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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外 _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김선미 |2008.11.11 05:51
조회 73 |추천 0

 


수인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한 밤 중 눈을 뜨니 아무도 없다-

개는 놀라서 짖기 시작한다 불현듯

온갖 수면(睡眠)의 높이로 뛰어 오르려고

온갖 귀는 침대 속에 있다.

침대는 구름 속에 있다.



고독이 떨려서 광분하는 이

뛰어 올라서는 미끄러 떨어지는 절망의 소리

그 때 마다 나는 침대에서 조금씩 미끄러져 떨어진다.

내 눈은 벽에 뚫려진 두개의 구멍

꿈은 책상 위에서 인광처럼 얼어 붙었다.

하늘에는 붉게 타는 별

땅에는 슬프게 짖는 개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돌아 오는 메아리)

나는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내 심장의 감방에도 갇혀진 한 마리의 개가 짖고 있다.

불면의 창백한 vie의 개가.





그림자1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어둠 속을 묘지로 내려 가는 구두소리가 언제까지나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아랫층에서 기도와 같은 참회와도 같은 적막한 대화가 들려 오다 문득 끊긴다.

나는 불을 켠다 어둠이 나를 뺏어 가지 않도록

주위만을 밝게 하고

그런대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뻐금거린다.

아무렇게나 수염이 자라고 볼이 핼쑥한 구슬프듯한 그래도 그리운 얼굴이

저쪽 편 차가운 어둠 속에서 뚫어지게 보고 있다.

쓸쓸한 임자-

빛이 넓혀 주는 작은 동그란 나의 영토!

-불을 끈다 나는 추락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잃어버린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만진다.

새까만 죽음을 더듬거리듯이.





그림자2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벽에 비쳐진 내 옆 얼굴

그림자에는 눈이 없다 귀가 없다

그것은 죽음의 검은 윤곽만을 갖는다.

귀밑뼈 근처에는 어둔운 불이 갸냘프게 타고 있다.

내 생각의 그림자처럼이나

친근한 나의 그림자그늘

심야 우리들 둘은 소근소근 속삭인다.

여름부터 가을오 옮겨 가는

신선한 한 밤의 번개가

일순 푸르고 날카롭게

머나 먼 어둠을 찢고서는 사라져 간다.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벽-독수공방하는 밤마다의 친구

벽표면에 나는 흘러 간 가지가지의 꿈을 그린다.

벽표면에서는 기묘한 그림자가 늘었다 오므러졌다하며 한 동안 슬프게 모습을 바꾼다.

벽은 흐려졌다 맑아졌다 한다

어느 흐린 하늘의 날에 광야 한 구석을 자그마한 그림자가 터벅터벅 걸어 온다.

그림자는 점점 크게 된다.

(어쩌면 입도 있음직히다 그리고 눈도)

일어 서서 나는 그의 손을 쥔다 차가운 손바닥을......

지쳤다고 희미한 소리로 그가 말한다.

엇갈려서 나는

벽 속으로 들어간다.





환등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나는 몸을 일으킨다.

불쑥 벽에 번지는 커다란 그림자

독수공방 외로운 밤의 친근한 내 그림자

등잔불이 그윽히 깜박이며

내 왼 쪽 폐에 살짝 겹쳐진다.

그 한 곳 보오얀 빛무리를 뚫고

희미한 일식(日蝕)의 지도가 떠 올라

점점히 번지는 오염된 늪

그 늪가에 그물눈을 짜고 있는 나무들의 가지 끝에서 울어 지저귀는 빨간부리의 새들



등잔불을 불어 끈다 어둠 속을

쓱 퍼득이며 날아 오르는 것!

내 왼 쪽 폐가 헛기침을 한 번 한다

나는 조용히 눕는다.







미요시 도요이치로오



바람의 혀는 거칠어 있다.

지면은 하얗게 말라 있다.

시계는 지쳐서 멈춰 있다.

빛을 찾아내서 태양은 불타 오른다.

낡은 커다란 농가의 잠자는 뜰

모래먼지 속에 나비가 날은다......

현기증! 나는 슬프게 도망친다.

풍경의 품에서 현실의 등으로



적도길 끝에 펼쳐진 호수의 은백(銀白)

갈대그늘에 까마귀가 앉는다.

보나마나 거기 물 가에 죽은 고기

구름이 흐른다. 대기는 마르고 거칠다.



보리밭 위 자운영논 위

커다란 그림자가 빌고 있다.

그 탁한 음성의 징그러움에

갈팡거려 나는 잊는다. 문자를 사람을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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