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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사랑의 정형시 - 일지매

백동인 |2008.09.02 08:06
조회 67 |추천 0


20세기 초, 장지연이 매일신보에 실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해서 작가 최경주에 의해 소설로, 고우영에 의해 만화로 그려진 일지매. 물론 이들 작품 각각의 시대배경과 내용이 서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1993년 8월에도 최경주의 소설 일지매가 드라마로 극화되어 당시 장동건이 주인공을 맡았었고 이번 고우영 원작의 작품엔 이준기가 캐스팅되었다.

 

극 중 용이로 불린 일지매는 은채(한효주 분)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경험한다. 바람에 스치듯 마음만 주고 받은 둘 만의 사랑이었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준 감동은 리얼한 것이었다. 어차피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던 데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고 그들은 결국 죽음으로 갈라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이 불가항력적 외인에 의해 좌절된 것이 시청자들로 하여 이들에 대한 강한 연민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 이별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 한마디 말을 꿈꾼 것도 아닌데 / 옷깃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채 / 그렇게 보내야 하는 거구나 / 붙들고자 했으되 잡을 수 없었던 / 운명의 빗장은 왜 이리 견고할까 / 강물보다 깊은 사랑꽃 흩날리며 / 차마 잊을 수 없듯 눈물꽃 뿌리며 /  웃음일지 울음일지 불보라 네 눈빛 / 내 가슴 속 눈물 길

 

 

이번 드라마의 원작이 비록 만화지만 서구 문학가들이 문학의 보편요소로 규정하는 ambition, revenge, faith, fate, hatred 그리고 deceit 등이 작품 안에 고루 망라되어 있어서 문학과 같은 무게를 느끼게 만들었다. 비극을 타고난 주인공들의 한계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결단은 실존적 한계에 저항하며 고뇌하는 본래적 인간의 모습을 그려 낸 사르트르와 까뮈의 철학을 쉽게 연상시킨다. 어쨌거나 위 주인공들의 불운한 운명과 투쟁을 생각만 해도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 연가 

 

연 보랏빛 매화 / 풀잎 위 서리 매듯 / 벌거벗은 나무 그림자 좇고 /

행복했던 뜨락 비바람 가득하다 // 한 목숨 다 바쳐도 이룰 수 없던 사랑 / 지는 태양도 온 세상 물들이듯 / 바스라진 그 몸 향기 수만리에 이르고 / 떨어진 매화 한 잎 / 그녀 가슴 거름 되다

 

 

(2008-08-31, 사진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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