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틴 성당의 천장벽화, 최후의 심판)
[비정규직의 현황과 대책]
변호사 최 영 호
1. 한국 노동시장의 현황
가. 경제성장률 및 고용창출력 저하
수년간 계속되는 내수의 침체와 수출주도형 성장의 한계, 그리고 IT 경제화 및 노동절약형 투자와 중간재부품산업의 취약으로 경제이론상 전방효과는 물론 후방효과까지 기대정도가 높지 않아 경제성장률도 계속 낮아지고, 이에 따라 고용창출력마저 점차 저하되고 있다.
나. 고용률과 실업률의 하락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함께 실업률과 고용률의 동반하락 내지 정체가 이어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여 국가전체적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미래세대에 대한 잠재적 부채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다. 수익률 취약한 자영업자 과다
상용근로자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고용증가는 서비스업 그것도 음식숙박업, 용역 등 생산성 및 일자리의 질이 낮은 업종에 치중되고 있고, 오히려 임시직 및 일용근로자는 감소추세이며, 수익률이 취약한 자영업자의 과다현상을 보여오던 중 최근에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라. 급속한 고령화와 여성인력의 사장
고령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고용률은 증가하지 않고, 노동생산성이 높은 청년층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한편, 여성들에 대한 경력단절현상에 대한 개선의 미흡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마. 이중구조 및 양극화
위와 같은 현실에서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조합의 위상과 활동,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역학관계에 따라 대기업, 정규직, 공식, 조직부문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비공식, 비조직부문으로 나뉘어 이중구조적 양상을 보이면서 양 부문에 근로조건을 비롯한 각종 여건에서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 비정규직의 실태
가. 비정규직의 의의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굴레....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어 가는 가운데 가장 불리한 여건으로 고용되어 정당한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채 사회적 약자로 고착되어가고 있는 계층이다.
국가마다 노동시장과 노동법제, 관행의 차이로 아직까지 비정규직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그 개념 정의와 기준이 통일되지는 않았지만, 노동부에 의하면 OECD는 임시직근로자(temporary worker), 시간제근로자(part-time worker)를 비정규직으로 파악하고, 임시직에는 기간계약근로자(worker with fixed-term contract), 파견근로자(temporary agency worker), 계절근로자(seasonal worker), 호출근로자(on-call worker)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http://www.molab.go.kr/issue/issue00/v2/sub01_01.jsp 참조)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란 정규직 근로자에 반대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 법제상으로도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는 비법률적 용어로서 법적으로는 기간제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 그리고, 파견근로자를 모두 합하여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기간제 근로자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하고(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단시간 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근로기준법 제2조 제8호)를 가리키고, 파견근로자란 파견사업주에게 고용되어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호)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노사합의로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기준을 설정하였으나 그 포괄범위가 너무 넓고 상세하며, 고용형태별 분류와 종사상 지위에 따른 분류가 자의적으로 혼용되고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근로자 개인의 선호나, 노동능력, 생산성, 업종별 특성이나 경제상황 등 비정규직의 발생요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근로자를 둘러싼 제반문제의 원인을 모두 법률의 미비나 사용자의 이기적인 행태에 기인한 것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황
노동부에 의하면, 2008. 3.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는 5,638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 35.2% 정도에 이르고, 2004년(37.0%) 이후 35 - 36%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한다.
유형별로는 비정규직중 가장 많은 규모(40.7%)인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2008. 3. 기준으로 14.3%로 2005년 이후 낮아지고 있으나, 2003년 기준으로 미국 4.0%, 일본 12.8%, 독일 12.7%에 비하여 높은 수준이고, 시간제 근로자는 2002년 807천명에서 2008. 3. 기준 1,301천명(8.1%)으로 2003년 기준 미국 13.0%, 일본 24.9%, 독일 17.6%에 비하여 낮은 비중이며, 용역근로자 등 비전형 근로자도 2001년 12.6%에서 2008. 3. 14.6%로 전체적으로는 소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 50세 이상 비중이 2002년 24.6%에서 2008. 3. 29.1%로 크게 증가함으로써 비정규직이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여성 임금근로자중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1.4%로 남성보다 10.6% 높고, 특히, 시간제 근로는 2007년 기준 여성 70.1%, 남성 29.9%로서 여성이 남성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노동시장의 재진입 통로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월평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 - 65% 수준에서 고착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2008. 3. 기준 60.5%),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는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나 여전히 정규직의 60%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주요정책이슈- 비정규직 보호대책, 노동부, 2008. http://www.molab.go.kr/issue/issue00/v2/sub01_02.jsp 참조).
