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한 질투 I’m going down 여린 심박이 서로 다른 템포를 맞추고 있고
천상에서 그대가 눈뜰 때 좋은 화음처럼 이 비가 그칠 때 까진All night long All night long 이 밤에 엄숙한 비겁자의 하늘과 나의 섬들 사이에
천상에서 그대가 눈뜰 때 좋은 화음처럼 이 비가 그칠 때 까진All night long All night long 이 밤에 엄숙한 비겁자의 하늘과 나의 섬들 사이에
좋은 화음 이 까만 밤의 향기로서 파도에 나 숨어든 그 모순 속으로
언젠가의 꿈속처럼 꿈속처럼뒤틀린 데자뷰로 데자뷰로 어느새 나는 Pathos를 만들고 그 가득한 망상들로 뒤섞인 까만 밤그럴듯한 이야기 속의 모순들 가득한 삼각 원들 I'm falling down 두 눈가의 눈물을 넘어선 후 어른이 됐죠
천상에서 그대가 눈뜰 때 좋은 화음처럼 이 비가 그칠 때 까진All night long All night long 이 밤에 엄숙한 비겁자의 하늘과 나의 섬들 사이에
이 성스러운 바다 뒤바뀐 섬 타락한 마음 아름다운 존재 이 모순된 밤
풀릴듯한 내 안의 퍼즐 BERMUDA Tria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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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erpentism.egloos.com/
SERPENTISM in operation
서태지의 음악세계에서 '어른 되기'와 '어른이 되는 데 실패하기'는 상당히 중요한 테마로 보인다. 물론 내 개인적 견해일 뿐이지만, 가 성장에 실패한 소년의 이야기였다면, 은 성장에 실패한 소녀의 이야기인 듯하다. 다만 박지윤의 이 비슷한 주제를 비교적 가벼운 방식으로 담아냈다면, 서태지는 메타포를 통해 깊이 있으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내 오히려 성숙함에 닿지 못하는 미숙함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물론 아름답긴 하지만 중독적이고 위험한 아름다움이다.
이 뮤비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전형적으로 성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흰 드레스을 입은 소녀가 등장해서 상자를 열려고 애쓴다. 흰 드레스는 말할 것도 없이 순결을 의미하고, 상자는 판도라의 신화에서 보이듯 어떤 유혹적인 비밀을 암시한다. 이 상자가 올려져 있는 곳은 선반이다. 선반이 어디인가? 우리가 어릴 때 과자나 사탕을 꺼내려고 손을 뻗던 곳이 아닌가?
뮤비 초반에 상자 안의 열쇠 구멍에서 내다보는 시선이 소녀를 향한다. 호기심, 혹은 아직 미분화된 상태인 성적 욕망이 소녀를 건드리는 것이다. 상자에 새겨져 있는 덩굴 모양의 문양도 의미 있어 보인다. 검은 색조의 상자가 드러내는 '어두운 숲'의 이미지는 그 안에 감춰진 보물, 혹은 지혜를 암시한다. 또한 숲이란 그 자체로 성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소녀가 상자를 열려고 애쓰는 도중에 아기 인형의 모습이 몇 차례 지나간다. 이는 성관계의 결과로서의 임신과 출산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실제 아기가 아니라 인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첫 관계를 가질 때 그 결과를 명확하게 인지하면서 행위에 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녀에게 출산이란 그녀에게 속한 현실이 아니다. 성관계를 통해 성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그 책임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인식밖에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이것은 성인식이 실패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다음으로 소녀는 칼을 들어 상자를 열려고 한다. 그러다가 손을 다쳐 피가 흐른다. 소녀는 화가 난 듯 상자를 던져버리고 뒤로 눕는다. 새빨간 무늬가 새겨진 뱀이 등장하고, 다음 순간 소녀는 바닥에 버려져 있던 열쇠를 발견한다.
이 부분은 분석하기에 약간 애매한데, 칼과 뱀은 프로이드 심리학에서 매우 일반적인 남성기의 상징이다. 나는 처음에 이 피가 두말할 것 없이 처녀혈을 의미하리라고 보았지만, 칼로는 실패했던 '상자 열기'가 뱀이 등장한 다음에 열쇠를 발견함으로써 해결된다는 부분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칼과 뱀은 서로 의미가 다른 성관계의 어떤 두 가지 층위를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뱀이란 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성경에서는 타락과 악마의 상징이며, 연금술에서는 우로보로스라 하여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을 무한성의 상징으로 보았다. 뱀이 똬리를 튼 소용돌이의 모습은 분석심리학적으로 보아 중심 원형에서 분화되어 나가는 인격의 발달을 뜻하기도 한다.
