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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생리 결석제'' 논란

안세환 |2008.09.27 09:25
조회 296 |추천 5

"○○씨는 생리불순이야? 어떻게 매번 생리 휴가 날짜가 왔다 갔다 해?" 몇 년 전 한 여성단체가 공개한 직장 내 성희롱 사례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상 여성은 매달 하루의 생리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 남자 상사가 여성 직원에게 수치심을 느끼도록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았다는 고발이었다. 남자 상사도 할 말은 있었다. 왜 하필 생리 휴가가 주말이나 휴일 앞뒤로 붙어 있느냐는 것이다.

생리 휴가는 오랫동안 논란이었다. 이것이 정말 여성 노동자의 건강과 모성 보호를 위한 제도인가. 여성의 신체적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여성의 활동 영역을 제한할 핑계를 주는 것 아닌가. 생리 휴가는 사실 안 쓰기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가를 안 가고 받는 수당으로 저임금을 보전했기 때문이다. 8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근로의 경우, 생리 휴가를 무급으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은 여성 건강과 모성 보호의 퇴보라는 점보다는 생리 휴가 수당이 없어지면서 최저 임금이 오히려 낮아지는 모순에 비판을 집중했다.

이런 마당에, 이번에는 대학가에서 생리 결석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강대학교가 생리 공결(公缺)제도를 이번 학기부터 폐지하겠다고 엊그제 밝히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생리 공결제란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하는 경우 이를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 학생문화처 권형순 부장은 2007년 1학기부터 2008년 1학기까지 세 학기 동안 운영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실제 생리통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석일수 미달로 경고받은 학생들의 이용 횟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의 2배가 넘는 점, 사용날짜가 일관성이 없는 점들이 데이터 분석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학생들이 다른 이유로 결석하고는 생리 핑계를 대더라는 이야기다. 결석 일수는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교환학생 선발, 장학생 선발, 취업에 성적이 절대적 요소인 마당에 생리 공결제는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 제도라는 것이 그동안의 불만이었다.

대학가에서 터져 나온 생리 공결제 논의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여성성 보호와 양성 평등 확대라는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과제를 놓고 어떤 차원의 문제제기를 해야 할지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여성을 '사회적 약자' '신체적 약자'로 보는 옛 패러다임이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자대학들이다. 현재 생리 공결제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 가운데 여자대학은 성신여대 한 곳이다. 여성들만이 겪는 고통에 대한 사회적 보호 장치로 생리 공결제가 꼭 필요하다면, 왜 여자대학들에서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한 여자대학 관계자는 "도서관을 24시간 개방하는 대학 현실에서, 생리통 때문에 강의를 빠진다는 수준은 넘어섰다"고 말한다.

새로 임용되는 판사의 64%, 검사의 44%가 여성이다. 남극기지에 여성 연구원이 진출했고, 해병대에 여성 장교가 있다. 초대형 크레인 운전기사로, 선박 건조 기사로 거친 현장을 지키는 여성들도 숱하다. 생리 공결제 정도로 여성성이 보호된다는 것은 시대 착오 아닐까. 대학가의 생리 공결제 논란은 여성성과 모성 보호의 옛 패러다임을 부수고 새로운 차원과 방향을 찾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전문기자 칼럼 박선이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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