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월광보합
A Chinese Odyssey Part One-Pandora's Box
서유기-선리기연
A Chinese Odyssey Part Two-Cinerella
1994. 홍콩
감독. 유진위
출연. 주성치, 오맹달
이 두 영화는 따로 다루면 아무 의미가 없기에 함께 다루고자 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 '서유기'는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으로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요괴들과 싸워 이기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영화는 손오공이 어떻게, 왜 손오공이 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월광보합과 전리기연 두 편은 서유쌍기라 불리며 주성치 영화의 정점에 서있다.
혹자는 지루하기 짝이없는 B급 영화라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않다.
언제나 주성치의 영화는 그래왔던것 같다.
컬트 코미디를 토대로 한 영화이기에 유치하다, 내용이 없다는 말은 언제나 듣는다.
하지만 적어도 서유쌍기 두편만큼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 서유쌍기를 시작으로 진정한 주성치식 코미디가 시작되었다고 해야할까.
수년 전, 어릴때에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선리기연보다는 월광보합의 기억이 더 강했다. 코믹한 요소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일까,
수년이 지나 기회가되어 다시 서유쌍기를 보았을때는 달랐다.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았다. 사랑의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면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단순한 2부작인데다, 동시제작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줄거기를 단순히 요약하기는 참 어렵다.
워낙 많은 등장인물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500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변화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난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걸 잃었을 때 비로소 크게 후회했소
인간사의 가장 큰 고통은 바로 후회요. 하늘이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줄거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만약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중경삼림을 패러디한 이 대사를 지존보는 두번 말한다.
사랑을 가장해 자하선사를 속일때와, 가장된 사랑이 진짜가 되어 어느새 자하선사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두번 모두 큰 표정변화 없이 밋밋하게 말을 함에도,
두번째 이 대사를 말할때는 그 감정의 폭발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패러디를 함에도 원작만큼 아니, 원작 이상의 감동을 줄수 있는 사람은 주성치 뿐일것이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꼽으라면,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다.
바람이 부는 성곽 위에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 지존보 자신과, 자하선사의 환생이다.
전생의 인연을 후생에서도 놓지 못한 두 남녀.
후생에서도 전생에서처럼 지존보의 환생에는 처가 있다.
결국 손오공이 그의 몸 속으로 들어가 아무 말 없이 자하선사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한다.
"평생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소. 사랑하오." 라고 말하고 그의 몸에서 나와 유유히 갈길을 가는
손오공의 뒷모습엔 모든것이 담겨있다.
입맞춤을 할때 살짝 찡그리는 지존보의 표정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의봉을 둘러메고 유유히 걸어가는 손오공의 뒷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두 시간 내내 사랑타령 하는 신파보다 이 영화 한편이 마음 한켠을 뭉클하게 해준다.
당시 홍콩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적 역량의 최고치가 실현된 작품으로
요즘에는 걸작 대열에 오르고 있는 서유쌍기 두 편.
이 영화를 시발점으로 주성치가 단순한 코미디 배우에서 작가적 역량까지 인정받게끔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말 하나. 자하선사 역의 주인.
상당히 매력적인데?
윙크 잊을수 없어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