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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bless Korea

이봉주 |2008.11.06 04:57
조회 5,417 |추천 51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사실 난 갸우뚱했다. 그 갸우뚱은 그에게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전형적인 프로필을 보지 못했기에, 다시 말해 보통의 판단 기준에 오바마는 속해있지 않았기에 비롯된 것이었다. 오프라가 오바마의 지지를 선언했을 때, 나도 다른 대중들처럼 오바마의 공약들과 사람됨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한 사람으로 어젯밤 태평양시간 8시에 끝난 미국 대선을 지켜보았다.

 

미국 사람도 아니고, 오바마와 같은 인종의 사람도 아닌, 나와 같은 수많은 이 지구상의 사람들이 어젯밤 그의 승리 연설에 감동을 받았으리라 확신한다. 오바마가 미국의 부활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 혹은 어려운 경제 위기를 구제해 줄 수퍼맨이 될 것인지에 대해 승률을 매기는 게임에서 이겼기 때문에 감동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국가나 인종,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넘은 보편적인 가치와 원리를 세계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나라의 지도자의 입으로부터 듣는 안도감 내지는 평등과 자유라는 인류 역사 이래 끊임없이 수호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가치의 재확인이라는, 정치를 넘어선 영적인 연설이었기 때문이다.

 

11월 3일, 노쓰 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는 마지막 선거 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변화해야합니다. 미국에 변화가 도래했습니다. 미국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야심찬 연설을 들으면 난 케빈에게 그랬다. 미국 대통령만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거야.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공약처럼 내걸 수있는 대통령이나 수상은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지. 참 미국다운데, 이번엔 이 미국다운 것이 힘을 좀 써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어제 여러가지 귀에 새겨들을 만한 말들이 가득 찬 선거 승리연설에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는 것에 대해 아직도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선구자들의 꿈이 우리 시대에 살아있는지 대해 아직도 확신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 민주주의가 가진 힘에 대해 아직도 질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오늘 밤이 그에 대한 해답입니다. 젊든 늙든 부자든 가난하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라티노든 동양인이든 원주민이든 게이든 스트레이트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 미국이 붉은 주와 푸른 주로 이루어진 성조기안의 미국처럼 하나로 결집되어 있지 않다고 메세지를 보냈던 미국인들이여.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항상 하나일 것입니다. 우린 아메리카 합중국, 미국입니다 (...) 대통령으로서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분명히 반대의 목소리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듣겠습니다. 특히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더욱 귀기울여 듣겠습니다 (...) 이젠 우리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다시 찾아주고 후세를 위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번영을 회복시키고 평화를 촉진하며 아메리컨 드림을 재생시키고 근본적인 진리를 재확인시킬 때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의 축복이 당신에게, 그리고 미국에게."

 

그의 연설과 아우라는 마치 할리웃 영화 속 멋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었고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관중들 또한 할리웃 영화 속 열광적인 관중의 모습이었다. 현실에서도 저런 열정이, 이상적인 정치상이, 절대적인 지지가, 여러 사람들의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공감이, 가능하구나 싶어서 오바마의 연설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어려운 때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변화를 원했고 구태의연한 구자본주의 정책에 신물을 느꼈던 많은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를 원했다. 인종과 정당과 빈부를 뛰어넘는 정치적 연설은 (정치판에선) 사실 힘들다. 오바마가 인종과 정당과 빈부를 뛰어넘어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가 보편적인 인류애, 영적인 공감대를 건드렸기 때문이리라.

 

난 미국 찬양도 오바마 찬양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맞는 건 맞다하고 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싶을 뿐이며 무엇보다 우리 나라도 정말 멋진 지도자가 나와 주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동의하지 않을 때 귀기울이겠다는 넓은 마음의, 진정한 용기의, 지도자가 나와주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화법이 좋다고 좋은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된 마음이어야 민심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민심과 천심은 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여, 신의 축복이 있기를.

추천수51
반대수0
베플강혜영|2008.11.06 18:32
미국 대통령에 오바마가 당선됬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글을 읽고 나서 오바마의 연설을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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