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다이아몬드 반지, 오메가 지갑, 오메가 향수...
바로 연상되지 않는 조합이다.
오메가라는 브랜드 자체가 워낙 시계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오메가가 올해 4월 국내에 피혁, 향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숙영 스와치코리아 과장은
"오메가를 선호하는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이들 아이템의 수요가 활발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는 곳은 비단 오메가뿐 아니다.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서울 신사동)에 가면
50만원 상당의 남자 팔찌가 새롭게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구두로 유명한 벨루티 매장에서는 각종 가방.다이어리 등 액세서리를 선보였고,
시계.귀금속류에 강한 불가리 역시 가방.지갑 등 피혁제품의 비중이 부쩍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명품업체들의 이런 행보는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90년대 중반 페라가모가 '스완45'란 브랜드로 요트사업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불가리가 2000년대 초반 호텔 사업을 전개했고
루이뷔통은 샴페인 업체인 모엣헤네시와 합병하는 등 이종 업종을 병행하는 사례는 꽤 있었던 것.
최근 국내 시장을 놓고 이런 양상은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구두는 토즈, 보석은 까르띠에 식의 '전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강했지만
점점 이런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해마다 국내 명품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명품관 개관 이후 1년만에 6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크제이콥스, 벨루티, 프레드 등을 수입대행하는 FnC코오롱 역시
명품 부분의 지난 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 상승했다고 밝혔다.
각 명품 브랜드들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과감히 아이템을 확대하는 식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
데렉 램이 디자인 한 여성복 라인을 선보일 토즈의 우현주 부사장은
"명품시장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더라도 거부감이 덜하다"라고 전했다.
요트.시계.패션 등 다각화 활발
이런 전략 하에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불가리코리아다.
2006년 불가리코리아는 그간 주력해 오던 귀금속 부문을 줄이고 액세서리 부문을 강조한 전문점을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 냈다.
초기만 해도 불가리 핸드백, 지갑 등 생소한 아이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핸드백일지라도 불가리 특유의 디자인이 부각되고
제품군도 남성용 여행가방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이 매장은 지난 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벨루티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성식 벨루티 청담점장은 "구두를 사기 위해 들른 고객들 중 상당수가
벨루티의 비즈니스백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구두와 함께 여러 개 구입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정장으로 유명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최근 스포츠웨어, 속옷 등으로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여 성공한 사례.
특히 소규모의 간이 태양열 발전기를 옷에 장착해 눈길을 끌고 있는 스포츠웨어 '솔라 재킷'은
패션감각은 물론 기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까또즈의 푸조라인 가방(아래)과 제냐의 솔라 재킷(위)
이기향 한성대 의류패션산업학과 교수는 "희소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은
같은 브랜드라도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먼저 가지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라며
"전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고루한 이미지로 떨어졌던 명품업체들의 변신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다각화가
오히려 '전문성'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벨루티가 구두에서 가방으로 넘어간다고 할지라도
가죽에 대한 원천기술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예 생소한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경우 실패의 소지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사실.
최근 시계와 귀금속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루이뷔통의 경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스위스 소재 시계 공장을 인수하는 등 원천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다른 브랜드와 협력해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
주얼리 브랜드로 알려진 스와로브스키가 휴고보스와 협업해 남성복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루이까또즈가 프랑스 푸조자동차와 3월부터 본격적으로 '루이까또즈-푸조라인'이라는 이름으로
푸조207 시리즈의 헤드라이트, 카시트 디자인 등을 활용한 남성용 핸드백을 내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LG경제연구원 정지혜 연구원은 "이미 알려진 브랜드들과 제휴해 신시장을 개척하면
이미지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위험 관리 차원에서도 이런 전략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성 확보 위해 과감한 기업 사냥도
최근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템을 확대하는 경향도 있다.
해외에서는 각광받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들이 이런 전략을 택한다.
이들 신규 브랜드는 백화점 명품관, 면세점 등에 입점하는 것 자체를
국내 시장 공략의 1차 목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려면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점 이후에도 꾸준히 매출을 올려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 때 업체 입장에서는 단일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
지난 해 포르쉐디자인을 롯데백화점 본점에 선보인 DKSH는
재킷, 시계, 라이터 등 11가지 아이템에 100여 종류의 상품들을 매장에 내놨다.
노숙원 DKSH 과장은 "신규 브랜드의 경우 고객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면 매장 철수를 요구하기도 한다"라며
"안정적인 매출 확보 측면에서 최근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명품엄체들이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이 세계화된 점도 한몫 한다.
그간 해외 명품업체들은 국내에 제한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학,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늘면서 해외에 출시된 제품들을
실시간으로 국내에서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
여의치 않으면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해 직접 구매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엔조이뉴욕에 따르면 '베라왕'의 세컨드 브랜드(잠깐 용어 참조)
'심플리베라왕(국내 미출시)'의 젊은층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유리 KT커머스 대리는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어 국내 출시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라며
"각 명품업체들의 최근 행보도 이런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잠깐용어
세컨드 브랜드 : 원 브랜드의 명성을 살리면서도 가격은 낮춰 소비자의 접근도를 높인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대표적인 예.
[인터뷰/제이슨 히친스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사장]
* '젊음.활동성.혁신' 제냐의 새 이름이죠.
-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얼마나 됐나.
원단 사업부와 기성복을 중심으로 처음 한국 시장을 밟은 것이 약 20년 전이다.
하지만 한국지사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한 것은 98년이었으니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셈이다.
그간 꾸준히 매장을 확대해 온 끝에 2005년 말에는 청담동에 단독매장을 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한국 고객들이 많아 찾아준 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 역시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로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 스포츠웨어는 물론 최근 내놓은 솔라 재킷 등이 눈길을 끈다.
제냐에는 남성을 위한 모든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정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기술과 환경이다.
제냐스포츠의 i재킷이 대표적인 예다.
소매에서 아이팟을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재킷은 전세계 남성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다른 여러 제품에 이 기술이 접목되기도 했다.
솔라 재킷 또한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칼라에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는 패널을 달아 태양 에너지로 휴대기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좋다.
지갑 등 피혁제품은 물론 선글라스를 위시한 아이웨어, 속옷 등도 매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패션에 더욱 민감해져 가는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고객층이 한정돼 있다는 평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고객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젊은층이 쉽게 제냐에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Z제냐를 새롭게 선보였다.
Z제냐는 젊고 트렌디한 고객을 위한 컬렉션으로 젊은층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가격대를 제시하고 있다.
Z제냐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면서 제냐브랜드 전체에 활력을 줄 것으로 본다.
매경이코노미 제1447호(2008. 3. 19) 박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