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
(스튜디오 지브리 1992년 일본 개봉작)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건 아마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용산에서 불법복사비디오를 구해보던 중학생 시절이었다. 아마 [이웃의 토토로]를 보고
미야자키 감독에게 반해서 구해본 두번째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90년대 중반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큰 줄기는 미래지향의 SF, 로봇물이 유행이었고
나는 일본애니메이션은 그런 종류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본 [이웃의 토토로]는
어린마음에도 잔잔한 쇼크였다.
그 미야자키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붉은 돼지]는 원래, 월간 <모델그래픽스>에서 연재하던
연재만화기사 [미야자키의 잡상노트]의 <비행정시대>를 원안으로 30~40분 분량의 일본항공日本航空(JAL)
국제선 기내상영용 영상물로 제작될 계획이었지만 미야자키 감독이 도중에 맘을 바꿔
90분 분량의 극장용 장편으로 변경*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장편으로 변경된 이유가
유고내전, 소련붕괴 등 당시 세계정세를 본 미야자키가 충격들 받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당시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가 제작한
예고편은 전투장면을 중심으로 심각한 전쟁영화같이 묘사되었는데, 이것을 본 미야자키는
격노했다고 한다. 미야자키는 심각한 내용이 아닌, 다만 피로에 찌든 중년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리고 제작의도에서 밝혔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도 예정대로 일본항공사의 항공기에 상영되게 되어서
극장보다 먼저 항공기에서 상영 된 영화로 기록*된다.
(*2007년 7월에는 15년만에 JAL항공기 기내에서 앵콜상영 되었다.)
미야자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비행'에 대한 동경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비행예찬은 잘 알려진 대로, 그의 아버지가 전투기의 방향타를
제작하는 공장을 경영했기 때문에 그 영향에서 유래한다.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의 비행에 대한 개인적 취향을 유감없이 펼쳐놓는다.
미야자키 작품에서의 비행장면들
그가 만든 작품 대부분이 주인공을 하늘로 날려버린다.
1988년작 <이웃의 토토로>에서의 비행
1988년작 <마녀배달부 키키>에서의 비행
1984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비행
시대배경
작품의 무대는 1920년대 말, 1차 세계대전의 막 끝난 시점의 이탈리아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상황은 패전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민경제는 파탄 직전까지 치닫고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작품표기는 배경이 1929~1930년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무솔리니 파시스트당 독재와 로마진군 등이
이루어진 것은 1922년이다. 여성복장 등에서 1920대 초반의 특징을 보이지만, 비교적 시대배경
재현에 충실하다.)
극중 포르코와 페라린이 극장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는 1930년대를 풍미한 영화캐릭터 베티붑이 등장한다.
36세의 전쟁영웅인 공군비행사 포르코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느끼고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로 변해버린다. 이탈리아 아드리아해 무인도 아지트에서 혼자 지내며, 공적(空敵)을
소탕한 포상금사냥꾼으로 살아간다.
포르코의 붉은 비행정<사보이아 S-21>
지나는 아드리아해에 있는 호텔아드리아의 마담
거의 인간과의 관계를 끊고 살아가는 포르코는 가끔 옛 친구이자, 호텔 아드리아의 마돈나인
지나를 찾아가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찌질이 맘마유토단이 불러들인 용병. 미국출신 에이스 비행사 커티스
포르코한테 된통 당하기만 하던 공적 맘마유토단은 미국의 유명한 비행사인 커티스를 불러들여
포르코 퇴치를 의뢰한다.
아드리아해 공적 맘마유토단. 찌질하지만 유쾌하다
맘마유토는 이탈리아어로 "엄마 도와줘요"
덕분에 휴가를 떠나려던 포르코는 도중 커티스와 만나 비행정이 걸레가 된다
비행정의 수리를 위해 밀리노에 도착해 비행기 제작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피콜로에게
비행기 수리를 의뢰하고 우여곡절 끝에 피콜로의 어린 손녀인 피오가 새롭게 비행정을 설계하게 된다.
새 비행정을 만들게 되는 피오
포르코는 비행정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피오와 함께 은신처에 도착하지만
은신처에 매복하고 있던 맘마유토단과 커티스와 맞닥뜨리게 되고 피오와 비행정 수리비를 걸고
커티스와 재대결을 하기로 한다.
한편, 지나는 포르코를 사랑하는 지나는 낮에 포르코가 자기를 찾아온다면 그를 사랑하기로
마음속으로 자신만의 내기를 걸고 있다. 포르코도 지나를 사랑하지만
지나의 마음을 모르고 밤에만 지나를 찾는다.
인간을 혐오해 마법을 걸었던 포르코도 순수한 피오와 지내면서
조금씩 인간을 향해 마음을 연다
초일류 포상금사냥꾼과 미국에서 온 에이스 비행사의 세기의 대결
<붉은 돼지>의 공중전은 지금 봐도 박진감 넘친다
내려서도 박터지게 싸운다
과연 승부의 행방은?
영화의 끝에 피오의 독백에선 지나의 내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지만
지나가 있는 호텔 아드리아에 정박되어 있는 붉은 비행정이 살짝 보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호텔아드리아의 뒷정원에 정박해 있는 붉은 비행정이 보인다. 그것도 낮에..
자잘한 이야기 첫번째
포르코가 즐겨 입는 레인코트와 중절모에 선글라스는 미국형사드라마 코잭KOJACK의
주인공 복장과 똑같은데 미야자키 감독이 이 드라마의 팬이기 때문이다.
자잘한 이야기 두번째
포르코의 본명인 마르코 파곳이라는 이름은 일본-이탈리아 공동제작 애니메이션
[명탐정 홈즈]*의 이탈리아 프로듀서 마르코 파곳에서 유래한다.
(*모든 캐릭터가 개로 등장하는 유명한 TV애니메이션. 1984년작으로 한국에선
명탐정 번개 KBS, 명탐정 셜록 하운드 SBS 등의 이름으로 방영됐다.)
자잘한 이야기 세번째
포르코 로소(Porco Rosso)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붉은 돼지라는 뜻이지만
이탈리아에선 심한 욕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