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에서 멋진 3명의 장군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오늘은 더러운 역사, 그리고 그걸 목숨 걸고 기록한 3형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목숨 걸고 진실을 기록한 3형제(고우영 열국지 中)
관중과 제 환공의 활약으로 강국이 된 제나라였지만, 후손 제 장공은 별볼 일 없는 왕이었습니다.
정치는 안중에 없고 여기저기서 소문난 미녀들을 잡아서 더러운 짓을 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이 망나니 왕 제 장공에게 미녀들을 잡아바치는 일을 한 최저라는 간신이 또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최저인 사람이었는데요… 아무튼 같은 망나니라 그런지 둘이 죽이 잘 맞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는데, 제 장공이 신하인 최저의 아내까지 넘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최저를 3개월간 멀리 출장보내고, 최저의 아내에게 왕명을 내세워서 나쁜 짓을 합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오고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최저는 화가 나서 왕을 죽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궁에서 벌어진 잔치에서 일부러 크게 취한 연기를 하고 친구 집에서 자는 척을 합니다.
최저가 취해서 친구 집에 가는 걸 보고 왕은 그 길로 최저의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최저의 아내에게 또 더러운 짓을 하려고 했는데, 숨어있다 범죄현장을 잡은 최저는
그 자리에서 맹독을 바른 칼로 왕을 찔러 죽여버립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리고 꼭두각시 왕 한 명을 세운 후 스스로 나라를 쥐락펴락 합니다.
수도 없는 여자들에게 더러운 짓을 하고도 모자라서 신하의 아내까지 넘보고
결국 현장을 잡혀 신하에게 칼을 맞아 죽은 왕이나…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잡아서 왕에게 바치며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주제에
자기 아내를 넘봤다고 그 길로 왕을 찔러 죽이고 권력을 잡은 신하 최저나…
더러운 쓰레기인 것은 매 한 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편지의 핵심은 이 시기에 궁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3형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3형제의 정신이 다 곧았습니다. “역사는 진실이다. 왜곡할 수 없다!”
그래서 3형제 중 첫째가 이 더러운 역사를 곧이곧대로 다 적어두었습니다.
‘제 장공은 미녀들만 밝히다 신하 최저의 아내를 넘봤고, 결국 최저의 칼에 찔려 죽었다.’
그러니 최저가 가만 있겠습니까? 당장 첫째에게 쫓아가서 으름장을 놨지요.
“죽고싶으냐?” “죽고싶지 않습니다.”
“그럼 고쳐라!” “못 고칩니다.”
“정말로 죽고 싶으냐?” “말씀드렸다시피 죽고싶지 않습니다.”
“고쳐라!” “역사는 진실입니다. 권력의 굴복해서 고칠 수 없습니다.”
최저는 첫째의 목을 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책에서 다 찢어버립니다.
그러자 둘째가 다시 그 내용을 메꿔넣었습니다. 최저가 둘째에게 찾아옵니다.
“죽고싶으냐?” “죽고싶지 않습니다.”
“고쳐라!” “못 고칩니다.”
“왜 못 고치는가?” “마음대로 역사를 바꿔쓰면 후손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최저는 둘째의 목도 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찢어버립니다.
이제 막내가 두 형의 뜻을 이어 다시 진실을 적어넣었습니다. 최저가 찾아옵니다.
“너도 두 형들처럼 죽고싶으냐?” “죽고싶지 않습니다.”
“고쳐라!” “못 고칩니다.”
“죽이겠다!” “그래도 못 고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적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입니다.”
“건방진 놈!”
“일단 일어난 내용은 그 사실이 부끄러워도 거짓으로 꾸밀 수 없습니다.
부끄러운 일을 일으킨 사람에게 죄가 있는 것이지, 그 사실을 적는 사람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지금 저를 죽이고 사실을 덮어도, 또 누군가가 저를 이어 진실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죽이든 살리든 그건 마음대로 하십시오.”
결국 최저는 막내는 죽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우영 십팔사략이나 열국지를 보며 늘 느끼는 점이지만…
참 더러운 역사도 있었고 참 의로운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감정이 교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