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매카시| 정영목 역| 문학동네|
2008.06.13 | 328p
오랜만에 베스트셀러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으로 상도 여러 개 받았다지만 그 상이 어떤 상인지도 잘 모르고 서부의 셰익스피어, 헤밍웨이의 계승자라 불리며 현대 문학의 거장 중 한명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생소하고 유명인들의 책에 대한 찬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 나름 비판적 견해를 항상 가지고 있는 필자는 당연히 허울 좋은 책들 중 하나이고 평판이 좋지만 결국에는 저 같은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말들로 도배 된 책이겠거니 여겼지만 베스트셀러들 중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기에 선택 했습니다. 기준이 모호한 책 선택법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잠시 틈나는 시간 서점에 앉아 시간 때우기...읽다 아님 다른 책으로 교체하면 되는 바 첫 장을 그렇게 펼치게 되었습니다.
암울한 이야기였습니다. 황폐화된 세상, 회색빛 재로 뒤덮인 세상, 세상에 종말이 왔다면 이러했을 것 같은 배경들 그리고 어떻게 생존한지 알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 그들의 여정 이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동일한 배경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들이 계속해서 남쪽을 향하는데 왜 그리로 가는지 이들에게는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아무런 설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략 추측한다면 아들이 태어날 때 쯤 세상이 이렇게 변모하여 아들은 온전했던 세상에 대한 기억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고 도처에 위험이 둘러싸고 있어 아버지는 그나마 남아있는 세상의 잔재들과 아들을 격리 시키며 보호하려 한다는 정도!
낡은 카트에 얼마 남지 않은 식량과 생필품을 담고 항상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자신들의 지나온 방향에서 목숨을 앗아갈 무엇인가라도 내려올 것처럼 남쪽으로 끊임없이 향합니다.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통조림 캔, 방수포로 쓸 비닐, 추위를 막을 누더기 담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자 행복이었습니다. 인간을 사냥해 식량으로 쓰는 인간 사냥꾼들을 만나기도 하고 이들에게 잡혀 창고에 갇힌 채 저장식량으로 목숨을 뺏기는 이들도 보게 됩니다. 만삭의 여인이 포함된 무리가 지나간 흔적을 쫓다가 출산한 아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며 아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는 아들은 아기를 어디서 데리고 왔을까요? 하며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존재치 않는 도시에 홀로 사는 윌 스미스가 나오던 영화. 특별히 잔인하다거나 무서운 영화가 아님에도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살아가는 그 공포가 다른 어떤 스릴러나 공포보다도 더 강렬한 두려움을 주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두려움 이상을 영화도 아닌 책에서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책은 어둠에서 어둠으로 끝이 납니다. 다른 여타 책들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냐? 하고 물으신다면 맹세코 아닙니다. 희망을 보았다면 보았습니다. 아무런 목적의식이 없는 여정에서 아들에게 아버지는 “우리는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라는 말들을 합니다. 그 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막연히 이것저것 생각이 들지만 읽는 사람의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 틀리겠지요! 그 불은 계속해서 운반되기에 희망은 보았다고 하겠습니다.
어두운 세상입니다. 다들 책 속에 황폐화된 세상은 부정하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세상을 직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환경과 여건은 그렇지 않지만 마음에서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힘들고 지쳐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생기고 있지만 나에게도 “불”이란 것이 있다는 생각에 다소 안도감이 듭니다. 책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사는 게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저는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불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부자가 가는 남쪽 땅으로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책 속에서 끝나지 않은 여정을 제 삶에서 함께 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불은 어떤 것입니까? 아들은 너무 어려 그 불의 의미를 이해치 못합니다. 우리도 아직 이해치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깨닫고 남쪽으로 계속해서 향할 때입니다. 때 묻지 않은 아들은 순순히 그 불을 받아들고 향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행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너무 주관적인 요소만 넣은 것 같아 영화명은 밝히지 않지만) 나왔던 대사가 이 책의 말미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remember, hope is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never dies
기억해요 희망은 좋은 것 이죠! 모든 것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