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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박동희 칼럼 - "1박2일"의 진실과 교훈

김병혁 |2008.09.22 21:47
조회 897 |추천 2
박동희 칼럼 '1박2일'의 진실과 교훈 기사입력 2008-09-22 18:29

'1박2일'팀을 둘러싼 논란은 '비난'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야구담론을 위한 교훈으로 삼야할 문제다. 롯데의 관중몰이가 있기 전 한국야구는 10년이 넘게 '위기론'에 시달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사진=두산 제공)

 

‘9분 27초, 28, 29….’속으로 셈을 하던 KBS 나영석 PD가 시계를 봤다. 스톱워치가 9분 3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 다들 나갑시다.” 나 PD가 소릴 질렀고 그라운드 위에서 한창 연기 중이던 일단의 연예인들과 촬영 스태프들이 서둘러 더그아웃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라운드에서 얼마나 벗어났을까. 나 PD가 다시 시계를 봤다. 스태프가 모두 철수하고 최종 공연이 끝나기까지 10분4초가 걸렸다. 앞서 그라운드에 나와 ‘포스트시즌 진출’ 감사의 인사를 전했던 롯데 선수단이 사용한 3분을 제외하면 '1박2일'팀은 7분4초를 쓴 셈이었다. ‘대성공인데.’ 나 PD가 속으로 그렇게 쾌재를 불렀다.

 

그럴 만도 했다. 약속된 공연시간 10분을 정확히 지킨 데다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방송을 끝마쳤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경남 진주 출신의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팀’의 춤과 노래에 관중은 예상보다 크게 호응했다.

 

나 PD는 프로그램 기획 전 “괜히 벌집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열성팬’과 ‘3만 관중’ 그리고 ‘부산’이라는 테마는 매력적이지만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안 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거봐. 하길 잘했지. 암, 하길 잘했어.” 나 PD가 다짐이라도 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 PD의 생각에 모두가 동의했던 건 아니었다. 나 PD가 그걸 아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부산을 위해, 야구를 위해 각각 사직에 갔던 '1박2일'과 'MBC ESPN'

 

9월 19일 두산과 롯데 경기가 벌어지는 부산 사직구장에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팀이

들렀다. ‘1박2일, 부산을 가다’편 가운데 사직구장 촬영분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부산을 가다’라는 주제 속에 부산을 상징하는 롯데와 사직구장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2주전 사직구장 답사까지 다녀왔다. 직접 사직구장에서 롯데 경기를 보니까 굉장히 흥분되고 재밌었다. ‘이런 팬문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많은 시청자들과 공유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래서 (롯데에)협조를 구했다.” 나영석 PD의 말이다.

 

‘1박2일’팀의 협조요청을 롯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행도 홍보팀이 아니라 마케팅팀에서 맡았다. ‘1박2일’을 통해 부산의 야구열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도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게 당시의 생각이었다. ‘가장 게으르고 둔한 프런트’란 악명을 떨쳤던 롯데는 이제 8개 구단 프런트 가운데 SK와 쌍벽을 이루는 유능한 마케팅팀으로 변화했다.

 

‘1박2일’팀은 롯데 측에 “현장에서 경기 전이나 클리닝타임 때 관중들을 상대로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가능하면 클리닝타임이길 바랐다. “대개 클리닝타임 때 치어리더의 지도에 따라 관중이 체조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나. 치어리더가 잠시 쉬고 그 틈에 ‘1박2일’팀이 관중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았다.”나 PD의 생각은 그랬다.

 

일반적으로 클리닝타임은 5분 내외다. 특별 이벤트가 있을 경우엔 이를 다소 초과하기도 한다. SK 이만수 수석코치의 이른 바 ‘팬티 퍼포먼스’때는 6분여가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시즌 롯데는 클리닝타임 때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가 관중과 함께 이벤트를 펼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쳐왔다. 이때도 5분을 초과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롯데 측은 “클리닝타임 때 롯데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나가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관련돼 관중에게 감사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1박2일’에서 총 10분 안에 이벤트를 모두 끝낼 수 있다면 (이벤트를)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단, “반드시 시간을 지켜야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정작 달았어야할 단서는 '그라운드가 아니라 단상에서'였다.

