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어명이오!”

이강율 |2008.10.01 01:31
조회 95 |추천 3

전제군주들이 이만한 절대 권력을 누렸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독주가 가히 어지러울 지경이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112층짜리(555m) 제2롯데월드가 허용된다. 금산분리 완화법안도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된다. 국민저항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많았던 이런 사안들이 왜 갑자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걸까. 논란이 일 때마다 청와대에서 떨어진 한마디 때문이었다.

“어명이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물일까? 종부세 개편안을 둘러싼 여당 내 논란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된 세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란 한마디에 ‘원안수용’으로 싱겁게 정리된 것이다.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키로 결론을 내린 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토론 없이 박수로 통과됐다. “서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야 한다”던 홍준표 원내대표나, 과세기준을 9억 원으로 상향하는 데 반대 성명을 냈던 ‘민본21’ 소속 초선 의원들은 입을 닫고 있었다. 왕의 한마디에 파르르 떨면서 꼬리를 내리는 무력한 신하들의 모습이다.

 

왕의 한마디에 꼬리 내리는 신하들

 

그동안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립을 반대한 것은 서울공항의 안전 때문이었다. 서울공항과 인접한 송파에 들어서는 203m 이상의 고층건물은 공군기들의 항로를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무려 555m 짜리 초고층 빌딩을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재계 총수·경제단체장들을 불러 개최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마천루 허용 방침을 공표했다. 임기를 7개월 남긴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전격 경질한 것도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해온 그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국방부 주변에서 무성했다. 군은 제2의 롯데월드 신축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금방 돌아섰다.

대통령은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국회에 제출된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규제 개혁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 간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이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규제완화와 국책은행 및 공기업 민영화로 치닫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난 투자은행 모델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명백한 역주행이다.

 

 

지난달 9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당장 “8·21 부동산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일 뿐 그린벨트 해제 방침은 없다”며 화들짝 놀란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 소형·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추가완화는 ‘9·19 대책’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 폭정·무능 너무 클 땐 저항할 권리 있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앗 뜨거’ 꼬리를 내린 여당의원들에게 권한다. 미국의 여당인 공화당의원들이 자신의 소신과 다른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한 번 보고 배워라. 미국 하원은 7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다. 부결에 앞장 선 사람들은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국민성명까지 발표하며 절박하게 매달렸던 이 법안을 싸늘하게 외면했다. 평소 시장주의를 천명하는 공화당 이념에는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판단, 자신들의 소신대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에 온 나라가 끌려 다니고 있다. 국민의 83%가 반대하는 정부의 종부세 개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여론조사)을 강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통령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불복종’ 저자인 데이비드 소로우가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너무나 커서 참을 수 없을 때는 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정부에 저항하는 권리를 모든 시민은 지니고 있다.”

대통령은 거대한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일엽편주임을 망각하지 말라. 언제라도 뒤집힌다.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