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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 위험성에 무원칙한 KBS

이강율 |2008.10.06 02:25
조회 1,345 |추천 13

<뉴스9>선 단순전달<취재파일 4321>악플비난,<미디어포커스>선"표현자유침해"우려

 

탤런트 최진실씨의 사망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번 기회에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 '악플'을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찰은 이른바 '최진실 괴담'을 유포한 자를 구속한 데 이어 그 '진원지'인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계획까지 밝히고 나섰다. 바야흐로 인터넷 사정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 같은 '최진실 사망사건'의 후폭풍속에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메인뉴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리포트와 기획보도를 쏟아냈으나 집권여당이 '최진실 사망'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무성의하고 무원칙한' 보도태도를 나타냈다. KBS의 경우 메인뉴스에선 정치권 주장을 단순전달하는데 그쳤고, 두개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에서 전혀 상반된 방향에서 최진실 사망과 사이버모욕죄를 접근하기도 했다.

 

'최진실법 도입' 인터넷 표현의자유 침해에 '나몰라라'하는 KBS <뉴스9>

 

한나라당의 사이버모욕죄 도입 방침이 알려진 지난 3일 방송사들은 정치권의 공방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해당 뉴스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이버모욕죄를 바라보는 방송사들의 입장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MBC는 한나라당이 '최진실'을 팔아 인터넷 여론을 제도적으로 손보려한다는 우려를 가장 분명하게 전달했다.

 

   ▲ 지난 3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3일 <뉴스데스크> 8번째 뉴스인 '이번달 처리…반대'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에 사이버모욕죄를 담은 개정안을 국감 이후 제출하기로 했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한 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의 말을 빌어 "정부 여당은 국민 배우의 안타까운 사망을 더이상 정권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MBC는 "전문가들도 악성 댓글은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입법 논란을 벌인답시고 최진실씨의 죽음을 결국 정쟁 도구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곽동수 교수(한국사이버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학부)의 말을 빌어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중 심리에 영합하듯, 이때다 싶어 법을 만들자고 하는 게 과연 적절한 일인지"라고 비판했다.

기자의 리포트 마무리 멘트로도 "스타의 불행한 죽음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교훈을 찾으려는 건 옳지만 격정적 기류에 편승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하고, 또 이를 감정적으로 막아서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MBC "격정적 기류 편승 정치적 목적 이루고, 감정적으로 막는 것 잘못"

 

이에 반해, KBS는 앵커멘트부터 편향성을 드러냈다. KBS는 <뉴스9>의 여섯번째 리포트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란'에서 앵커멘트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사이버모욕죄의 개략적인 내용과 나경원 의원의 주장, 방송통신위원회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방안 등을 비교적 자세하고 길게 전했다.

 

 

▲ 지난 3일 방영된 KBS <뉴스9>

 

이어 "사이버 모욕죄가 필요없다. 현행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구더기 잡기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이종걸 의원(민주당)의 육성과 "대증적인 요법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권헌영 교수(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의 말을 전했다.

 

한나라당의 최진실법이 '최진실 죽음을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차단하려는 데 사용하려는 목적'아이라는 게 민주당 뿐 아니라 언론계 시민단체의 핵심적인 비판이지만 KBS는 오히려 기자 멘트를 통해 "인터넷 강국의 그늘.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향한 정치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이 문제를 건강한 인터넷 문화의 문제로 '치환'했다.

 

SBS는 3일 <8뉴스> '사이버 모욕죄 논란'에서 한나라당의 방침과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당의 반발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인터넷의 자율정화를 기대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주장과 인터넷의 개방성 훼손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5일에도 '최진실법 공방치열'에서 양쪽의 주장을 나란히 전했다.

 

 

▲ 지난 3일 방영된 SBS <8뉴스>

 

민언련 "최진실 사건 호재로 삼으려는 정치권 행태…방송3사 여야 공방으로 단순전달"

 

이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일 밤 논평을 내어 "지난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인터넷 여론에 대한 통제 의도를 드러내온 정부 여당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최진실씨 사건을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호재'로 삼으려 한다면 논란만 키우게 된다. '여론통제'의 우려 없이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방송3사는 여야 공방으로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진실 사망 이후 주말새 유사한 주제로 방영된 두개의 KBS 시사보도프로그램은 최진실 사망을 바라보는 차이를 드러냈다. <미디어포커스>와 <취재파일 4321>이었다. 전자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후자는 인터넷 문화의 폐해가 최진실을 죽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디어포커스>는 4일 '소통'의 조건, '표현의 자유'에서 최진실 사망 이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대해 "인터넷 악플에 대한 규제나 처벌은 형법의 모욕죄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친고죄인 형법의 모욕죄 뿐 아니라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수사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로 사이버 모욕죄가 만들어지면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과)의 말을 빌어 "자기가 모멸감을 느꼈는지 어쨌는지 관계없이 지금 검찰에서 기소할 수 있다라는 건 매우 위험한 논리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사문화되거나 폐지되거나 위헌 판단 받고 있는 이유는 그 제도가 계속 권력자에 의해서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데 남용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지난 4일 밤 방영된 KBS <미디어포커스> '소통'의 조건, '표현의 자유'편.

 

KBS 시사프로 엇갈린 시각 <미디어포커스> "표현자유 침해" <취재파일 4321> "최진실 악플에 지다"

 

<미디어포커스>는 또 "형법에 조차 모욕죄가 존재하는 나라는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 독일, 일본 정도뿐이라는 점도 사이버 모욕죄 반대론의 한 근거"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5일 밤 방영된 KBS <취재파일 4321>은 '국민 배우' 최진실 악플에 지다'에서 오히려 악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취재파일 4321>은 "최진실씨는 이번일 이전에도 특히 이혼과 관련해 자신에게 쏟아진 인터넷 악성 댓글로 많은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녀는 평소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붙은 댓글을 꼼꼼하게 읽으며, 인터넷 악성 댓글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 5일 밤 방영된 KBS <취재파일 4321>

 

심지어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한 연예인들의 피해는 비단 최진실씨뿐만이 아니었다"며 "40년 짧은 생애를 허무하게 끝마친 최진실. 그녀의 죽음은 우리사회에서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돌이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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