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고고70]을 보고....

김대중 |2008.10.22 01:39
조회 49 |추천 0

 

 

 

 

1970년대에 태어난 저에게 있어서, 1970년대라는 시대는 뭔가 기억을 하려 해도 기억날 무언가가 없는, 걸음마를 졸업하고 말을 익히고 한글을 익히며 보냈던, 유아기(幼兒期)를 보냈던 시기이다 보니, 저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부모님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한 그런 시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그 시대를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제가 이 영화 [고고70]의 시대적 배경을 운운하며 뭔가를 적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수 있기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아직까지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우왕좌왕, 오락가락하니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시대를 평가한다는 것도 - 충분히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적는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그 당시의 기억들과(별거 없지만), 부모님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 살아오며 읽고, 보고, 들었던 각종 자료와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직접 치열하게 살았던 시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간접적인 경험을 해본 것 같은, 그런 시대가 1970년대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는 낭비적이고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되며, 종전 선거제도로는 안정된 여당 국회의원 수 확보가 어려울 뿐더러 국력 극대화를 위해 의회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등등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한국적 민주주의' 운운하며 1972년 10월 17일 일방적으로 발표한 10월 유신(維新)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엄청나게 후퇴 시켰을 뿐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뿌리 뽑아버린 만행이었습니다.


몇 마디 말만 잘못해도 남산(중앙정보부) 같은 곳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암흑의 시절.


이 땅의 젊은이들은 정말 제대로 숨 쉴 공간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장발 단속은 19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 장발로 상징되며 꽃을 피우던 청년문화의 맥을 끊는 만행이었고, 미니스커트 단속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거창한 이유를 대며 행해진 해프닝이었으며, 1945년 9월 미국의 군정 사령관 중장에 의해 37년간 계속된 야간 통행금지는 이 땅의 밤을 너무나 차갑고 쓸쓸하고 삭막하게 만들었을 테니 말입니다.


머리카락 길이도, 치마 길이도, 놀 수 있는 시간까지도 정부에 의해 통제되던, 그런 시절이 바로 1970년대였던 것입니다.



이 영화 [고고70]은 커다란 정치적 내용을 보여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숨 막힐 것만 같은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놀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은 반항'을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소울'을 연주하는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 와 은 더 큰 무대를 꿈꾸며, 를 따르는 가수 지망생 와 함께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합니다.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참석한 [데블스]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음악 탓에 관객들에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지만, ‘소울’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과 특이한 무대매너 덕에 당시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기자의 눈에 띄게 됩니다.


생계와 그들의 꿈을 위해 무대에 서고자 했지만, 시민회관 화재 사건 등등 일련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설 무대를 찾기 힘들었던 [데블스].


그러나 그들을 눈여겨본 기자 덕분에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의 무대에 서게 되고, 그들은 결국 개성 넘치는 무대와 폭발할 것 같은 ‘소울’ 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놀 권리마저 억압하던 당시의 유신정권은 이들을 퇴폐문화의 앞잡이로 몰아버리며 점점 단속의 강도를 높여 갑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당시의 숨 막히는 독재정권 하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그리고 노는 것 자체가 시대에 대한 반항일수도 있었던, 1970년대 자체를 차근차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배우답게 절정의 가창력을 과시하며 [데블스]의 리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고, 역시 그동안의 ‘인형’같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꽤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그룹 [문샤이너스]의 보컬인 또한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해 내어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해 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극단 [차이무]의 배우 은 한편으로는 코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이며 한국 최고의 팝 칼럼니스트 이지만, 무식한 정권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금지곡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고, 한국 대중문화의 수준을 올려보고 싶었지만, 무식한 정권의 몽둥이질에 한숨을 쉬어야만 했던 - 역을 너무나도 절절하게 잘 연기해 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었던 시절.


그로부터 30년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2008년 이지만,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것만 같은 요즘 정권을 바라보며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이 영화 [고고70]을 반추해 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즈음에 기자가 전경들을 가로막으며 “ 이 XX들아! 그냥 놀게 좀 내버려 둬라!!!”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되겠지요.




사족(蛇足)....



역의 를 보며 꽤 닮은 배우가 있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7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액션배우 를 닮은 것 같습니다.


는 라고도 불렸던 배우인데, [쇼 브라더스]의 간판 배우이자, 감독이 너무나도 총애했던 배우이죠...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