 

‘1박2일’팀은 경기 1시간 전 구장에 입장했다. 3열 지정석 1번~52번을 사전 구매한 터라 좌석은 넉넉했다. 아니 넉넉하다 못해 남아돌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토록 많은 좌석이 필요했을까. 미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종종 한다. 그러나 네이팜탄이 지나간 듯 주변 좌석을 모두 휑하니 남겨두는 법은 없다. 스타들 바로 뒤에 경호원이 앉아 혹시 모를 불행한 사태에 대비할 뿐이다.

 

나 PD는 “모든 스태프가 야구를 관전하기 위해 구매한 표”라며 “경호나 촬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놓은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52석이라곤 하지만 실제론 56석이었다. 4석은 뭘까. 롯데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석으로 남겨둔 좌석이었다.

 

이후 나 PD의 표현대로 ‘야구를 모르는’ 1박 2일팀은 ‘야구를 잘 아는’ 롯데 프런트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이 계획한 스케줄을 차례대로 진행했다.

 

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이가 있었다. MBC ESPN이었다. MBC ESPN은 두산과 롯데의 사직 3연전을 중계하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준비를 했다. 올시즌 야구중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초고속 카메라’에 이어 ‘스테디캠’를 준비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선보이고자 했다. 이 때문에 기존 중계인력보다 훨씬 많은 50여명의 스태프가 부산으로 내려갔다.

 

MBC ESPN은 한국시리즈를 대하듯 사직 두산과 롯데 3연전을 준비했다. 스테디캠은 MBC ESPN이 치밀하게 준비한 것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스테디캠은 롯데 프런트의 반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두산과 롯데의 3연전이 올시즌 최대 빅경기 가운데 하나란 걸 ‘야구를 제대로 아는’ MBC ESPN은 이미 눈치 채고 있던 까닭이다.

‘야구’라는 단일한 주제를 위해 자신들의 모든 열정과 노력을 바쳤던 ‘1박2일’팀과 롯데 그리고 MBC ESPN은 그러나 그들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상황을 접해야했다.

 

모두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

 

경기 중 MBC ESPN 중계진은 그라운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1박2일’팀과 관련된 이상 행동들을 따끔하기 지적하기 시작했다. 실상 ‘1박2일’팀과는 무관하게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한 사전경고의 성격이 강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야구는 매우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됐다. 평소 야구와는 거리가 먼 각종 분야에서 뜬금없이 손을 뻗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례로 롯데 이대호는 올림픽 뒤 넘쳐나는 인터뷰와 사인볼 요구에 훈련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둔 선수와 팀으로서는 ‘야구열기’가 되레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MBC ESPN 중계진이 타방송사와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음에도 용기를 갖고 이의를 제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날 경기가 두산과 롯데의 1년 농사가 달린 3연전의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두 팀에겐 1년 농사가 달린 중차대한 경기였다.

 

MBC ESPN 중계진의 어필은 ‘야구를 잘 모르는’ 1박2일팀은 그렇다손 쳐도 ‘야구를 잘 아는 롯데 프런트’가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촬영을 그대로 하게 놔둔 것에 대한 강한 의문의 제기였다.

 

한 가지 더 있다. 롯데 프런트는 “이날 중계를 담당한 MBC ESPN과 다른 방송사에 경기 전 ‘1박2일’팀과 관련된 행사가 있을 것이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이벤트는 ‘사전 통보’할 일이 아니다. ‘사전 상의’를 했어야 하는 일이다.

