 방에도 두 닢, 담배 사느라 한 닢을 쓰고 나니,
공교롭게도 한 닢이 남았소.
이에 올려보내니 웃고 받아주면 참 좋겠소.
_
내가 마침 구멍난 창을 바르려 했지만
종이만 있고 풀이 없었는데,
무릉씨(武陵氏)가 내게 돈 한 닢을 나누어주는 바람에
풀을 사서 바르는 일을 마쳤다.
올해 귀에 이명(耳鳴)이 나지 않고 손이 부르트지 않는 것은
모두 무릉씨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