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는 과거에 머물러있는 듯한 준세이를 닮아있고, 밀라노는 현재의 사랑과 과거의 기억 속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오이를 닮아있으며, 도쿄는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닮아있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었다.
남자는 가슴아픈 사랑을 한 후에 사랑불능자가 되어버리고, 여자는 가슴아픈 사랑을 한 후에 사랑 거부자가 되어버린다고..
냉정과 열정사이는 그러한 사랑 후에 오는 남,녀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 책이다. 여자들은 이 소설의 여자편에 더 공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난 남자편에서 더 가슴 찡함을 느꼈고 더 공감을 했다.
이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가지 '여유'가 느껴졌다. 항상 바쁘게, 많은 고민들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안정적인 직장과, 이탈리아라는 멋진 배경속에 과거에대한 회상을 하며 살아가는 두 주인공은 누구나 '저렇게 살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쥰세이의 길을가다가 두오모를 한참이나 올려다 보고있는 모습, 아오이의 한가로운 일상과 해질녘의 목욕은 현대인과는 다른 여유가 느겨진다.
그 여유속에 아오이와 쥰세이는 서로를 회상하기도, 현실을 걱정하기도 한다. 쥰세이와 아오이 모두 다른 남자와 여자가 있지만, 쥰세이는 자신의 마음에 솔찍하게 아오이를 그리워하고, 그녀의 30번째 생일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오이는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많이 혼란스러워하며, 현실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이게 바로 남녀의 차이이지 않을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실망했다고 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쥰세이의 모습은 몰라도, 현실과 과거의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아오이의 모습은 책이아닌 영화에서 표현하기는 참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쥰세이의 모습도 책만큼 다가 오진 못했지만, 아오이쪽은 거의 전혀 느껴지지 않을정도였다.
쥰세이는 과거지향적인 인물이다. 직업조차 중세회화 복원사라는 과거를 되살리는 직업일 정도로, 그는 언제나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한다. 피렌체라는 도시와 복원사라는 직업은 준세이라는 인물에게 최고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30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에서 만난다는 설정이 아니라,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나 과거를 그리워하고 소중해할줄 아는 낭만적인 쥰세이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