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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그여자

이지윤 |2008.08.25 18:58
조회 197 |추천 3


그 남자

 

오늘 그녀는 좀 이상했습니다.

잘 입지 않던 치마에 화장까지..

그리고 자주 이어지는 침묵..

하지만 어제 그녀의 메시지를 보고도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게

내심 찔렸던 나는 차라리 그 침묵이 다행이다 싶어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녀는 오히려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고,

나는 농담 삼아서 그녀가 싫어하는 장어구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먹으러 가자고 날 잡아 끌더니

싫은 표정하나 없이

장어구이를 한 점 두 점 먹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정말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식사 후 카페에서 그녀가 커피대신 녹차를 시킬 때였습니다.

하루 종일 별말이 없던 그녀는

갑자기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을 얼마나 기억하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같이 본 영화..

함께 다닌 장소들..

그러더니 갑자기 이 모든 걸 잊지 말아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그동안 행복했었다며 일어나 버립니다.

오늘 그녀의 낯선 태도가 이별을 위한 준비였다는 걸..

난 그제 서야 깨닫습니다.

이별이 이렇게 갑자기 올 수도 있다는 걸..

 

난 정말 몰랐습니다.

 

그 여자

 

세수를 하다가 거울속의 나에게 말해봅니다.

'잘할 수 있지?

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어젯밤 울어서 퉁퉁 부운 눈에

차갑게 얼린 녹차 티백을 얹어놓고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합니다.

'울지 말자.

울지는 말자.'

오늘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

아니.. 내가 그 사람을 놓아주는 날입니다.

가슴엔 옛사랑을 담아놓고 입으로만 날 사랑한다던 그 사람

오랜 시간 자기만을 바라보던 나를

더 이상은 외면하기 힘들어서 날 받아주었던 그 사람

그런 그를 내가 놓아주는 날입니다.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그를 만나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던 그 사람의 걱정을 떠올리며 오늘은 녹차를 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와의 잊지 못할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내겐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는 불완전한 행복일 뿐이었죠.

그래서 나는 이제 그를 이렇게 놓아줍니다.

그 사람이 나를 귀찮아하기 전에..

 

내가 지치기 전에..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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