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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말하다 120

김성민 |2008.10.11 21:17
조회 109 |추천 2


이 남자의 취미는

여자친구 질문에 입바른 대답하기, 그래서 약올리기.

이 여자의 취미는

뻔히 그런줄 알면서도 남자친구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약올라 어쩔줄 몰라하기.

 

예를 들면 뭐 이런 식이죠.

 

싫다고 싫다고 끝까지 버팅기던 남자를 끌고

여자는 백화점 구두매장을 찾습니다.

 

- 구두만 잘 신어도 발목이 되게 가늘어진대.

 

어쩌구 저쩌구.. 여자의 신난 설명에 남자는 한마디로 찬물을 쏴 끼얹길,

 

- 그래, 발목은 그렇다치고 종아리는 어떻게 할꺼야?

발목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지금도 니 하중 견디느라고 얼마나 힘들텐데.. 에잉, 쯧쯧쯧.

 

그렇게 들어간 신방 매장에서 열심히 구두를 고르던 여자.

내심 마음의 결정은 내린 뒤

마지막으로 점원에게 위로를 듣는 절차를 걸칩니다.

 

- 저기요, 이 구두 어때요?

제가 발이 좀 커서 이런 구두는 잘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쵸?

 

그러면 그 점원은 기다렸다는 긋 곧장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겠죠.

 

- 무슨 말씀이세요. 손님 지금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이렇게 옆으로 한번 비춰보세요. 어떠세요?

발도 정말 작아보이고 너무 예쁘죠?

 

여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

하지만 다음 순간 그 가식적인 풍경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불쑥 껴드는 남자친구라는 자의 입바른 참견.

 

- 야, 너 그거 진짜 살꺼야?

 

그말에 여자는,

 

- 왜..왜..왜..뭐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데?

 

약이 올라서 물어대고 그러면 남자는

 

- 뭐 내가 뭐라 그랬냐고, 그냥 사라고.

 

함께 지내는 1년동안 여자는 한번도 원하는 대답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워낙 습관이 된 엄살이라

여자는 또 한번 무심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다가

 

- 자기야, 나 오늘 너무 부었지?

 

그러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여자는 고개를 옆으로 획 돌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막 뭐라뭐라 빈정상할 말을 하려고 입술을 들썩이는 남자.

여자는 남자의 입을 확 틀어막더니

 

- 아무 말도 하지마. 한마디도 하지마. 뭐라고 빈정거릴 꿈도 꾸지마.

그래, 이거 붓기 아니고 살이야. 그래서 어쩌라구.

그래도 나 예뻐. 이정도면 됐어. 충분해. 그러니까 아무말도 하지마.

 

그러자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 야, 너 내가 1년내내 한 말이 그거잖아.

부으면 어떻고 발목 굵으면 어떻고 신발 좀 안어울리면 어때.

나는 니가 예쁘다니까. 아휴, 바보.

 

나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나 못생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란

단식중인 이에게 '배고프시죠' 묻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바보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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