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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 월광보합, 선리기연

김준희 |2008.10.03 17:01
조회 314 |추천 0

Only you
너만이 나와 함께 서경을 구할 수 있어
너만이 요괴를 물리칠 수 있어
너만이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어
너만이, 너만이, Oh~ Oh~~ Oh~
Only You.

당삼장의 `(당당당)온니 유`의 압권은 접어두고라고 지존보,제천대성,혹은 손오공인 주성치가 속세의 정에 매여 금고에 머리가 죄여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은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서유쌍기 선리기연>은 모든 장르가 혼재된 환타지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모든 속물들을 엿먹이는 패러디까지 가미해 속시원함까지 배가시켜 줍니다.

왕가위의 <중경삼림>부터 <동사서독>을 꼼꼼히 재해석하여 주성치식 엿먹임으로 왕가위감독을 한없이 비웃어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헐리웃의 주성치 짐캐리 마져 비웃기로 작정하고 그는 허리까지 져치고 마구마구 비웃어 버립니다.

자하선사의 `자청보검`을 뽑아 하늘이 맺어준 그녀의 낭군이 되어야하는 순간에도 주성치는 500년 후의 미래에 두고 온 처, 백정정을 잊지못하고 자하선사의 청을 거절 합니다. 그러다 우마왕의 여동생 향향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를 본 자하선사는 주성치를 죽이려 칼을 들이댑니다.

이때, 지존보(주성치)는 특유의 내공으로 장면을 멈추고 말합니다.

"그때 검과 내 목과의 거리는 0.01㎝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검의 주인은 날 사랑하게 됐다."

왕가위표 <중경삼림>에서 임청하와 금성무의 첫만남때 흐르는 나레이션을 주성치표 나레이션으로 개조한것 입니다. 이 대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주성치는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만약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시시껄렁한 깡통 통조림의 기한이 만년이면 어떻고 한달이면 어때? 그러나 주성치가 정한 기한은 참으로 시시껄렁 하지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한다`고도 들려주지 못한 주성치의 비통함은 만년의 슬픔으로 비장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때 보이던 그의 눈물.. 하염없이 흐르던 그의 눈물줄기. 그의 눈물줄기는 곧바로 모래바람속으로 날아갑니다.

<서유기 선리기연>의 기저는 왕가위의 <동사서독>에 있습니다. 자하선사와 대면하는 모래 사막이나, 자하선사의 안에 두명의 인물이 혼재한것등은 <동사서독>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하선사는 기본적으로 <동사서독>의 임청하라 할 수 있습니다. 밤의 여자 모용연과 낮의 남자 모용언의 캐릭터입니다. 모용언과 모용연이 남매이 듯이 자하선자의 몸안에 있는 두명은 자매입니다. 자하선사와 그의 언니 청하. 청하라는 여인에게 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그녀는 `임`씨라고 밝힌다. 즉, 그녀의 이름을 `임청하` 로 만들어 <동사서독>의 임청하의 패러디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사서독>에서 임청하가 매일 서독 구양봉을 찾아와 자신의 오빠를 죽여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자하선사는 자신의 언니를 증오하고 주성치는 자신이 구양봉이 되어 자하선사에게 언니를, 혹은 동생일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죽여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성치는 구양봉과 비련의 검객 맹무살수 두 역을 혼합하고 있습니다. <동사서독> 에서 맹무살수가 죽는 순간에

 

 "검이 빠르면 몸에서 피가 솟을때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줄이야"

 

라는 말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성치가 춘삼십낭에게 목을 내놓는 장면에서 그 대사가 나옵니다.

