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획에 '중국'은 있는가
'중국 발흥' 불안해만 할뿐 체계적 지식 쌓는 데 소홀
'한국은 중국 가는 관문' 세계에 알릴 전략 필요
베이징올림픽이 끝났다. 17일간의 초대형 장편 열전을 보며 우리 머릿속은 온통 중국으로 가득했다. 중국은 오래 간직한 역사의 유물을 명품으로 펼쳐 보였다. '찬란한 문명'과 '환희의 시대'를 주제로 세계를 품으려는 개막식과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세계와 하나 되려는 폐막식을 보며 국제사회는 이리저리 복잡한 계산을 했을 듯하다.
베이징올림픽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경외와 경계가 혼재돼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중국인의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그 '때'라는 것이 바로 올림픽임을 확인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중화부흥(中華復興)의 대서사에 대한 우려도 함께 간직하게 됐다. 즐겁고 열광했던 올림픽으로만 중국을 스쳐버리기에는 그 잔상이 너무 크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찾아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의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양국 정상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지역 및 국제 협력의 4개 분야에서 34개 협력사업 계획을 쏟아냈다. 이들 사업이 약속한 대로만 충실히 진행된다면 양국은 21세기를 함께 살아가는 훌륭한 동반자요 친구가 될 것임은 전혀 의심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한층 거세진 '중국발 소용돌이' 속에서 불안을 감출 수 없음도 솔직히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중국을 제법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에게서 중국 고사 몇 개, 고전 몇 편쯤 끄집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중국에서 발원한 유교사상은 정작 중국보다 한국인의 삶 속에 더 깊게 뿌리내려 있을 만큼 중국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익숙한 것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작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이를테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당장 직면하는 노동현장의 문제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중국 노동법 전문가가 정부 안에 몇 명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봄만 되면 불어오는 고통스러운 황사현상을 경험하지만 중국 환경 전문가 역시 선뜻 떠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가 38만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조선족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으며, 연간 600만명의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 내 혐한론(嫌韓論)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쾌한 해석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들의 세계화, 현지화 노력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 인재를 투입하여 중국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나 대규모 중국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인적 네트워크를 넓게 확충하는 일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일 모두 귀한 것이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과 사는 방법을 고민해 온 것이다.
여러 나라들이 이번 베이징올림픽 적응훈련을 위해 한국을 베이스캠프로 선택했다. 이 대목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중국으로 가는 관문(gate keeper) 역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알고 싶으면 한국에 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 역량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서방 세계는 중국에 접근함에 있어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편견을 지닌다. 이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선뜻 신뢰를 보내기 주저하는 경계의 국가다. 이들은 나아가 21세기 세계가 차이나 스탠더드(China standard)에 의해 지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3의 시각에서 중국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이며, 분석적인 지식을 생산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 관한 지식 역량을 총합하는 미래 기획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정보와 연구 메카를 구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화도 지금까지 나온 평화유지군(PKO), 공적개발원조(ODA)를 매만지는 수준을 훨씬 넘어 중국을 핵심 변수로 상정한 세계화 기획이 추가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도 곧 발표된다고 한다. 우리의 미래 기획 안에 중국이 어느 정도의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