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사랑
김승희
내가 엄마가 되어서
너희들의 엄마가 되어서
엄마가 되고
아직도 어머니가 못 되어서
네 발을 가진
털투성이 사랑을 가져서
날고 싶었는데
네 발 달린 포유류
기어 다니는 사랑만을 하게 되어서
기어 다니는 사랑으로도
날 수가 있는지
실험을 해보느라고
또 유목민이 되어서
너희들까지 유랑하게 되어서
젖가슴만 아니라면 날 수 있다고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은
날 수가 없다고
저녁마다 유방을 칼로 도려 파면서
그러나 먹여야 할 유방은
먹이는 유방으로
나는 엄마이고 엄마는 인류의 부엌인데
네 발 가진 사랑으로
털투성이 모욕 받은 몸으로
땅을 기어 다닐 수밖에 없어서
시를 쓸 때는 냄비 안의 비행기에 앉아서
가까운 하늘을 빙빙 날아다니면서
트렁크를 질질 끌고
국경선을 넘어 날아다니면서
너희들을 양팔에 껴안고
네 발 달린 사랑으로 휘저으면서
사랑의 이름으로
꽉 껴안아
두 유방의 트렁크에
모가지가 끼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네 발 달린 사랑은
그런 반성을 못하는 사랑
그래서
네 발 달린 사랑
냄비 안의 비행기는
냄비 안의 박쥐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바보 산수
정자에서 네 팔을 벌리고 낮잠을 즐기는
바보 산수
빨래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네 영감이 있는
바보 산수
엿장수를 반기는 즐거운 아이들이 웃는
바보 산수
중력의 악마를 뿌리 채 뽑아내려는 듯
질질 끌고 가다가
휘두른 듯이 내려친 자루걸레
그 봉 걸레에 먹을 듬뿍 찍어
병풍 위로 질질 끌고 다니며
불굴의 한 획으로
웃고 달려가는
잇달아 파고들며 웃고 달려가는
달아날수록 웃고 덤벼드는 뭉클뭉클한 천의 산맥을 그런
걸레 수묵
후려치는 봉 걸레
빗자루를 타고 달려가는
웃는 웃음
그 웃음의 산맥을 타고 달려가는
꿈틀대는 웃는 웃음
그 웃음
빗자루가 휘갈기는 그 웃음
바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