2008. 3. 현재 비정규직 중 중졸 및 고졸이 71.1%를 차지하여 교육정도가 낮을수록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높고,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급적이면 인건비를 줄여서 이윤을 더많이 창출하려는 기업과 보다 많은 임금을 수령하여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서 비정규직은 고용과 근로, 퇴직, 복지 등 분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우리 사회에 수많은 부작용과 함께 계층간의 심각한 의견대립을 보이면서 국가 노동정책의 딜레마로 등장하였다.
3. 외국의 입법례
고용에 관한 불평등은 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어 많은 나라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보호를 꾀하고 있는데 그중 유럽연합(EU)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 유럽연합이 정한 기본협약과 이를 따르는 유럽연합 국가들의 개별법제를 살펴본 다음,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입법현황을 둘러보기로 한다,
가. 유럽연합
유럽연합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자체를 매우 엄격히 규제하는 입장을 취하여 오다가 최근에 고용의 유연성에 대한 제고 필요성을 인식하여 일부 법규정을 완화하는 입장이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97. 12. 파트타임근로지침을 채택하고, ‘99. 6.에는 기간제근로지침을 채택하였으며, 집행위원회는 ’02. 3. 파견근로지침안을 이사회에 제출하였다.
(1) 파트타임 노동 기본협약
(가) 차별금지원칙
파트타임근로자는 고용조건과 관련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단지 파트타임근로를 이유로 “비교가능한 풀타임근로자” 보다 불리하게 처우하여서는 아니된다(제4조).
(나) 비교의 대상
가능한 한 시간비례적용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되 비교가능한 풀타임근로자란, 동일 또는 유사 직업, 직종에 종사하면서 연공, 자격, 기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히 배려받는 동일유형의 고용계약 또는 고용관계를 갖는 동일 사업장내 풀타임근로자를 말하고, 동일 사업장내에 비교가능한 풀타임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적용가능한 단체협약을 참조하여 비교하고, 적용가능한 단체협약이 없으면 국내법이나 단체협약이나 관행에 따른다(동 협약 제3조).
(2) 기간제고용에 관한 기본협약
(가) 차별금지원칙(제4조)
기간제고용 근로자는 고용조건과 관련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단지 기한을 정한 계약 또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교가능한 상용근로자보다 불리하게 처우하여서는 아니 된다.
가능한 한 기간비례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되 특정 고용조건과 관련된 근속기간 자격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제고용 근로자와 상용근로자가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나) 비교의 대상
비교가능한 상용근로자란 동일 또는 유사한 직업, 직종에 종사하고, 자격, 기능에 따라 정당하게 존중받는 동일사업장내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계약 또는 고용관계를 갖는 근로자를 말하며, 동일사업장에 비교가능한 상용근로자가 없는 경우 적절한 단체협약을 참조하여 비교하고, 적절한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에는 국내법, 단체협약 또는 관행에 따른다(제3조).
(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제5조)
연쇄적인 유기고용계약이나 고용관계 사용에서 비롯되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내법, 단체협약 또는 관행에 따라 사회적 동반자와 협의를 거친 회원국과(또는) 사회적 동반자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입법조치가 없는 경우에는 특정부문, 특정범주 근로자들의 요구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다음 조치중 하나 이상을 도입하여야 한다.
