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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기다리며(1)

하만 |2008.10.26 04:23
조회 101 |추천 0

20XX 년 7월, 길가의 가로수들 조차 광합성을 하기도 힘든, 태양이 작렬하는 무더운 어느 날

 

M은 대학교정을 거닐고 있었다.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탈피하고자 새들조차 날기를 거부하

 

는 뜨거운 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무작정 걷고만 있었다.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날을 시샘 하듯 얼굴에는 비가내리고 흐르는 아니 쏟아지는 땀조차 닦는것이  귀찮

 

은 상태에서 그는 전화를 외면하고 계속 걷기만 하다가 새로산 구두가 발에 적응이 안되는지

 

그는 벤치에 앉아 구두를 벗고 발바닥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얼굴에 분포되어 있는 모세혈관들

 

로 둘러싸여 있는 땀샘들은 자꾸 땀구멍을 통해 땀들을 분출하며 양말까지 땀으로 뒤범벅이 된

 

것처럼, 강촌의 구룡폭포처럼 발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채 M은 멍하니 구름한점

 

없는 하늘만 바라보며 습관처럼 다리만 주무르고 있었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다리를 주무르는 것은 그에겐 습관화 된 모습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1994년 7월은 그해 가뭄으로 나라 전체가 물걱정 뿐만 아니라 전국이 역사상 최고의 더위로 인

 

해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비일비재 하였다.

 

비슷한 날에 M은 훈련복을 지급받은 오렌지색의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점호를 받고 있었다.

 

&#-9;XX훈련병 점호 준비 끝&#-9;,  &#-9;전원 취침&#-9;,  &#-9;안녕히 주무십시오&#-9; &#-9;충성&#-9;.

 

M은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더위로 인한 아열대현상으로 잠이 오지 않아 철창살로

 

둘러싸여져 있는 4층의 내무반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3일 전, 대학 1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을 끝내자 마자  선배들과 낚시대를 들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군부대 뒤에 위치한 강에서 낚시대를 펼치고 있었다.

 

&#-9;형! 이번 방학 때 어디 여행이나 다녀올까요? 전 내년쯤에 군대를 갈거니깐 전국 여행이나 했

 

으면 하는데&#-9;

 

&#-9;야~니들은 어때? 이놈이 말하는거 괜찮은거 같은데?&#-9;

 

&#-9;그래 가자&#-9;,  &#-9;콜&#-9;,  &#-9;오키&#-9;

 

&#-9;그럼 담주에 서울로 올라가자마자 바로 출발하는 겁니다&#-9; &#-9;약속 틀기 없깁니다&#-9;

 

그렇게 약속을 하고 예비역 선배4명과 M은 시험에서의 해방을 낚시대와 하염없이 느끼고 있

 

었다.

 

잠시 후, M의 삐삐가 울리기 시작했다. 집이였다.

 

주위에 공중전화가 없던터라 30여분의 길을 걸어서 강 건너편의 군부대 앞에 있는 가게에 까지

 

가야만 하기에 M은 삐삐의 울림을 음악으로만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삐삐의 울림은 2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M은 짜증이 났지만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긴건가라고 생각하고, 6월이 지나 7월로 넘어가는 계절의 시샘을 온몸으로 느끼며 강건너 군

 

부대 앞까지 걸어갔다. 위병소 앞에는 어리버리한 위병 한명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M16소

 

총을 어깨에 메고 하이바를 어설프게 머리에 걸친 채 정자세로 서있었다. 모습은 어릿광대처럼

 

우스워 보였지만 한편으론 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M은 자기랑 상관없다는

 

생각에 눈을 공중전화가 위치한 가게로 돌렸다. M조차도 어릿광대와 흡사한 위병소의 위병처

 

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로 인해 김이 나고있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동전이 없다. 가게 아주머니께 천원을 동전으로 바꿔 집에 전화를 했다.

 

&#-9;왜 찾아요? 엄마&#-9; 날이 너무 더워 짜증부터 났다.

 

&#-9;너 영장 나왔다. 군대가야 돼!&#-9;

 

&#-9;연기하면 돼요. 내년에 갈겁니다. 끊을께요&#-9;

 

&#-9;연기가 안된데&#-9;

 

&#-9;왜요?&#-9;

 

&#-9;낼 모레라서 연기가 안된다고 하는구나&#-9;

 

영장을 전해주는 방위병의 실수로 불과 3일을 남겨두고 영장이 나왔던 것이었다. 웬지 모르는

 

슬픔이 밀려왔다.

 

공중전화에는 동전을 더 넣지 않아도 한통의 전화를 더 할 수 있는 금액이 남아있었다.

 

무작정 전화번호를 누룬다. 왜 그 전화번호를 눌렀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다.

 

8XX-37XX.

 

신호가 간다.

 

낯설지 않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너무 퉁명스럽다.

 

M은 더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강건너의 선배들이 M을 부른다.

 

다시 낚시터에 앉아서 강을 바라본다. 아무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일기예보는 맞지 않았나보다.

 

비를 맞으면서 밤새도록 M은 보이지도 않는 낚시찌를 바라보면서 스스로도 아무 이유를 모른

 

채 눈물을 비로 가리고 있었다. 

 

 

M의 눈을 자극시킨 것은 기상나팔이었다.

 

눈을 뜨자 마자 훈련교관의 발은 자석의 N극과 S극의 인력이 작용하듯이 내무반 모든 동기들

 

한테 달라 붙었다.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모두 도망치듯 연병장으로 집합했다.

 

&#-9;사나이로 태어나서......&#-9; 젠장 내가 오고 싶어 왔나 싶어, M은 아침 구보내내 군가대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동물 새끼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었다.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모든 훈련병들은 식당으로 모여들어 삼삼오오 대형을 갖춘

 

뒤 정렬을 하고 있었다.

 

&#-9;젠장 밥은 왜 이리 안 주고 대기만 시켜&#-9; 계속 짜증이 났다.

 

10분, 20분, 30분....그렇게 계속 시간은 흐르는데 식사는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무슨 일이 난 것이다. 훈련교관들을 비롯해 모든 기간병들이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장교들 또한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인 양 아주 허둥지

 

둥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식당안에는 취사병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연병장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9;전군 비상..전 군은 내무반으로 돌아가 완전무장으로 대기할 것&#-9;

 

&#-9;북한 수괴 김일성이 죽었다&#-9;

 

M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통해 나즈막히 한 문장의 짧은 단어를 내뱉었다.

 

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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