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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재탕과 감정 재탕

이강섭 |2008.09.09 21:32
조회 1,195 |추천 18

얼마 전 TV에서 '음식점의 비위생적 반찬 재탕'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비밀 잠입취재 결과 국내 음식점 중 최소 60~80% 는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버리지 않고 버젓이 다음 손님들에게 내어놓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TV에서 나온 재연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본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대안제시' 역할이다. 계속된 현장 취재 화면을 보여주고 재연까지 하면서 문제점을 부각시킨 뒤, 이들이 보여준 것은 '재탕음식점 구별법' 정도가 전부였다. 음식을 치우는 종업원들이 많이 남은 음식을 따로 챙긴다면 재탕집이고, 모든 반찬을 그릇 하나로 모은다면 아니라는 식이다.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는 것만 가르쳐서 결국 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방송을 접하고, 아니면 인터넷 뉴스나 주변인들에게 들은 일반인이 무척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과연 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촛불시위처럼 들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현장보도된 음식점들을 알아내 문이라도 닫게 만들었는가. 아니면 갑자기 전국의 음식점 매출이 곤두박질했다는 보도라도 나왔는가. 매우 심각한 표정과 멘트로 채워진 방송과는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물론 그런 '반찬 재탕'에 좋아할리 없다. 그리고 일차적인 반응은 '어쩜 저럴수가'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 더 넘어가면 그들은 심정적으로 동조와 이해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 이유는 우리들의 가정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안다.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가족이 먹고 남기거나 오래되면 바로 버리기 아쉽다. 가족이 먹고 남긴 것은 자신의 끼니 때 먹거나, 아니면 (음식점에서 그러하듯) 적당히 남은 반찬 그릇에 넣어두어 나중에 또 꺼내먹는다. 어쨌든 그렇게 여지껏 살아 별 문제 없지 않았는가. 겉으로 혀를 차면서도 음식점 주인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물론 가정과 음식점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똑같은 반찬 재탕이라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자들조차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말의 동조와 이해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모든 현상의 책임을 '악덕' '비양심' 음식업자들에게만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나의 어설픈 경제학적 지식을 응용하자면 이 문제는 '인센티브'와 관련있다. 음식점 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현실적으로 반찬 값은 만만치 않다. 매번 새 반찬만 내놓으려면 비용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음식 값을 올려버리면 손님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반찬을 조금씩 담아 내놓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손님들이 반찬 더 달라고 자주 부를테니 종업원의 업무강도가 높아진다. 업무강도가 높아지면 능률이 떨어지고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걸 해결하려면 종업원 수를 늘리거나 월급을 올려줘야 한다. 그러면 인건비가 증가한다.

 

아예 반찬을 셀프 서비스로 하면 어떨까?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과거 경험상 반찬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많이 퍼 가서 남기는 손님들이 있다. 또 손님들까지 반찬 때문에 왔다갔다 하면 음식점 분위기를 헤칠 수 있다. 그럼, 손님이 반찬을 남겼을 때 일정한 벌금을 물리는게 어떨까? 하지만 현실상 반찬 좀 남겼다고 매몰차게 과태료 물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손님들 역시 배부르거나 맛없는 반찬은 남길 권리가 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반찬 재탕'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양심에 호소하고 윤리만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그 말은 곧, 우리 역시 음식점의 주인이 되면 그런 유혹에 부딪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양심과 윤리상 새 음식과 반찬을 꺼내놓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의 상황이 다르고 유혹이 찾아오게끔 되어 있다면 그러한 환경을 변화시켜 양심과 윤리의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반찬 재탕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적절한 대안은 무엇인가.

 

아쉽게도 나 역시 획기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뚜렷한 방법이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부터 지나친 음식 욕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지나친 반찬량을 요구해 처음부터 반찬이 많이 담겨져 나오고, 거기서 남은 것이 재탕되는 악순환도 무시 못할 요인이기 때문이다.

 

음식의 소중함을 평상시 기억하고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자기 돈의 소중함, 음식의 귀함을 안다면 나온 음식을 모두 먹는 훈련을 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는 된다. 식성이 좋아져 편식하지 않고 다 잘 먹거나, 아니면 자신의 한계를 깨달아 먹을 음식과 반찬만 골라서 먹게 되거나.

 

손님이 직접 잔반을 모아주는 방법도 있다. 치사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영 찜찜하다면 나가기 전에 잔반을 모두 한 그릇에 모아두도록 하자. 그렇게 음식이 뒤섞이고 양념까지 엉망이 되면 음식점에서도 재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휴게소나 학교 식당처럼 음식이 나오는 주방과 설거지하는 공간을 이원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되면 잔반과 설거지 그릇은 아예 다른 창구로 유입되므로 재탕 가능성을 낮추고 소비자 역시 신뢰할 수 있다. 다만 음식점 크기에 제한을 받는다.

 

 

어쨌든 보도는 이미 나갔고, 그럼에도 우리 주위의 일부 음식점들은 여전히 반찬 재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또 그러려니 살다가, 잊혀질 때쯤 후속 보도를 접하고 우리의 감정을 재탕할런지도 모른다. 반찬이든 감정이든 재탕, 삼탕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더불어가는 사회에서 네 잘못, 내 잘못만 탓하기에는 우리의 얽힌 인과관계가 너무나 복잡하다. 주어진 상황을 비난하고 불평하기보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면을 찾으며 발전적 대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보고 싶은 요즘이다.

추천수18
반대수0
베플박동진|2008.09.10 19:34
대안책: 밥 다먹고 나갈때... 남은반찬들을 모두 짬뽕시켜놓고 나간다. 그냥 웃자고 한소리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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