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울통이 터졌다. 시험이 내일이건만 이 시간에 이렇게 글을 써내리는 건 순전히 분노 때문이다. 최진실에 대한 기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보도되었고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팔리는 이슈거리인가보다. 새벽 2시인데도 최진실 사건에 가장 큰 연루자 '백모양'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백모양은 단지 최진실 사망에 가장 큰 연루자일 뿐 아니라 이미 네티즌들에게는 '사형'을 언도받은 죄인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백모양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는가? 죽어 마땅한 잘못을 저질렀는가? 물론 타인에 대한 근거 없고 -그것이 혹은 진실일지라도- 불명예스러운 음모를 공공장소에 유포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인으로써 해야할 일은 아니며 처벌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기사와 리플들로 인해 백모양이 인격적인 공격과 협박을 당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비록 허위 사실때문에 최진실 개인이 불명예와 치욕을 참지 못하여 자살하였을 경우라도, 그의 죽음을 백모양에게 물을 순 없다. 그녀가 아무리 큰 심리적 타격입었더라도 자살이라는 결정을 정당화해 줄 순 없다. 따라서 한 여배우의 죽음에 대하여 그 부당함의 댓가까지 그 소문의 유포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백모양의 잘못은 성숙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한 점, 물론 그 소문의 선정 수위나 소문으로 인한 당사자의 피해도 고려 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명예훼손의 선을 넘지 못하며 사회적인 지탄도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것에서 끝나야 당연한 것이다.
또한 최진실의 죽음이 과연 '사채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보도를 시청하는 내내 네티즌들의 뻔뻔하고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놀랐다. 말해보라, 사람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모르는 하나의 찌라시를 보고 죽을 결심을 하는가? 아니다. 애초부터 최진실 사채설은 항간에 도는 그저그런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픽션을 있음직한 가설로 승격시키고 '국민여배우'란 지명도에 타격을 입힐만큼 이슈의 물결을 만든 장본인은 백모양이 아니다. 온라인 뉴스에 '최진실 사채설' 게시글에 '클릭질'을 뻔질하게 하는 것들, 그런 게시글 리플에 유아기적에나 했음직한 발상을 적는 무리들, 바로 네티즌들이 그 주범이다. 최진실의 죽음에 죄를 묻겠다면 인터넷 뉴스에 등수놀를 하고 있는 '네티즌들'에게 물어야 한다. 최진실을 죽이는 호랑이는 만든건 세 사람의 입이 아니고, 가볍기 그지 없는 타이핑이며 익명성 뒤에 숨어 아무에게나 돌을 던지는 그들이다. 헌데 지금 그들은 백모양의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 유출하고 "너도 죽어라" 등의 리플을 달고 있다. 예수는 죄 없는 자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였는데, 네티즌들은 참으로 죄가 없는가? 아니, 그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죄의식이 마비되고, 반성은 무책임 속에 함몰하고, 타성과 주관을 구분하지 못하며, 어줍잖은 집단의식에 동조해 또 하나의 희생양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마녀의식'을 이성을 결여한 중세의 참혹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마녀사냥'이 지구상에 시작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마녀사냥의 시스템은 인간 조직에 속속들이 숨어 있다. 조직 내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흔히들 타인에게 책임을 강요하곤 하는데, 이때 책임의 전가란 사실상 무차별적 폭력과 같다. 그 대상자가 책임을 져야함이 마땅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간에 문제가 생기면 꼭 누군가가 피를 흘려야만 만족하고 마는 야만성이 현대-한국-에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바로 '최진실 자살과 백모양'이다. 백모양이 최진실을 계획적으로 죽인 것도 아니고, 그녀가 죽는다고 최진실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며, 실제로 백모양이 '최진실 사채설'의 최초 유포자도 아닌 마당에도 네티즌들은 백모양에게 거리낌없이 침을 뱉고 있다.
개인의 사회성을 말살하고 인격과 인권, 존엄성을 짓밟음으로써 네티즌의 살인행각은 충분히 '유죄'다. 그럼에도 익명성과 절대 다수 속에 숨은 야만인,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비문명인들의 행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학자도, 변호사도, 의사도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동네 건달이 된다는 말처럼 어느 분야의 어떤 사람이건 인터넷 뉴스에 클릭질만 하면 망나니가 되는 현 사태를 보면서, 언론들은 최진실이 어떻고, 혹은 최진영이 미니홈피에 어떤 글을 올렸고, 백모양이 경찰서를 나오며 무슨 말을 했는지, 제발 '돈 되는 얘기'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에게는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온라인 상 윤리의 구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늦은 밤, 무책임, 천박, 저급, 비열, 잔혹한 네티즌 Mansh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