 

중계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서 이어 줌”이다. 한마디로 중계는 방송사가 현장의 상황을 카메라로 찍어 시청자 안방의 TV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이러한 ‘중간을 이어주는 행위’를 하고자 방송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KBO는 방송사에게 ‘중계의 권리’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경기와 관련된 방송의 1차적 권리는 ‘중계방송사’가 갖는다.

 

이런 이유로 미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는 중계방송사로부터 어떤 일체의 양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방송사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미 메이저리그에서 MBC ESPN이 중계하는 가운데 타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면 해당팀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을 것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게임 스태프 이승용 씨는 “미 메이저리그에서 클리닝타임 때 중계방송사 카메라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의 카메라가 그라운드에 들어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선 이를 중간에서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구단 프런트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지적이다. 롯데 프런트의 의욕은 높이 살만 했다. 그들의 노력 역시 비판보다는 칭찬이 가깠다. 그러나 때가 좋지 않았다. 중간에서 일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다. ‘중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롯데가 이를 차후 교훈으로 삼는다면 잃은 것보다 얻는 게 많은 일이 될 것이다.

 

야구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을 경계한다

 

이른 바 ‘1박2일’사건으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 가운데 경계해야할 것이 있다. 자칫 이번 일로 인해 ‘야구’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간 야구의 인기가 19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는 호사를 누리곤 있지만 한국프로야구사를 들춰볼 때 이 흐름이 어느 정도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1박2일'팀의 공연에 관중은 열광했다. 그러나 MBC ESPN 중계진의 우려대로 클리닝타임 공연 뒤 두산과 롯데 선발은 5회 이전 호투와는 영 딴판으로 투구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었다. 야구가 분위기가 중요한 스포츠란 걸 알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1박2일’의 시도는 야구인과 야구팬이라면 박수를 치며 환영할 일이었다. 지상파 시청률 25%를 넘는 예능프로그램은 다양한 시청자들이 보는 메이저 방송이다. 특히나 야구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여성과 미래의 주요고객인 청소년들이 주요 시청자층이다. 그간 야구와 인연이 없던 이들에게 야구가 전파될 수 있은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1박2일’이 다소의 오해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로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들의 시도가 이번 일로 중단돼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능프로그램이라고 야구를 다뤄선 안 된다는 일부 논리도 근거가 부족하다. 야구는 루브르박물관에 걸려있는 고흐의 초상화도 아니고 푸른 잔디 위에서 한다고 그렇게 클래식하지도 않다. 오히려 관중의 소음과 맥주 거품소리가 요란한 스포츠이다. 그래서 야구를 가리켜 ‘대중스포츠’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구단 역시 야구팬들에게 더 많은 야구의 재미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시도는 어떤 의미에서든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대가는 차후 발전의 거름이 된다. 롯데가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팬 마케팅에 나서길 바란다.

 

‘1박2일’팀과 관련돼 MBC ESPN은 22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직구장 내야석 촬영장면에 대한 설명 중 ‘관중이 자리에 못 들어갑니다’라고 언급했던 장면은 조사 결과 안전요원이 자리를 찾는 관중에게 해당좌석을 안내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2회에 방송된 해당 장면은 동시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경기직전에 녹화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MBC ESPN 야구팀은 선수와 관중이 원활히 호흡할 수 있는 경기장 환경 조성을 위한 구단 측의 미흡한 준비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일 뿐,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악의도 없었음을 밝히며 이후 일련의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사과와는 별개로 MBC ESPN은 해야할 일을 했다. 일부에서 이번 일을 가리켜 "선정적인 스포츠 중계였다"고 하지만 가장 선정적인 방송은 미 CBS의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롱카이터의 말대로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방송’이다. 그런 점에서 MBC ESPN은 선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구는 자연과 같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야구는 그저 후대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후대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더 많은 이들이 보고 즐기고 공유하며 야구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이번 '1박2일'은 그러기 위해 노력한 주체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떠안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훈이 더 많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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