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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外 _ 원구식

김선미 |2008.11.15 10:52
조회 58 |추천 0

 


 


 


악수
-나는 그대의 찬 손을 알고 있다

원구식





그대 만나면

조용히 호흡을 멈추고

손바닥에 소리를 쏟아놓는다

손바닥 위에는

몇개의 소리가 고이고

손바닥 밖으로 떨어진 소리는

짤랑 짤랑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래도 남는 소리를

그대는 꽉 쥐어버렸다









들개

원구식





백개의 무덤에 백개의 시체가 있다

안심하라, 들개들이여

너는 원시의 바람

그 바람의 아들이며

그 아들의 왕이다

싸늘한 달빛이

너의 발톱을 키울 때

거친 들판과 구름과 저 별들이

갈등에 휩싸인다

오, 내게 불타는 입을 다오

처절히 물어뜯고 싶다 이 밤!

내게 야생의 발톱을 다오

다시는 상처입지 않으리!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도둑처럼 내몰릴 적마다

내 가슴에서 솟구치는 들개!

야성의 들개!











원구식





1



강 건너에 성이 있습니다.

성안엔 당신과 성주가 있습니다.

강가엔 나룻배를 지키는 병정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총이나 칼을 가졌습니다.

강물은 푸르고 깊습니다.

나는 헤엄을 못 칩니다.

내가 기르는 새들은

성주의 날랜 독수리와 매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거기 당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 당신이 있습니다.





2



성안에서 당신이 울고 있습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없이 울고 있습니다.

성을 돌아나온 바람이

그 소식을 알려 줍니다.

하늘이 유난히 흐립니다.

당신이 울고 있으면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3



온밤을 새워 노래를 불러도

내 노래는 아직

시든 꽃을 피워올리지 못합니다.

내가 기른 새들은

새장에서 나올 줄 모릅니다.

성벽은 높고

문은 더욱 굳게 닫혀 있습니다.

지난 날 우리가 나눈 사랑의 맹세는

무시무시한 꿈에 시달립니다.

내 노래는

아직 呪文이 아닙니다.





4



오오, 입술을 깨물며 예감했던 밤

먹구름을 뚫고 번개가 떨어지는 여름밤

바람이 소나기를 몰고 달려오는 여름밤.



허공을 맴돌던 내 노래가

시든 꽃을 피워올리고

성안에 고히 잠든 당신을 흔들어 깨우는 그날 밤

혼돈 속에

침묵의 말씀이 빛나고

굳게 닫힌 성문이 입을 열어

사랑을 말하는 그날 밤

노래하라, 열방의 예언자들이여!

암흑의 밤이 지나고

밝은 태양이 우리를 맞으리.



오오, 입술을 깨물며 예감했던 밤

번개가 떨어지고 소나기가 달려오는 여름밤.









등대지기

원구식





-- 아버지가 바다에서 건져온 한 상자의 비린내와 어머니가 갯벌에서 구워낸 한 말의 소금을 바라보면 - 열 개의 보이지 않는 섬과 백 개의 들리지 않는 노래와 천 해리의 거리가 둥둥 떠오른다 --



- 나는 불빛으로 바다를 쑤시면서 오래 전에 바다밑에 가라앉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건져내고 -- 수평선 너머 돌아오지 않는 수백 척의 배를 발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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