① 이러한 계약 또는 고용의 갱신을 정당화할 객관적 사유
② 연쇄적 유기고용계약 또는 고용관계의 최대 지속기간
③ 이러한 계약 또는 관계의 갱신 회수
사회적 동반자들과 협의를 거친 회원국과(또는) 각국의 사회적 동반자들은 필요한 경우 어떠한 조건에서 유기고용계약 또는 고용관계가 ⒜ “연속적”으로 간주되고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또는 관계”로 간주되는 지를 규정하여야 한다.
(3) 파견근로지침안
(가) 차별금지원칙
파견중인 근로자는 차별대우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무선임권을 비롯한 기본적인 근로 및 고용조건에서 적절한 경우 기간비례원칙을 적용하는 등 적어도 사용기업의 비교가능한 근로자와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제5조 제1항, 제5항 및 제6항).
(나) 비교대상
이 지침이 사용업체 내의 비교가능한 근로자와 비교하도록 요청하고 있음에도 그러한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사용업체에서 적용가능한 단체협약을 참조하고, 만약 그러한 단체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파견업체에 적용가능한 단체협약을 참조하여야 하며, 적용가능한 단체협약도 없는 경우에는 기본적인 근로 및 고용조건은 국내법과 관행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
(다) 차별금지원칙의 예외
회원국은 파견업체와 상용고용계약을 맺은 파견근로자가 사용업체에 파견되지 않는 기간에도 계속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 제1항에서 정한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할 수 있다(제5조 제2항).
회원국은 적절한 수준에 있는 사회적 동반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호가 파견근로자에게 제공되는 한 제1항에서 정한 원칙에 반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선택권을 줄 수 있다(동조 제3항).
위의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을 침해하지 않는 한 회원국은 파견근로자가 파견중인 동일사용업체에서 그 지속기간이나 성격상 6주를 초과하지 않는 기간에 완료할 수 있는 임무를 맡은 경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할 수 있되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동조 제4항).
나. 독일
모든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기간제 근로계약은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온 독일은 법원이 기간제 근로에 있어서의 엄격한 사유제한을 하고 있었으나 1985년부터 입법을 통해 18개월까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도 기간제 근로를 허용하고 이어 1996년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기간제 근로가 허용되는 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2001년에는 사유제한에 있어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또,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원칙을 두고, 파견기간의 제한, 상용형 파견 등 각종 규제를 폐지하는 등 비정규직근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한편 늘어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를 위하여 1985년에 파트타이머에 대하여, 2001년에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2003년에는 파견 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원칙을 명문화하였다.
특히 2004년부터 파견근로자에게 상용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임금지급 등을 골자로 한 획기적인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다. 프랑스
프랑스는 유럽연합국가 중 비정규직에 대하여 가장 엄격한 보호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기간제 근로에 대하여는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경우 예컨대 질병, 출산, 국방 등으로 인한 결원의 대체 등 법에서 허용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기간과 계약 갱신 등 제반 사항은 모두 법에서 인정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2002년부터 시행된 사회현대화법은 기간제 근로자, 파견제 근로자에 대하여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원칙을 위반한 경우에 사용자에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기간제 근로자는 파업을 대체하는 경우나 유해위험업소, 정리해고 이후 6개월간은 고용할 수 없으며, 파견제근로자의 경우에도 정규직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대체를 금지하고, 기업의 통상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에는 파견근로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이를 위반한 고용은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라. 영국
영국은 사직 자치의 원칙을 바탕으로 비정규 근로에 대한 규제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EU 지침에 따라 단시간근로자보호법(2000년), 기간제근로자보호법(2002년)을 제정함으로써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은 기간제근로의 경우 최대기간 제한은 4년으로서 단체협약에서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아니하는 한 기간제한을 초과한 기간제 근로는 무기근로계약이 되는 것으로 하였지만, 파견근로자에 대하여는 아직 특별한 보호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 스페인
스페인은 1984년 악화된 노동시장의 해결책으로 단기, 임시직 근로자를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노동법개혁을 단행한 결과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1994년 이래 기간제 고용사유를 제한하고, 기간제에서 상용고용 전환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기간제, 파견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고용보험 분담비율을 높이는 등 수차례에 걸친 비정규 근로 규제입법이 이루어졌지만 최근까지 비정규직 근로 비율이 약 30%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바. 미국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고에 대한 제한법리가 크게 발달하지 못하여 정규직 근로자 역시 고용의 안정성이 크게 고려되지 않는 현실이므로 당연히 비정규 근로에 대한 특별한 법적 규제도 없다.
