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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

강주희 |2008.11.16 21:51
조회 98 |추천 0


 

 

 

 

윤복이 그 거울 앞에 멈춰 서자 강무가 나직하게 말해주었다.

 

"업경대야. 인간의 죄를 비추어보는 거울이지. 사람이 죽어 지옥에 가면 염라대왕이 그 사람을 이 거울 앞에 세워 놓는데. 그러면 그 사람이 생전에 했던 선악의 행동이 이 거울 앞에 나타나."

 

윤복은 조용히 거울을 내려다보았다. 거울 면에서 창백한 오라버니의 얼굴이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흠칫 놀란 윤복이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강무가 파르르 눈가를 떨고 있는 윤복의 안색을 살피자, 윤복은 거울을 두고 돌아서서 나갔다. 과거는 언제나 윤복의 발목을 잡아끌고 있었다.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족쇄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잊으면서 살아가려 해도 그것조차 불가능하였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마음이 날아오를라 치면 현실이 다시 그녀의 발을 악착같이 잡아끌어 진흙 밭에 매몰시켰다. 불운과 죄의식은 늪에 빠진 사람처럼 간신히 목을 내어놓고 숨만 쉬며 사는 것이 당연한 삶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행복이라는 말은 자신에게는 영영 해당되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윤복의 마음은 또 우울해졌다.

 

그러나 강무가 윤복을 따라가 말없이 윤복의 손을 꼭 잡았다. 윤복은 강무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정말 맑고 검고 선했다. 윤복은 한순간이라도 그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렇다고 영원한 행복이 그와의 만남으로부터 이뤄질 거라고 믿지는 않았다. 영원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 미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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