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 글을 아마, 아니 절대로 보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남긴다.
(아니, 이렇게 글을 쓰는것 자체가 그녀가 보길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겠지. 그녀가 이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찌질한 놈이 되어버리니깐)
이미 오래전 일이다. 4년전이면 나나, 그녀나, 전부 다 어린나이였으니깐. 그래서 지금은 이제 다시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 꺼라 생각한다. 나도 늙었고, 그녀도 늙었고, 더하여 그녀는 사랑을 해보았기 때문에.
그때...생각하면 난 참 찌질했다. 소심했다. (어쩌면 늙었어도 찌질하고 소심한건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보다 더 옛날, 한때 내가 정말 사랑했던 한 여자와 그녀의 신랑의 결혼식에 축가를 불렀던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고, 굴욕적이며, 다시 떠오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때 내가 왜 그녀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는 찌질한 짓을 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
나는 왜 한때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에 축가를 불렀을까.
아마도 그건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나에게 더 강하게 존재하는 '배려'라는 감정때문일 것이다. 나는 거절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득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세상에는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나는 이러한 내 성격때문에 결국 같이 축가를 부르자는 동아리 동료들의 등떠밈에 '나도 모르게' 불렀던 것 같다.
아직도 지울 수 없다. 무대 중앙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있었고, 나는 결국 구석에서 일행들과 축가를 부르며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었던 모습을.
옛날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쨌든 나는 그 옛날에도 찌질했으며, 그때도 찌질했다.
'그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군대라는 격리된 공간이라서 아마도 나는 더 찌질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의 찌질함에 그녀는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이제 더이상 나를 '친한 오빠'라는 관계조차도 맺을 수가 없겠다고...더이상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고...
나는 그 편지를 한번 읽고는 절대 다시 두번 읽지 않았다. 그리고 그 편지는 지금 어디 있는지 내 머리속에서 지웠다. (아마 수많은 내 편지박스에 넣어졌을수도 있고, 강원도 인제의 쓰레기 매립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군생활을 했고, 결국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많이 서운했던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그럴거였으면 왜 그랬냐'는 것이였다. (물론 지금은 애써 답을 찾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녀에 대해 가지게 된 감정은 '애정'에서 '애증'으로 바뀌었다.
군제대를 했고, 그녀를 우연히 한번 보았고, 주변인들과의 인연으로 또 한번 보았다. 하지만, 나는 참으로 바보스럽게도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고, 예전만 못했지만 '친한 오빠'사이로서 남는듯한 관계를 유지 했다. 하지만 결국 단둘이서만 있는 관계로는 절대로 될 수 없었다. 물론 난 이제 더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도 이젠 그녀가 '싫다'고 생각했으니깐.
시간은 더 흘러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또 그녀와는 소식이 없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점점 그녀가 싫어지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찌질했던 과거를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절대로 그녀를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 추한 과거만 생각날 것 같으니깐.(결국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녀를 만나면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녀가 편지에 쓴 '다시 안볼 관계'라는 말만큼 나에게 상처를 준 말이 없었다.(아니, 예전에 한 여자가 나에게 했던 '내가 널 갖고놀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라'라는 말도 있긴 있었구나)하지만 나는 결국 '배려'라는 나의 성격으로 그녀를 '어쩔수 없이'만나게 되더라도 언제 우리가 그랬냐는듯 평소처럼 웃고 떠들겠지.
그리고, '우린 그때 다 어렸잖아'라는 말로 모든 것이 매조지되겠지.
생각해보니, 난 참 슬픈 놈이로구나.
이런 내가 싫다.
ps. 어쨌든, 만약 그녀와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게 될 날이 있게된다면(없겠지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왜 그랬냐고. 그럴거였음 왜그랬냐고. 물론 이해는 한다. 왜그랬는지, 하지만 이해하는거랑 물어보는 거랑은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