사. 일본
일본은 1993년 단시간 근로자법을 제정하여 파트타이머에 대한 적정한 관리 및 처우개선을 유도하였으나, 유럽연합과 같이 비정규직에 대한 일반적 보호나 차별대우금지의 명문화 등 법제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간제 근로의 반복갱신 등이 법원의 판례에 의해 제한하고 있다.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1999년 이후 파견대상에 있어 26개 업무만 허용하던 Positive 방식을 Negative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파견기간의 완화 등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여 오던 중 신자유주의 노동개혁이 전면적으로 단행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부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비정규직 고용확대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생산성 정체를 불러와 일부 학자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중가가 확장경제의 장점, 즉 기업의 수익이 늘어야 임금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소비가 진작되며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일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음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4. 사회적 시각과 논쟁
가. 선악택일의 강요
고용형태 및 그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이와 차별은 별개의 문제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곧 차별이라고 인식하는 한편, 대기업, 전일제 정규직, 직접고용이 기본이고 선이며, 근로자로서 당연히 이루어내야 할 목표이어야 한다는 기대와 함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고용되거나 비정규직, 임시직, 간접고용은 악이고 차선이며 있어서는 안되는 일처럼 터부시하는 사회풍토가 팽배하여 일자리의 양과 질의 우선순위마저 경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정규직근로자의 40% 이상이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일과 가정 양립형의 경제활동을 위하여 시간제 등 유연한 고용형태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으므로 비정규직 전체 총규모와 그중 비자발적인 비정규직 규모를 구분한 상태에서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 법적 규제의 한계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노사의 역학관계, 법과 제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유연하고 다양한 고용형태 다양화는 국제적 추세로서 이러한 고용형태의 변화를 전통적 산업화사회의 획일적 규제중심의 법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지식근로, 전문기술, 창의형 업무에서의 작업방식 사이의 불일치를 고려하지 않거나 투잡(two jobs) 상용형 시간제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를 종래의 경직적인 법정근로시간의 규정에 맞추어 논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사유제한이나 기간제한을 엄격히 하거나 차별시정신청권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내하도급 관련규제를 강화하는 등 법률에 의한 과도한 보호적 규제는 보호하고자 했던 취약근로자의 고용상실이나 더 열악한 고용형태로의 하락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다수의 행복을 위하여 만들어진 선의의 제도가 정부의 이름으로 섯불리 시장에 개입하면 역효과를 낳는다는“선의의 함정이론”과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보호적 규제가 사정을 변화시키지 못하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호적 규제의 역설”에 따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다. 대증요법의 경계
비정규직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 및 고비용 구조와 불합리한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기업별 노조 체제 하에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노동조합의 폐쇄성과 대립적 노사관계도 경직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가령, 법정최저임금을 높여 시장임금과 최저임금의 간격이 크게 벌어질 경우, 최저임금 지대에 있는 취약집단에게 고용불안 내지 고용감소를 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 원인에 대한 적정한 대책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을 자체를 규제하기 위한 대증요법만 강화한다면 정책실패가 시장실패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비정규근로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라. 정확하고 객관적인 실태분석
현행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별론으로 하고, 비정규직의 87%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 밀집되어 있고,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 69%,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27%가 속해 있는데 법적으로 아직 차별시정제도는 적용되지 않지만 내수침체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100인 미만 영세 서비스업에서 고용감소가 계속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소사업장에서는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크게 구별되지 않으며, 따라서 차별 보다는 기간제한과 경기상황이 고용 및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고용실태를 전체적으로 보면 정규직 고용의 고비용과 경직성 구조 하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이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감소나 직접고용의 회피 경향으로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일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사회적 주목이 되었지만, 대기업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정규직보다 높은 현실에서 비정규직이 밀집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고용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문제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간 근로여건의 격차가 더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근로자는 생활의 터전인 고용의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로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인적 구성의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경쟁에서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비정규직 관련입법이 강화되면 될수록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의 간접고용을 이용하거나 업무의 외주화를 도모하는 것은 사용자의 고용에 대한 정책으로 기업고유의 경영활동에 속하므로 합법적인 방법에 의한 간접고용 내지 비정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비용절감이 가능한 행위까지 모두 강행법규로 금지하여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또, 국가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규직 고용확대정책이 생산성의 제고와 산업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깊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한편으로 유연성의 여지를 합리적으로 남겨두어 기업경쟁력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활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정규직에 대한 입법과 정책의 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고용의 질(Job Quality)에 초점을 맞추면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결합이 가능하다면서 고용의 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내부자 노동시장의 확대와 외부자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적정히 조화하고, 대기업은 정규직 전환 등 내부자 노동시장의 확대를 주축으로, 중소기업은 외부자 노동시장을 활성화하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시키는 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주목된다.
