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 읽고 즉석 음악공연… DJ가 무대에 올랐다
라디오+연극 '접목' 쌍방향성 1인 극
부산표 연예인 김준영씨가 주연…용천지랄 소극장
연극 '라디오, 잠시 길을 잃다'에서 주인공. '하지만'(김준영)이 극중 프로그램 '아직은 살만한 세상'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극단 이마주, 극단 24601"결혼한 지 벌써 2년이 됐어! 우리 아이도 훌쩍 커 버렸고, 결혼하고 힘들었던 일, 속상했던 일 많았겠지만 훌훌 다 털어버리고 앞으로 일어날 좋은 일들만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2년 동안 어머니 잘 모셔줘서 고맙고, 넉넉지 않은 살림 잘 꾸려줘서 고맙고, 아이 잘 키워줘서 고맙고, 무엇보다 오빠 믿고 옆에 있어줘서 제일 고마워! 사랑해 여보."지난 29일 오후 한 연극 공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올린 남자는 그날 저녁 아내와 함께 이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을 찾았다. 그는 극단 측에 "오늘이 결혼 2주년 기념일이라서요. 기념으로 아내에게 연극과 사연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공연 보러 가니까요. 늦었지만 꼭 읽어 주세요"라고 했다.
지난 10일부터 부산 경성대 앞 '용천지랄'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라디오, 잠시 길을 잃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라디오 방송과 연극을 접목한 이 공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들의 사연을 받고 공연 중에 직접 그걸 읽는다. 물론 드라마상 정해진 사연도 있다. '라디오, 잠시…'는 연극의 현장성, 라디오 매체의 속성인 '따뜻함', 인터넷의 쌍방향성이 접목된 '1인 드라마'. 공연을 위해 제작된 라디오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극중 방송 현장의 바깥, 객석에는 작가와 PD가 가상으로 설정돼 있고 주인공 '하지만'의 보이지 않는 친구 '동수'도 그곳에 있다. 공연 중에는 라디오 DJ '하지만'의 방송 게스트로 음악가들이 나와 직접 연주도 한다. 지난 29일에는 인디밴드 '블루 아일랜드'의 보컬 이동훈 씨가 나와 기타로 '헬로우 앤드 굿바이'를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이에 대해 관객 현인(여·19·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연극 공연에 게스트가 나와 연주를 들려주니 놀라웠고 연극인지 실제인지 혼동될 정도"라고 했다.
극단 '이마주'와 극단 '24601'의 합동 공연인 '라디오, 잠시…'는 주인공 역을 맡은 김준영(28) 씨가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부산MBC TV 프로그램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의 구성작가 박민지(여·24) 씨가 대본작업을 했다. 연출은 극단 '24601'의 김세환 씨가 맡았다. 연출자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소통의 공간을 통해 새로운 형식으로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며 "단순히 라디오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연극성과 라디오 매체성 모두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주인공 김준영 씨는 실제로 어느 날 귀에 이상이 생겼다. 2004년 서울 지역에서 연극 '비언소'(연출 박광정)에 출연했을 때 스트레스로 인해 오른쪽 귀에 심각한 장애가 온 것. 그는 수화를 배워야 할 것 같은 위기까지 느꼈다고 한다. 그때 그는 '들리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해 고민했고 이때 떠올린 생각들을 연극으로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좌충우돌…'에 출연 중인 '인기연예인'이다. 이 연극과 관련해 KBS KNN 등 방송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중·장편영화를 만들었고, TV와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이 있는 등 다재다능한 '부산표' 연예인인 그는 최근 사인 공세에 시달린다. 해서, 김 씨는 이번 공연 전후 눈을 가리는 '뺑뺑이' 안경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하며 관객들에게 인사한다. 공연 안내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연극 공연에 집중해달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연극 '라디오, 잠시…'는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20대 후반의 라디오 DJ '하지만'을 통해 현실은 비관적이지만 미래는 낙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연 중에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등 14곡의 올드 팝, 모던 록 등 노래가 극중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선사된다. 11월 11일까지 공연. (051) 625-0767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입력: 2008.10.30 20:32 / 수정: 2008.10.30 21:57ⓒ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