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아오르는 새는 언젠가는 땅으로 돌아와야합니다. 그처럼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비행기도 다시금
지상에 착륙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착륙은 조종사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순간입니다. 흔히 조종사들
은 "Critical 13 minute"이라고 부릅니다. 이륙 후의 5분간과 착륙 전의 8분동안에 대부분의 항공사
고가 발생하며, 그 시간들을 합쳐서 흔히 '마의 13분'이라고 부릅니다.
항공기의 중량이 가장 무거운 것은 이륙직후이고 따라서 항공기의 성능도 가장 제한을 받는 순간입
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의학격언처럼, 무겁다는 것은 비행에도 미덕이 아닙니다. 이륙직
후에 발생하는 기체고장은 조종사들에게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고도 하지만 조종사에게 두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착륙전의 8분도 비행 중에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시간입니다. 지상과 가까워질수록 긴장도
고조됩니다. 아차 실수하면 그대로 땅과 충돌합니다. 착륙시의 Jet 항공기 속도는 최소 200km를 넘
습니다. 그 속도에서 무엇인가와 충돌한다면 요행은 바랄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멍청한 참새 한마
리와 충돌해도 항공기는 폭탄을 맞는 정도의피해를 겪게 됩니다. 이착륙은 비행의 가장 중요한 순
간들 입니다. 그 순간에는 승객들의 이동도 제한하고 전자기기의 사용도 금지됩니다. 비행기 승객
들이 보던 신문을 접으며 한가로이 창밖을 내다보던 그 순간에도 조종사들은 바람과 비, 스피드와
싸우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지상에 접촉되는 순간을 착륙(Landing)이라고 합니다.
조종사들은 착륙을 세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 경착륙(Hard landing)
비행기가 심한 충격과 함께 접지되는 경우입니다. 몹시 불쾌한 착륙입니다. Hard landing의 원인은
여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활주로에 순간적인 돌풍이 부는 경우이고 혹은 조종사의 기량이
미숙하여 제대로 착륙자세를 만들지 못하고 접지를 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풍향, 습도, 기압등의
기상요소와 기타의 외부조건들이 복합적으로 항공기의 착륙성능을 제한하기도 하고, 농담처럼 표
현하자면 조종사와 항공기 간에 불화가 있는 경우입니다. Hard landing이 일어나면 항공기에는 대
부분 구조적 손상이 발생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항공기가 정비창에서 몇달을 앓아 눕게되는 사고가
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뼈마디가 몇군데 부러지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Hard landing을 의도적으
로 하는 조종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비행기는 조종사에게는 자신의 신체와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는 자해공갈단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생이란게 언제나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죠. 조종사라면 누구
나 한두번쯤은 이런 착륙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무척 우울해집니다. 자신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
에게 죄송하고 열심히 서비스한 객실승무원들에게도 미안해서 그저 조종석에서 손톱만 물어뜻고
있게 됩니다. "아, 개망신.."
둘째, Firm landing
마땅히 번역할 용어가 없습니다. Hard landing 보다는 충격이 약하지만 조금 불쾌한 착륙입니다.
단 이것은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시행합니다. 대부분 악기상 상태에서 착륙해야 할 경우, 특히 활주
로의 길이가 짧거나 결빙 혹은 심한 폭우로 인해 활주로가 미끄러운 상태에서 최대한의 안전한 착
륙을 위해 착륙시에 항공기의 자체하중을 이용해서 활주로에서의 확실한 접지상태를 유지하며 착
륙하는 기술입니다.
충격은 있지만 비행기의 착륙활주거리가 짧아지고 활주로 위에서의 항공기 제동이 쉽기 때문에 안
전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에 권장되는 착륙방식입니다. 승무원들을 제외한다면 항공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이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비행기로 여행하다가 착륙이 조금 거칠
다 싶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십시오.'이건 firm landing이야.' 승무원들은 당신을
전문항공지식을 가진 고급승객으로 대우할 겁니다.
셋째, 연착륙(Soft landing)
말 그대로 부드러운 착륙입니다. 착륙시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방식으로 승객들의 쾌적성을
우선 고려합니다. 항공기의 기체구조에 대한 피로손상도 적어지고 착륙하는 조종사도 흐뭇해 합니
다. 언제나 이런 착륙을 하면 좋겠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우선 착륙활주거리가 길어집니
다. 따라서 짧은 활주로에서는 조금 위험한 방식입니다. 만약 감속 조절에 실패한다면 활주로를 이
탈하는 사고로도 이어집니다. 또 눈비등으로 미끄러운 활주로에서는 착륙후의 제동조작도 까다로
워 아차 실수하면 활주로 옆의 잔디밭으로 처박힐 수도 있습니다. 조종사의 근무 긴장도도 몹시 높
아집니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연착륙이 가능한 경우는 좋은 기상조건에서의 대형 활주로에 착륙하
는 경우가 기본입니다.
대부분의 항공사 기장들은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내라면 승객의 쾌적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연착
륙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허나 가끔은 힘들 때도 있습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공항에 무사히 착륙
하고 난 다음, 어떤 조종사들은 공항출구를 걸어나오며 3년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도 합니
다. 항공여행 중에 쾌적한 여행을 하셨다면 도착공항에서 항공회사에 격려편지라도 한장 써 보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승무원들은 여러분의 편지 한장에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