어쨌든 소녀는 열쇠로 상자를 여는 데 성공한다. 사실 열쇠를 열쇠구멍에 밀어넣고 상자를 연다는 것 자체도 노골적으로 성적인 은유에 속한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새빨간 사과다. 여기서 당연히 연상되는 것은 아담과 이브의 신화이다. 그들을 타락으로 유혹한 악마는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나서 '부끄러움을 알게 되어' 자기들의 사타구니를 가리는데, 이 과일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성적인 죄를 짓는다는 암시라는 주장이 있다. 이브가 먼저 악마와 관계를 맺고, 아담을 끌어들여 3P크리... 아니 이게 아니고. 여하간 과일을 먹은 게 죄라면 입을 가릴 일이지 사타구니를 가릴 일은 아닌 것이다. 과실의 달콤함은 물론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이다. 그 다음 장면에서 눈을 감고 누운 소녀 곁으로 흩날리는 붉은 꽃잎은 성교의 관능적 감각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붉은색과 보라색의 색조에 잠긴 소녀의 눈 감은 얼굴이 나온다. 특별히 더 얘기할 부분은 없으리라 여긴다.
그 뒤 소녀는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한다. '어른'이 된 것이다. 손바닥에 난 상처─처녀성의 상실─을 보듬으며 그녀는 지나치게 높다 싶은 하이힐을 신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방을 나선다. 뮤비 초반의 흰 드레스와 검은 드레스의 대비, 서로 다른 옷을 입었을 때 달라지는 소녀의 얼굴에 주목해 보기 바란다. 방을 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하얀 날개가 깜박거리며 비친다. 하지만 그녀는 서툴게 걷다가 넘어지고 만다. 이때 뱀이 다시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등장한다. 마치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를 조롱하는 것 같다.
그녀는 어른으로서 걸어나가는 데 실패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맞지 않는 구두를 신느라 그녀의 발가락은 까져서 피가 난다. 마침내 노래가 끝이 나면서 나오는 그녀의 그 후 장면들은 더욱 암시적이다. 이제 그녀의 얼굴은 냉소와 회의, 그리고 감춰진 불안으로 가득해 보인다. 이는 모두 '상처입은 어린아이'인 자신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다. 세상에는 말없고 섬세한, 불안하고 냉소적인 소녀들이 너무나 많다. 그녀들은 옳은 것과 그른 것 모두에 회의를 품는다. 꽃잎과 구더기를 함께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는 장면은 이제 자신의 순수한 시대를 지배하던 이분법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붕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지루하고, 불안하고, 알 수 없는 분노에 찬 일상의 감옥에서, 어른이 되기에 실패한 소녀들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지쳐간다.
이 화면들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어떤 중세적이고 마녀적인 고딕 이미지들이다. 마녀란 전통적으로 비의에 접한 존재들이다. 그녀들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어떤 것을 알고 있다. 마녀란 그 자체로 성숙한 스승으로서의 여성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고딕 분장이나 그 비슷한 것들(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모패션이나 로리타룩 등)은 성숙한 여인의 것이 아니라 성숙한 여인인 체하는 소녀들의 것이 되었다. 그녀들은 마녀의 이미지를 따와서 일종의 팜므파탈적, 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 하지만, 그 두꺼운 화장과 옷을 벗겨냈을 때 그 안에 남아있는 것도 '어른 여성'일까?
한 가지 더 말해볼 수 있는 것은 제목인 의 의미이다. 버뮤다 삼각지는 다들 아시는 대로 많은 비행기가 비행 도중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곳이다. 근데 비행기 또한 그 형태상 남성기를 상징할 수 있다. 게다가 날아다니는 꿈 또한 프로이드 심리학에서는 성교를 뜻한다(물론 프로이드 심리학에서 성교 아닌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또 여성의 프라이빗 파트 또한 삼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목 자체가 노골적으로 섹스를 암시하고 있는 셈인데, 사실 삼각형은 불완전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사 중에는 '그럴 듯한 이야기 속의 모순들 가득한 삼각 원들'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삼각 원'이라는 부분이 또 의미심장한 것이, 원은 완전성의 상징인데 삼각형은 불완전성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삼각형인 원이라는 것은 물론 성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는 성관계를 가져 성인으로서의 완전성을 표면상 획득했지만 사실 내적으로는 완전하지 못한 소녀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하간 이렇게 보았을 때 서태지의 이번 뮤직비디오는 실로 놓칠 것이 하나도 없는 실로 아름답고 풍부한 영상이 되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물론 이 글은 신화적 상징들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좁은 견해일 뿐이므로, 그저 뮤비는 뮤비로서 즐겨주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