5. 법과 현실
가. 고용강제 규정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제4조 제2항)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제6조의 2)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최장 2년의 고용기간을 도과하여 계속 고용상태에 있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제하고, 파견근로자의 경우 2년의 기간이 도과하거나 불법 파견의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당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제6조의2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아니한 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제46조 제2항).
근로자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나 고용이 의제되었음에도 실제로 고용을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를 상대로 법률적으로 직접고용을 강제하고, 실제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취업청구권”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수령과 관련하여 아무런 의무가 없으므로 취업청구권에 기한 취업방해금지가처분이나 근로수령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긍정설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에게 근로수령과 관련한 의무가 법적으로 부여된 것이므로 위와 같은 가처분과 이행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이 근로자가 부당해고와 관련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 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으로 원직복직을 명하고 불이행시 그 이행강제를 위하여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과 같이 법률이 명시적으로 사용자의 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 사용자에게 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집행과 관련하여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사용자와의 창조적인 협동관계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강제로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계약체결 의제규정이 사용자의 고용에 관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을 물론, 직접고용의무규정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고용의무의 이행을 법적으로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보건 그렇지 않다고 보건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고용의제규정이나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사용자에게 채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고도 바람직할 것인지 법적인 문제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고용의제제도도 끝까지 근로자를 사업장내에 배치시킬 것을 거부하는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외에 근로를 시킬 의무를 직접 강제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이 규정들의 효과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역학관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제도를 정비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 차별금지 규정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또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제21조 제1항).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 - 65% 수준에서 고착화 경향을 보이고(2008. 3. 기준 60.5%), 같은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 비정규직의 임금을 100%로 할 때, 10인 미만 사업체는 40-50%의 낮은 수준이고, 1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도 50-70%의 수준에 불과하며,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직의 60%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주요정책이슈- 비정규직 보호대책, 노동부, 2008.).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힘든 상황을 고려하여 차별금지 규정을 명문화하였지만, 고용기간의 조정과 반복, 사용자의 변경, 고용형태의 변경 등 다양한 방법의 변칙적 고용형태의 발생이 우려되어 개정법은 불법파견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직접고용의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한편, 현행법 상의 차별금지 규정들은 사업장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비교대상이 되는 동종 내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동일 사업장 내에 존재하지 아니할 경우나 직무 내지 직군분리에 의한 남용의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동일 사업장 내에 비교대상이 되는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처우 여하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도 정해질 수밖에 없으며, 또 기업별 노조가 주류를 이루는 우리 현실에서는 사업장의 규모와 경제적 여건에 따라 근로조건의 격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대상 근로자의 존재여부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주된 업무내용의 성질 및 내용, 업무수행과정에서의 권한과 책임의 정도, 작업조건 등을 토대로 업무의 동종성과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다면, 비교대상자인 무기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