"검으로 신속하게 찌르면 자신의 심장을 볼 수 있다 하오.
그러니 빨리 찔러 내 심장을 볼 수 있게 해주오.
내 심장안에 무언가 있다하니.. "

주성치가 `아, 내 진심을 보여줄 수도 없고`하는 고백에 정말로 마음을 보러 주성치의 몸으로 인체탐험을 떠났던 두 여인, 백정정과 자하선사는 주성치의 심장을 보고 그의 마음에서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이 누군가를 알아냅니다. 코코넛 처럼 생겼다는 그의 심장에 남아있던 여인은 바로 자하선사였습니다. 코코넛같은 심장은 딱딱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자신을 빠른 검으로 찔러 달라고 부탁하며 심장안에 남아 있는 여인을 그리워 하는 주성치의 이 대사는 절묘하다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주성치의 눈빛에 양조위의 눈빛을 비교할 수 있을런지...

또한 마지막에는 주성치는 맹무살수의 의상 그대로를 빌려오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비련의 검객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솔직한 베낌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을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손오공이 되어 당삼장과 함께 서경을 찾아 떠나 가는 그의 눈빛은 비장함으로 무장되어 있고, 그의 모습은 속세에서 사랑했던 여인을 간직한채 쓸쓸하기만 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우는 모습이야 한두번 본 게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비통하게 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죽었을 때 그 주검조차도 그는 한 순간밖엔 안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머리에 쓴 금고가 쥐여들 때 그는 흐느끼면서도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그녀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그는 그녀의 주검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을,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아야 했습니다. 그는 절규합니다. 비통함으로 울부짖습니다.

월광보합의 힘으로 다시 돌아온 500년 후의 세상...

손오공 자신이 선택한 삶으로 인해 세상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몇 백년이나 서로 증오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정정과 춘삼십랑이 한 남편을 섬기는 부인들로 나오기도..상대는..오맹달)이 사이좋게 살고 있고 세상은 활기에 차 보입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손오공은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바로 자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지존보(손오공)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한 검객과 함께 있었지만 지존보에게 거부당했던것과 마찬가지로 그 검객에게서 거부당합니다.

손오공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사랑을 인정하지않는 그 검객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자하에게 입맞추며 맹세합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때 단 한번도 하지못했던 사랑한다는 말, 평생 곁에 있겠다는 말을 그는 50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것도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자하에게 맹세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오공으로 인해 자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뻐하지만 문득 인파를 헤치고 멀어져가는 건들거리는 걸음의 이상한 사람을 발견 하곤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합니다. 다시 좁혀질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 자하가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 보고있는 것도 모른 채 그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인파 속을 헤치고 성을 벗어나는 손오공.

사람들 틈사이를 빠져나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는 빠르게 걷는 그의 부릅뜬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듯 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의봉을 양쪽 어깨에 걸치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삼장법사 일행과 성에서 빠져 나온 그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봅니다. 성벽 위엔 여전히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고 손오공은 먹다만 바나나를 입에 문 채 잠시 그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몸을 돌려 삼장법사 일행 을따라 뛰어갑니다.



이 영화를 몇번씩 보았고, 아직도 그 마지막 장면의 손오공의 표정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내색하지 않는 손오공의 표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외면당하는 자하의 슬픔도 내게 전이됐지만 사랑하면서도 곁에 있을 수 없는 손오공의 슬픔은 더욱 큰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자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행복하게 살겠지만 손오공의 사랑은 그가 그녀에게 맹세한 대로 기한이 만 년이나 됩니다.

자하가 죽었을 때 손오공이 흐느끼던 장면, 그의 고통이 내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가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눈빛, 그의 표정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손오공에게 사랑은 고통스런 기억이지만... 삶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던... 기한을 정해야한다면 만 년으로 하겠다던... 지존보...

운명 때문에 자하를 외면하면서도 그녀 의 장신구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그의 사랑...

난 이 영화를 보고 주성치에게 완전히 반했습니다.


지존보가 속세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금고를 머리에 쓸때 관세음보살님이 마지막 할말을 묻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당신은 내 마음속에...
눈물 한 방울을 남겨두었소
그때 얼마나 슬퍼했는지 느낄수 있었소

난 과거에 사랑을 앞에 두고
아끼지 못하고 잃은 후에 큰 후회를 했었소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바로 후회하는 것이오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겠소


만약..그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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